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SVC: Social Value Cluster

» 지속가능발전의 새 화두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환경정의는 그동안 정책제안(advocacy) 활동을 훌륭하게 해왔지만, 이제는 시민 생활에 직접 관련 있는 실천운동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환경 관련법을 제정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부모가 고통을 덜도록 친환경적인 먹을거리와 주거환경 등 대안적 생활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환경운동 의제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려면 아무래도 사무실 위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활에 관심이 있는 지역공동체에 들어가 일한다면 이런 작업이 훨씬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시의 사무실 위치로는 그런 일을 쉽게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환경정의는 조금 더 시민에게 밀착해 활동을 펼치고,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옮기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몇몇 시민단체와 함께 이전을 추진했다.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가장 도드라지게 눈에 띈 곳이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처음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한 지역에 살면서 형성됐는데, 지금은 대안학교, 생협, 카페 등 ‘공동체’와 ‘생태’ 등 비슷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제 단위가 모여들어 하나의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환경정의는 2008년 9월 함께하는시민행동, 여성민우회, 녹색교통 등 3개 시민단체와 함께 성미산마을에 ‘나루’라는 이름의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그리고 원래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마을에, 지금까지 연구해 만든 친환경적 생활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마을의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교체하는 에너지 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다른 단체들도 자전거도로 만들기 등 지역공동체에 적극 결합하고 있다. ‘나루’에 만들어진 성미산마을극장은, 마을 주민과 근처 홍익대 앞의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활동 성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단체 직원들이 지향하는 생활양식이 성미산마을의 가치와 비슷하다는 점도 중요했다. 사무실은 좁아졌지만, 마을의 생활협동조합과 친환경 반찬가게, 공동육아 프로그램은 직원 만족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성미산마을’이라는 생활공동체가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을 끌어들이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클러스터는 특정한 지역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모여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클러스터는 궁극적으로 같은 투입량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해내는 생산성 증대 노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클러스터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대학·연구소 주도형, 대기업 주도형, 창작자 주도형, 지역특산형, 실리콘밸리형이 그것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이번에 제시하는 것은 여섯째 유형의 클러스터다. 바로 ‘사회적 가치 창출형’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다섯 가지 클러스터는 모두 생산성을 높여 창출하는 가치가 경제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SVC: Social Value Cluster)’는 특정 지역에 특정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생산자, 소비자, 중개자, 지원기관 등이 모여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특정 분야 비영리기관이 모여들기도 하고, 생협이나 친환경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여들기도 한다. 문화예술가나 사회적기업들이 한 군데 모여들어 시너지를 모색하기도 한다.

그저 경제적 가치만 높이면 행복해진다는 성장지상주의는 이미 낡은 패러다임이다. 경제, 환경, 사회의 공존을 추구하는 지속가능 발전이 미래의 주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기업, 소비 등 경제 각 분야에서 그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거시적 흐름 아래서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클러스터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환경, 인권, 교육, 삶의 질과 같이 우리 모두가 중시하는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고 확대하는 활동은 국가, 기업, 전통적 비영리단체를 넘어 지역공동체, 사회적기업 등에서도 발견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려면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 역시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가치 창출 구조는 아직까지 각 분야에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별 조직 차원을 뛰어넘는 좀더 광범위한 규모에서의 혁신적 가치 창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에서는 그런 혁신적 노력의 일환인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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