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HERI가 만난 사람]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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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만족을 주는 협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하이닉스반도체는 시련을 많이 겪은 기업이다. 특히 이른바 ‘빅딜’로 이 회사의 모체가 탄생했던 2000년 이후, 극심한 재정난을 겪다가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갔다. 그리고 아직도 채권단이 대주주다. 장기간 금융권의 관리를 받는 수출 대기업이 된 셈이다.

권오철 사장은 하이닉스맨이다. 하이닉스에서 성장하고 승진해 대표이사 사장에까지 올랐다.

그래서인지 하이닉스에 대한 애정, 특히 임직원과 핵심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하이닉스가 겪은 시련조차도 지금 경쟁력의 토대가 됐다고 믿는다. 그런 시련을 통해 다른 기업보다 임직원의 단결력, 도전의식, 창조의식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또 핵심사업인 메모리반도체가 여전히 높은 성장성을 지닌 미래형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점점 더 수요가 늘어날 것이므로, 신규사업보다는 기존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매각설이 이번에도 또 증권시장에서 나왔습니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시선도 다시 쏟아집니다.

“기업에 대주주가 있을 경우, 꼭 그 대주주를 주인이라고 보는 게 많은 사람의 인식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식이 분산되어가고, 대중이 참여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게 앞서가는 기업 아닙니까? 또 대주주가 있다 해도 그 지분은 적고, 많은 주주가 조금씩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모든 주주가 주인입니다. 그것이 주식회사입니다. 미국은 다 주인이 없지 않습니까? 또 포스코, 케이티(KT) 등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들도 다 국민이 주주 아닙니까?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우리가 스스로 질문해야 할 의문점이 많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한국 경제 문제로 경제력 집중, 오너 경영,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주인이 없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와 다 정반대의 논리입니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핸디캡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배주주 또는 총수가 없어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것과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지요.

“투자는 적기에 적당한 양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주인이 있다고 해서 무모한 베팅을 하듯이 위험하게 투자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 ‘주인’이 독단적으로 무모한 투자를 한다면 기업이 위험에 처하겠지요. 다만 삼성전자가 현금 여력이 있어서 필요할 때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부럽게 생각합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자체에서만 투자 여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처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제품과 기술이 없이 돈만 투자한다고 사업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하이닉스 처지가 다행이기도 합니다. 생산능력을 너무 늘려놓아도,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그 자체가 부도의 원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확고한 1등을 하면 변동성에 대한 적응력은 문제가 안 됩니다.”

취임 이후 역점을 두었던 사회책임경영 정책은 무엇입니까?

“기업의 존재적, 본디 의의에 부합하는 우리의 비전은 ‘오래가고 좋은 회사’입니다. 바로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비전입니다. 좋은 회사가 오래가야 합니다. 또 좋지 않은 회사가 오래갈 수도 없습니다.

좋은 회사는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 즉 종업원, 고객, 주주, 사회, 협력회사에 최고의 만족과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기업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협업체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곧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뜻합니다. 고객, 국민, 사회, 협력회사, 종업원 및 종업원의 식구 다 포함해서, 결국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 경영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 경영이라고 하지만, 임직원과 주주 사이, 채권자와 임직원 사이, 고객과 주주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단기적으로 보면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지만, 오래가고 좋은 회사를 만들려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해관계가 다 일치한다고 봅니다. 이해관계자들은 결국 선순환적인 상호의존관계에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동기부여가 되어서 좋은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면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돈을 벌 수가 있고, 그래야 주주가 만족합니다. ”

 

협력업체와는 어떻습니까? 상충이 생기지 않습니까?

“사회에 지탄을 받고 예를 들어 협력회사를 후려치기만 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좋은 장비, 좋은 재료 없이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워낙 초정밀 초순수 사업이라 아주 고품질의 원자재와 우수한 성능의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국산 장비가 없어지면 매번 비싼 외국산 장비만 사야 합니다. 국산 장비와 아닌 것의 가격 차이가 어떤 때는 30~50%, 2배도 차이가 납니다. 우리가 길게 봐서 여력 있고 성장가능성이 큰 업체들을 골라서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 주가는 4월21일 기준으로 3만4300원이다. 연초보다 40%가량 올랐다. 2010년 매출은 12조990억원, 영업이익 3조2730억원, 순이익 2조6560억원이었다. 모두 사상 최대 수치다.

2010년 말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주관해 한·중·일 세 나라의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을 뽑은 ‘동아시아 30’에 든 다섯개 한국 기업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하이닉스맨’ 권 사장의 차분한 표정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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