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선진국 금융사들은 왜 파산했을까
124627608899_20090630.JPG
» 글로벌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겉보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관련 고위험성 파생상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보면 단기 성과에 대한 지나친 몰입,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견제장치 미비, 조직의 도덕적 해이 등 사회책임경영(CSR) 관련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 요인을 사전에 발견하고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지활동을 펼치려면 정확히 어떤 요인이 위기 때 기업을파산으로 내모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영국 주가지수 푸치(FTSE)에 편입된 선진국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와 파산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파산 기업’의 1~2년 전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를, 위기에도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우수 기업’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의 모든 지표에서 파산 기업이 우수 기업보다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사회책임경영 관리 가운데 이해관계자 관리 수준, 사회책임경영 실행 시스템 구축, 지배구조 세 가지가 특히 파산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회책임경영 관리는 기업 내부 위기관리를 위한 유용한 전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부환경이 초래한 위기 때 개별 기업이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미리 막으려면, 사회책임경영을 반드시 먼저 챙겨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배구조, 윤리강령, 뇌물과 부패, 이해관계자, 환경 등 내부 위기관리와 관련 있는 5대 사회책임경영 관리지표를 선정해,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의 전체 수준을 비교했다. 그 결과 파산 기업은 100점 만점에 평균 49점으로, 우수 기업의 57.8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대 지표 모두에서 우수 기업의 평균점수가 파산 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는 이해관계자와 지배구조 지표에서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의 차이가 가장 유의미했다. 신뢰구간 95%에서 티(T)검정 방법을 통해 비교 분석한 결과다.


사회책임경영 5대 지표 모두 낮아 


그렇다면 실제로 파산에 영향을 끼친 사회책임경영 관리의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좀더 구체적인 요인을 도출하기 위해 5개 지표의 세부 항목인 19개 사회책임경영 관리 요인을 놓고 판별 분석을 실시했다.


판별 분석 결과, 이사회 실행 여부, 윤리 시스템, 임직원 교육, 노조 및 임직원 참여, 보건 및 안전 시스템, 고객 및 협력업체 관리 시스템, 환경 시스템, 환경 성과 등 8가지 요인이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을 가르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도출되었다. 또한 파산에 영향을 미친 8가지 요인들 간의 상대적 영향력 분석 결과, 임직원 교육이 파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보건 및 안전 시스템, 고객 및 협력업체 시스템, 환경 시스템, 환경 성과, 노조 및 임직원 참여, 윤리 시스템, 지배구조 순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실시한 두 가지 통계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뒤 개별 금융회사 파산에 영향을 끼친 사회책임경영 관리 요인은 이해관계자 관리, 사회책임경영 실행 시스템 구축, 지배구조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파산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 관리가 취약했으며 이는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내부 이해관계자인 임직원 관리 수준이 파산에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124627608953_20090630.JPG
»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와 재무 안정성 분석

내부 이해관계자 관리 취약


파산에 영향을 끼친 8가지 요인 중 임직원 교육, 보건 및 안전 시스템, 노조 및 임직원 참여 항목은 내부 이해관계자(임직원)에 대한 사회책임경영 항목으로 묶인다. 실제 이 항목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금융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금융회사 직원들조차 복잡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으며, 일부는 알면서도 단기성과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상품에 대한 설명 책임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금융위기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직원에 대한 금융상품 및 윤리교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게 금융회사 파산의 직간접적 위기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정책은 있으나 실행 시스템 없어


두 번째, 낮은 수준의 실행 시스템 구축이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파산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 ‘정책’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를 실행으로 옮길 ‘시스템’은 부족했다. 파산 기업의 경우 고객 및 협력업체 시스템, 환경 시스템, 윤리 시스템, 보건 및 안전 시스템 등 전 영역에 걸쳐 낮은 실행 시스템 구축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사소하게 넘겨 버렸던 소비자 불만, 환경오염, 종업원의 안전 불감증, 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개인적 실수나 기업 외부에서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도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역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조건으로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파산 기업 중 다수는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의 정책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할 실행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인색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 중요


셋째, 지배구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관철되고 있느냐 여부가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지배구조는 이사회 실행 수준을 평가한 항목인데, 이 가운데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에서 파산과 우수 기업 간에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 경영진과, 주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이사회 사이에 의사결정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면 단기성과 개선에는 더 나을 수 있으나,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도덕적 해이와 위험한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파산 기업에 속하는 83개 금융사 중 50.6%(42개 기업)가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수 기업에 속하는 19개 금융사 중에서는 단 15.8%(3개 기업)만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영전략 키워드는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존과 균형’이다. 주주나 경영자 같은 특정 집단의 단기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경영은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다. 위기 이전의 경영은 성장 중심의 경영이고 주주 이익의 극대화만을 위한 경영이었다면, 위기 이후 경영은 지속가능성 중심의 경영이고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어야 한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은 당장의 정책 수립뿐 아니라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수반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 구축이 위기 대비의 끝은 아니다. 구축한 시스템을 잘 이행하고, 보고와 성과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핵심 경영전략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파산의 시대’ 위기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헤리리뷰] Special Report » ‘파산의 시대’ 위기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배구조 건전해야 실적도 좋다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란 주인인 주주와...

  • HERI
  • 2011.06.24
  • 조회수 8706

파산기업 연구 어떻게 진행했나

[헤리리뷰] 넉달 동안 4단계 걸쳐 분석 작업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영국 리서치기관인 아이리스(EIRIS) 및 한국CSR평가와 공동으로 수행한 ‘위기관리 전략으로서의 CSR: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산 기업 연구’는 2009년 2월부터...

