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메시지
우리의 생각이
세상의 밑그림이 됩니다
세상의 밑그림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이 빨라질 때가 있습니다. 전환기라 부르는 시기입니다. 박정희식 발전국가 모델이 종말을 고한 1997년 IMF 경제위기, 불평등과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2008년 금융위기가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일 것입니다.
전환기는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진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의 원리와 규범을 빚어내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지식과 담론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아프게 깨달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IMF 체제에 들어서자 한국사회는 개혁으로 등 떠밀렸습니다. 금융, 기업, 노동, 정부 등 산적한 개혁과제의 방향과 성격은 우리가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경제학계 등 주류 지식인들의 진단은 “내 탓이요”였으며, 처방은 “미국이 주도하는 워싱턴컨센서스의 정책 패키지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외환 고갈로 지급유예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로선 불가피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자학과 자책’은 IMF가 요구한 고금리 정책 같은 엉터리 처방을 그대로 수용해 살 수 있는 기업마저 죽이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 시장을 절대시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한 각자도생의 경쟁사회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학계와 언론, 정부, 정치권이 더 고민하고 다른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일하는 보통사람들의 고통이 덜한 개혁의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지식과 담론은 역할은 중요합니다. 진보적 싱크탱크로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윈의 비전은 창의적 아이디어, 정책지식, 담론을 통해 좀 더 공정하고, 포용적이며,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2007년 설립된 이래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 복지, 교육, 노동, 보건, 주거 등의 영역에서 진보적 의제를 발굴하고, 연구 성과를 기사와 보고서,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격차와 분열을 시민적 역량으로 메워가는 노력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연구와 컨설팅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사회적 가치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같은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 역시 선도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2010년부터는 해마다 가을에 아시아미래포럼(AFF)을 개최해 불평등, 일의 미래, 기후변화 등 한국사회의 핵심 과제들을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논의해 왔습니다.
지금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다시 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심화하는 불평등,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기후위기,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감염병 위기는 우리에게 다른 삶의 양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 이후에 펼쳐질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생각들의 네트워크 허브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이 봉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