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배동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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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부사장이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과 지속가능경영이 함께 가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말한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1964년. 한국전쟁이 끝난 지 10년 남짓 지난 때이고,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이 막 지난 시기였다. 당시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저개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국민에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더욱 힘들었다. 전쟁미망인 등 어려운 여성은 넘쳐났지만, 먹고살 길은 막막했다.

 

 

한국판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원조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한 것은 그해였다. 그런데 방법이 특이했다. 주로 여성 독립사업자인 방문판매자에게 화장품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판매되면 화장품 값을 입금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판매가 되지 않으면 화장품을 다시 받았다.

 

여성 사업자들에게 무자본 창업이 가능하도록, 무이자로 화장품을 대출해 준 셈이다. 대상자는 자연스레 생계가 어려운 여성 가장이 주축이 됐다. 어쩌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가, 한국에서는 부지불식간에 이곳에서 시작된 셈인지도 모른다. 사업 출발부터가 사회책임경영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인연 덕인지, 작고한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전 회장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해 여성 가장의 창업을 돕는 ‘희망가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60번째 희망가게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46년 전의 뜻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은 2008년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정립한 뒤 2009년 한겨레경제연구소 글로벌CSR대상에서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 뿌리는 매우 오래전부터 자라난, 깊고 넓은 것이었다.

 

지속가능경영은 지속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배동현(55)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부사장을 만나 아모레퍼시픽의 지속가능경영이 어떻게 출발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듣는 도중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업은 고객과 사회와 더불어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철학 아래 윤리경영, 사회공헌활동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주주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을 이미 했던 셈이지요. 그러다가 2007년 11월 유엔글로벌콤팩트 가입을 계기로 이를 지속가능경영으로 체계화했습니다.
 

2008년 지속가능경영의 큰 틀을 잡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5대 전략 방향과 20대 과제를 도출했습니다. 2009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했고요. 지금은 실행그룹을 만들어 실천하는 중이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각 부문 책임자가 속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과 지속가능경영을 함께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경영이 모든 경영 의사결정의 최상위 가치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선언적으로 최상위 가치라고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업에서 일이 실행되려면 제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지속가능경영은 정책으로만 존재하고, 시스템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평가에 온실가스 감축 반영

 

“2009년부터 임원 성과평가에 지속가능경영을 반영했습니다. 임원의 성과목표를 정할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지정하고, 이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따라 평가받도록 한 것이지요. 예를 들면 연구개발 담당 임원은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 여부가 성과목표가 됩니다. 확고하게 제도화를 한 셈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을 주로 만들어 파는 소비재 기업이다. 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친환경 유기농제품 10%씩 키울 것

 

“방문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소비자의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전략적으로라도 인간적 측면, 사회적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지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의 차별성이라면, 이를 성장동력으로 승화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찾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현재 35개 품목 329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앞으로 매년 10%씩 키울 생각입니다. 성장성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생산 단계에서는 매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을 평가해 공장마다 감축 목표를 부과합니다. 유통으로 가면, 매장에서 공병 재활용 등을 포함한 그린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협력업체가 포장재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펼치도록 기술, 자금, 교육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는 화장품의 생산-유통-폐기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 지속가능경영이 녹아들도록 만드는 활동입니다.”

 

2009년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소비자 의식 조사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환경 분야 사회공헌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잘 맞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이 기업은 환경 및 기후변화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녹차밭서 이산화탄소 9000톤 흡수

 

“아모레퍼시픽은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하여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2005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물류부문 에너지효율화 등 위기대응 관점에서 진행하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2008년부터는 전사적으로 사업 기회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는 전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핵심성과지표(KPI)와 연계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또한 2008년부터 환경부의 탄소성적표지 시범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탄소라벨 샴푸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녹차 사업을 하면서, 제주와 강진에 52만평의 재배 면적을 유지하면서 매년 이산화탄소 9000톤을 흡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의 강점은 시장 흐름을 먼저 잡아내고 빠르게 실행한다는 데 있다. 최근 화장품 유통채널에서 자체 브랜드 유통점 ‘아리따움’이라는 브랜드를 내놓고 급성장시키고 있는 데서도 이런 사업 감각이 발견된다. 지속가능경영 역시 빠르게 선택했다. 먼저 선택하고 실행하는 기업이 결국 리더가 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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