  • HERI
  • 2011.06.24
  • 조회수 8684

난방비 안 드는 온실서 365일 열대작물 재배

[헤리리뷰] 제로에너지 농장 일군 공번아씨 부부 중국 전통의 축열벽 방식 응용 기술개선 이뤄지면 실용화 충분 » 난방비 안 드는 온실서 365일 열대작물 재배 경기도 이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열대작물인 파파야가 사시사철 주...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412

한국전력·삼성SDI·포스코 최고 평가

[헤리리뷰] 국내 대기업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 한국 10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한국 대기업 107곳 중에서 사회책임경영의 내부 관리체계 수준이 푸치(FTSE)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치보다 낫다는 평가...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136

내부위기 통제 미흡…위기대응 능력 크게 떨어져

[헤리리뷰]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은? »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내부...

  • HERI
  • 2011.06.24
  • 조회수 11026

벽 속에 태양열 저장…바람으로 온도 조절

[헤리리뷰] 돼지분뇨 활용하면 연중 25도 유지가능 » 기존 온실과 축열벽 온실의 특징 비교 제로에너지 비닐하우스 기술의 핵심은 해가 들어오는 남쪽을 제외한 3면에 축열벽을 세우는 것. 1.5m 두께로 벽돌을 세우고 그 안에...

  • HERI
  • 2011.06.24
  • 조회수 8884

“올 첫 시도 버섯 재배에 큰 기대”

[헤리리뷰] 인터뷰 화교 출신 공번아씨 부부 축열벽 온실로 한국농업 기여하고 싶어 » 공번아씨(사진 왼쪽) 부부 취재를 하면서 여러 차례 만난 공번아씨(사진 왼쪽) 부부는 열정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평생 모...

  • HERI
  • 2011.06.24
  • 조회수 7514

이해관계자들과 쌍방향 소통 활발

[헤리리뷰]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우수 기업 사례-대구은행 <script></script> » 대구은행은 ‘희망을 향한 동행’이란 모토를 내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중이다. 사진은 지난 5월20일 대구은행이 개최...

  • HERI
  • 2011.06.24
  • 조회수 7947

사회책임경영 관리 수준, 파산기업보다 낮다

[헤리리뷰] 국내 금융회사들은 안전한가 » 국내외 금융기업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세부요인 수준 비교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커다란 숙제를 받았다. 바로 ‘내부 체질 개선을 통...

  • HERI
  • 2011.06.24
  • 조회수 9581

‘굴뚝’ 미련 버리고 생태관광도시 도약 청사진

[헤리리뷰] 부활 꿈꾸는 ‘제련소의 고장’ 장항 국립생태원 등 3개 대안사업 추진 환경·연구·관광 결합 인프라 개발 » ‘굴뚝’ 미련 버리고 생태관광도시 도약 청사진 잊혀진 도시, 쇠락의 도시. 장항이 꿈을 꾼다. 충남 서...

  • HERI
  • 2011.06.24
  • 조회수 8483

내부관리 시스템 대수술로 정면돌파

[헤리리뷰]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들 » 유한킴벌리는 2000년대 초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을 지속해왔다. 사진은 김천공장의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직무교육 모습. 유한킴벌리 제공 증폭이냐 축소냐. ...

  • HERI
  • 2011.06.24
  • 조회수 7393

내부 관리 시스템 구멍이 공룡 금융사 파산으로

[헤리리뷰] 위기관리 실패 사례 연구 »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지난해 9월 파산 신청을 낸 뒤, 한 시민이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본사 건물 앞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라고 쓴 팻말을 ...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484

재무 우수기업 80%, 관리체계도 우수

[헤리리뷰] 재무 안정성·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유형별로 살펴보니 » 재무 안정성과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에 따른 기업 분류 위기 때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이 낮으면서 재무 안정성을 담보받을 수 있을까? 이 문제...

  • HERI
  • 2011.06.24
  • 조회수 8062

임직원 관리 소홀·실행 시스템 부재가 위기 불렀다

[헤리리뷰] 선진국 금융사들은 왜 파산했을까 » 글로벌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겉보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관련 고위험성 파생상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면밀히...

  • HERI
  • 2011.06.24
  • 조회수 8146

사랑방 문화클럽, 다양성의 토대

[헤리리뷰] 임경수의 지역 design » 사랑방 문화클럽, 다양성의 토대 생태학에서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다양성이 확보된 생태계는 안정되고 외부가 주는 스트레스에도 버텨낼 수 있다. 유전자 다양성은 한 종의 멸종...

  • HERI
  • 2011.06.24
  • 조회수 7790

사회책임경영으로 위기파고 넘는다

[헤리리뷰] » 사회책임경영으로 위기파고 넘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차게 훑고 지나간 세계경제에는 여전히 불안이 감돈다. 위기는 정말 지나갔는가. 주가가 오르고, 일부에서는 경제가 다시 안정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 HERI
  • 2011.06.24
  • 조회수 7150

“이젠 엄마랑 대화할 수 있어요” 다문화 가정 자녀들 웃음 활짝

[헤리리뷰]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현장을 가다 <1> 하나금융그룹 » 베트남 유학생 교사인 타오가 토요 베트남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시청각 교재를 활용해 베트남의 음식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지난해...

  • HERI
  • 2011.06.24
  • 조회수 7460

이젠 ‘반대’보다 ‘대안’ 필요…사회적기업이 해답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참 신나는 옷’ 전순옥 대표 » 전순옥 대표는 착한 기업이 질 좋은 제품을 들고 나와, 소비자를 설득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빠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436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상호 장단점 분석해 ‘윈윈’ 도출

[헤리리뷰] HERI의 지상컨설팅 ‘사회적 일자리’ 사업 함께할 연계기관 찾는데 Q 저희 단체는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여 조리사로 훈련시킨 뒤 사업에 투입하고 있는데, 올해 초 ...

  • HERI
  • 2011.06.24
  • 조회수 8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