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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예산구조 무엇이 문제인가?


» 예산·재정 전문가 4인이 8월16일 한겨레경제연구소 회의실에 모여 지속가능발전의 예산구조와 재정전략 마련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 좌담 /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정전략을 말한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경제·사회·환경이 유기적 조화를 이룬 지속가능발전의 예산구조와 재정전략 마련을 위한 논의의 첫 단추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8월16일 한겨레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 개념을 말했다. 이것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공생발전’은 성장 패러다임 일환


김은경 지속가능발전은 20년도 더 전에 회자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을 묵인하면서 성장 우선의 경제개발을 해온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요소를 고루 고려한 발전을 하자는 것이다. 2000년 국민의 정부 시절 시민사회의 요구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생겼다. 참여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현 정부가 말하는 공생발전의 핵심은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 뿌리를 둔 녹색성장이다. 말로는 친서민, 중도실용이라 하지만 녹색성장사업은 대부분 공급 중심, 대기업 주도형이므로 과거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오건호 지속가능발전은 이제 누구나 수용하는 보편적 가치가 됐다.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기업 자체는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은 시대적 요청이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요구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윤리경영, 사회공헌을 내세우며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답하게 된다.


홍헌호 공생발전은 포장지는 그럴듯한데 진정성이 없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필요한 친환경, 균형, 효율성의 세 가지 기준 모두에 공생발전은 부합하지 않는다. 녹색성장의 핵심인 4대강 사업은 전혀 친환경적이라 볼 수 없고, 부자감세 정책은 균형발전에 어긋난다. 4대강 사업에서 본 것같이 타당성 검토장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면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결과적으로 효율성 측면에서도 후퇴다.

참여정부때 중기재정계획 법제화


정창수 1992년 리우 회의 후에는 지속가능 ‘개발’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개발과 성장이라는 담론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쳐 ‘발전’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발전 개념에도 이르지 못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에너지 예산과 4대강 공사만 봐도 내용적 허구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부천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제 회의에 2700명이 모인 것을 보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의 실마리는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 현재 한국의 예산구조를 지속가능발전 차원에서 검토해본다면?


오건호 참여정부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예산재정구조를 체계화시켰다는 점이다. 단년도 예산체계였던 것을 중기재정계획으로 법제화했다. 정치권력의 전략적 예산 편성이 가능하도록 분야별 편성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지속가능발전 전략 및 이행계획 같은 일종의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 (왼쪽부터)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사회),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예산 낭비 줄이려면 투명성 필수


홍헌호 효율성의 문제를 다루려면 투명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도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예산 편성에도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고, 이를 위해 자료가 충분히 공개돼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서상에는 복지와 환경 사업인데, 실상은 토목사업인 경우가 많다. 일본 지방정부 가운데 일부는 모든 사업에서 토목과 비토목 예산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과연 해당 사업이 정말 복지사업인지 아니면 무늬만 복지고 실제로는 하드웨어를 키우는 사업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은 매트릭스 구조로 가야 한다. 기존에 세로로 분류했던 것에 더해, 가로로 이게 토목인지 비토목인지 가르고, 또 그것을 지속가능발전지표에 부합하는지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렇게 하면 예산 낭비도 줄이면서 전략적으로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김은경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각각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부서가 있지만 어느 한 지역에서 가장 적합한 자료를 모아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여러 조건을 따져 스스로 가장 유리한 방법을 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부서별로 산재해 있는 예산을 따기 위해 경합하다 보니 효율성도 낮다. 지속가능발전 전략 및 이행계획의 중요한 내용을 한데 모아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창수 특정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가를 볼 때 일자리, 형평성, 환경에 미친 영향을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성은 이런 요소를 두루 고려할 때 우리 지역에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를 지역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거버넌스, 즉 협치다. 또한 토건국가 문제는 중앙집권계획과 직결된 것이므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 재정적자 감당할 수 있어야


사회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어떤 재정 원칙과 전략을 세워야 하나?


오건호 재정균형은 재정학의 기본개념이다. 정책적으로만 보면 정부가 말하는 현상유지적 재정균형론과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재정확장론이 있다. 복지요구가 분출하는 것은 재정확장과 조응한다. 국내외의 재정위기로 인해 재정균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재정균형 계획은 지출통제 효과를 내게 된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입이 관건이 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세입 확충, 즉 증세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복지를 늘리고자 하는 진보진영은 세입 확충에 대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정 목표에 따라서는 당분간 재정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추진되는 재정균형은 기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초기 중기재정전략 목표에는 그런 고민이 조금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재정 건전성 강화를 내세우며 기조가 기계적 균형으로 바뀌었다. 가치가 아닌 기계적 수치에 국정철학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홍헌호 우리가 과연 경제수준에 맞는 조세부담을 하고 있는가. 경제수준에 맞는 복지와 삶의 질,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북유럽과 남유럽은 둘 다 조세부담이 높지만 현재 남유럽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둘의 차이를 들자면 북유럽은 90년대 이후 거품이 꺼지자 금융규제를 철저히 했고 부자감세에 신중했다는 점이다.


정창수 당장을 걱정하며 시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복지라면, 이는 현재를 위한 예산이다.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고, 분배가 고루 이뤄져 새로운 기회를 찾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러므로 정부는 장기적 재정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증세를 하려면 무엇보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출구조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세금을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로만 가서는 안 된다.



정리/하수정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soodal@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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