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미션·소통·투명성 삼박자를 갖춰라

HERI 2011. 06. 24
조회수 6957
[헤리리뷰] 희망을 거두는 모금 어떻게 할 것인가

» 아름다운재단 및 함께하는시민행동의 기부자 증가 추이 
지난 10월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아름다운재단 주최로 제2회 비영리 콘퍼런스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올해는 <희망적 모금해법, 바로 여기에>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데이터센터의 설립자인 프레드 고프 명예대표, 로빈후드마케팅의 저자인 카튀아 안드레센 등이 참석했다.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비영리 단체들이 성공적 사례와 국외의 최신 모금 트렌드를 배우고, 효과적인 모금 캠페인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였다.

“최근 들어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미국 사회도 풀뿌리 단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동시에 이런 단체들이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DataCenter)의 설립자이자 명예대표인 프레드 고프(Fred Goff)는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한 제2회 비영리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통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풀뿌리 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사회에 필요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모금 활동이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는 역량과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경제 위기와 사회 기류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국내의 비영리 단체들에 적잖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이 기부 문화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비영리 단체들이 이를 성장의 기틀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들의 내부적 역량 문제도 가볍지 않다.

한국형 요금의 해법 모색


비영리 단체가 성공적인 모금을 해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번 비영리 콘퍼런스에서는 한국형 모금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의 모금 트렌드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콘퍼런스에서 제시된 모금 성공의 열쇳말은 세 가지였다.

미션은 구체적이고 야심차게

첫째는 미션이다. 미션은 비영리 단체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체의 목적이면서 동시에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지침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실무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기부자들이 흔쾌히 돈을 내놓을 수 있는 근거로 미션이 작동해야 한다.

구루피플스의 이창준 대표는 좋은 미션의 조건에 대해 “한 문장을 넘어서는 안 되며, 어린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쉽게 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체가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온라인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하는 키바(Kiva)의 공동설립자인 제시카 재클리는 키바의 미션을 “대출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가난을 경감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막대한 기금을 축적하거나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수단이지 미션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준 대표는 “좋은 미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단체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추구하는 가치나 가지고 있는 재능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할 때 몰입하고 열정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미션은 구체적이면서도 야심 차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통은 명확하고 친절하게

둘째는 소통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성공하는 비영리 단체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소통 능력을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먼저 외부의 잠재적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작업은 단체가 하려는 일의 중요성을 명확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재적 기부자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고 그들에게 친근한 채널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홍보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었다. 웹2.0에 기반한 키바, 온라인을 이용한 해피빈, 이사들의 네트워킹 파티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등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잠재적 기부자 못지않게 기존 기부자들과 나누는 소통도 중요하다. 흔히 비영리 단체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기부금을 받은 뒤 별다른 피드백이 없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부자의 불만을 초래하여 재기부를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마크스폰의 한정원 대표는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불만족인 경우가 많다”며 “단체가 진행한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재기부율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기부자에 대해서도 단체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기부금으로 진행된 사업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실한 장기 기부자로 연결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투명성은 의무적으로 갖춰야

셋째로 강조된 것은 투명성이다. 기부자들은 단체의 미션에 동의하더라도 그 단체가 효율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 기부를 결정한다.

마포에프엠(FM)의 송덕호 상임이사는 “기부자가 믿을 만한 단체인지 판단하는 데 투명성은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투명성은 비영리 단체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일 뿐만 아니라, 모금을 위해서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조건이 되고 있다.

김해생명나눔재단의 임철진 사무총장은 “기금이 얼마나 모였고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공개하는 것이 투명성 확보의 기본”이라고 말하면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강조했다. 그는 “저금통으로 만원 남짓 되는 돈을 모아 온 어린이에게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며 “공식적인 서류 발급은 기부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신뢰를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생명나눔재단은 기금의 구체적인 지출 명세를 기금 모금에 참여한 학교 홈페이지, 재단 홈페이지, 지역사회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두루 공개하고 있다.

내부 통제 제도를 갖추는 것도 투명성의 중요한 요건이다. 특히 돈을 쓰는 사람과 전표 처리 등 회계적으로 집행하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지출을 승인하는 의사 결정자가 분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삼일회계법인의 손민 회계사는 “회계 담당자만 전문 인력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역할은 내부적으로 분담하여 시스템을 설계하면 된다”며 단체들이 접근하기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모금을 기반으로 단체가 운영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기류가 단체의 활동과 어긋나는 쪽으로 흘러갈수록 풀뿌리 모금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minn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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