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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저개발국 식량해결 나선 한국 농업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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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의 해외지원사업을 맡은 농업박사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 각자 맡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권준국 박사(우즈베키스탄), 고현관 과장, 김기용 박사(우즈베키스탄), 베트남에서 연수온 코 디디반, 손범영 박사(캄보디아), 공원식 박사(브라질), 곽정호 박사(베트남)이다.

 

 

우리의 농업박사들이 전세계 저개발국을 위한 기아 극복의 첨병으로 나섰다. ‘지원받는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로 화려하게 변신한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전세계의 밥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사회책임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지의 땅과 기후에 어울리는 좋은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꼭 필요한 농사 기술을 맞춤형으로 익혀주는 등 각각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고기 잡는 법 가르치기’에 나선 것이다. 10월 중순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코피아, KOPIA)에서 ‘글로벌 농업 사회공헌가’들을 만났다.

 

우즈베크 채소재배 돕는 권준국 박사

 

채소 재배 전문가인 권준국 박사는 한때 소련의 곡창지대로 명성이 높았던 우즈베키스탄에 푹 빠져 있었다.

 

“우즈베크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습도가 낮아 시설재배 농사를 짓기에 좋은 기후조건이지만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땅이 딱딱하게 굳어 척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 돈 드는 농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헌 비닐 호스를 이용해, 작은 구멍으로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는 ‘점적관수’ 방식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9월에 다시 가 보니까 적당량의 물을 공급받은 토마토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전체 물 사용량도 오히려 3분의 1로 줄어들었지요.”

 

권 박사는 가난한 우즈베키스탄 농부들이 척박한 땅을 자신의 힘으로 개량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고 했다. “밀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우즈베크에서는 흔해빠진 게 밀이거든요. 밀짚을 퇴비로 활용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토양을 개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밀기울을 물에 풀어 비싼 살균제 대신 쓰도록 했죠. 그 사람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깜짝 놀라면서 좋아하더군요.”

 

권 박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을 맡고 있는 김기용 박사는 사료작물 재배가 전공이다.

 

“지난해에 글로벌 품종인 파이어니어 계통과 우즈베크 품종, 그리고 우리 품종, 세가지의 옥수수를 시험재배해 보았습니다. 우리 품종이 키는 작지만 알곡이 튼실해 전체 사료가치가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우즈베크 같은 사막관개지역에 우리 품종이 잘 맞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거지요. 현지에 옥수수 조사료 생산단지를 조성해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 우즈베크 농민들에게도 안정적 판로를 확보해줄 수 있잖아요.”

 

10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 설치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0개국에 코피아(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치해, 적극적인 글로벌 농업기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 옛 소련의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동남아의 베트남, 아프리카의 케냐, 남미의 파라과이 4곳에는 지역별 거점센터를 두고 각각 2개씩 현지화 연구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거점센터에는 소장 1명이 상근하며, 단기전문가 4명, 6개월 기간의 인턴연구원 8명이 일하고 있다. 이 밖에 미얀마·캄보디아·필리핀·알제리·콩고민주공화국(DR콩고)·브라질 등 6개국에는 규모가 작은 국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내기 못줄 간격 맞추기로 수확 껑충

 

국외의 코피아 활동을 지휘하는 고현관 국외농업기술팀 과장은 “저개발국은 좋은 기술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실용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적은 돈 들여 현지의 농부들이 채택할 수 있는 작은 기술을 찾아주는 것이 우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냐에서는 못줄에 따라 간격을 맞춰 모내기하는 방법을 채택하도록 해,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줄을 맞춰 모내기하면 대충 눈짐작으로 심을 때보다 벼가 빛을 잘 받고 제초작업이 쉬워져 수확량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바위에 벼를 내리쳐 탈곡하는 시골마을 농부들에게 자전거를 이용한 인력 탈곡기를 만들어 주었을 때는 케냐 농업부 차관이 직접 시연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잠재성 큰 종자 대량 확보하는 실익도

 

가난한 나라를 도와준다고 해서, 우리가 받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재성이 큰 농업유전자원(종자)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큰 실익을 거두고 있다. 코피아 설립의 공식 목적 또한 △수혜국의 농업 자립기반 구축과 함께 △유전자원 도입 △농업자원 공동개발 등을 포함하는 등 호혜적인 농업기술·자원협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센터의 사무실 공간도 현지 파트너인 연구기관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미얀마의 다년생 넝쿨 콩 종자 30점 등 모두 1287점의 외국 유전자원을 들여오는 실적을 올렸다. 이렇게 도입한 외국 종자는 새 품종 개발에 대단히 소중한 농업자원으로 두고두고 활용될 것이다. 통일벼나 청양고추 같은 우수 품종들은 대부분 국내외 종자를 교잡해 만들어낸 것들이다. 또한 현지에서 거둔 공동 연구개발 성과는 땅덩어리 좁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보완기지 구실로 장차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범영 박사는 캄보디아에서 △현지에 맞는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고 △농가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것, 두가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산 품종은 우리의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많은 농가들이 수입 품종을 쓰고 있더군요. 소농들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우량 품종 개발에 7~8년을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품종을 개발해도 기반시설 같은 보급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박사들의 연구 지원이 밀알이 되어 앞으로는 농업 인프라 구축 지원으로 진화돼 나갔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농업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서로 믿음 주고받은 게 가장 큰 자산

 

버섯 전문가인 공원식 박사는 “농업기술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 있는 브라질과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등한 농업자원 교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일본처럼 기술을 훔치러 온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브라질의 농업연구소장이 국내에 들어와 우리의 버섯 재배기술을 보고는 인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아직도 10년 뒤떨어진 중국 재배방식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올 8월에 브라질리아에서 버섯 워크숍을 열었는데 먼 길을 찾아온 버섯농가 사람들이 200명이나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습니다.”

 

베트남에서 코피아 시범마을 조성을 추진중이라는 곽정호 박사는 “그 나라 연구자들과 믿음을 주고받은 게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농업기술이 수준은 높지만 베트남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그 나라 연구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라는 인상을 심어준 게 가장 큰 수확일 거예요. 우리에 앞서 비슷한 활동을 벌였던 일본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자기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고, 농업에 대한 안목도 틔워준다면서 솔직한 마음을 열어주더군요.”

 

 

수원/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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