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 리뷰] 국내 ‘사회적 기업가’ 심층 분석

경영철학과 가치관
나의 일에 ‘만족한다’ 88.9%. 이 가운데 ‘매주 만족한다’는 응답도 33.3%나 됐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사회적 기업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내비친 만족도는 무척 높은 편이었다. 안으로는 빈틈없이 조직을 관리하고, 밖으로는 냉혹한 경쟁에 맞서야 하는 이 기업가들을 이처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첫 매듭은 사회적 가치와 시장·성장이라는 두 종류의 열쇳말이 팽팽게 맞서고 있는 그들의 의식 속에서 찾아야 했다. ‘착한 일을 하며 돈도 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자본주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첫 계명이다.


■ 사회적 약자 배려 의식 강해

무엇보다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은 일반 영리기업의 경영자들과 견줘 ‘가치지향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우선 ‘사회적 기업가와 영리기업의 경영자 사이에 경영목표 상의 분명한 차별성이 존재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79.0%가 ‘존재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이들 가운데 96.9%는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을 가장 커다란 차이로 꼽았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가 가운데서도 영리기관 근무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똑같은 물음에 대해 내놓은 응답 비중은 각각 60.0%와 88.9%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흥미롭다.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지원’(65.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가의 이런 가치체계는 구체적인 경영행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직원을 채용할 경우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약자 계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70.4%)는 의견이 ‘효율성을 위해 능력 위주로 직원을 뽑겠다’(28.4%)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 “시장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은 수익성을 고려하는 ‘경영자’로서의 의식도 분명히 함께 드러냈다. 무엇보다 전체 응답자의 69.1%는 사회적 기업가와 비영리기관의 운영자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사회적 기업의 운영방식이 일반적인 비영리기관의 운영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르며, 수익성이라는 잣대 역시 중요하다는 의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 수익을 거두기 위한 필요조건의 중요도를 묻는 물음에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93.8%)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정부의 지원 확대’(80.2%), ‘영리기관과의 협력’(66.7%) 등을 크게 앞질러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의 경영목표는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되, 그 목표에 이르는 방식은 분명 경쟁과 성과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시장’과 ‘경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사회적 기업가와 일반 영리기업 경영자 사이에 시장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견은 겨우 33.3%에 그쳐, 경영목표나 조직운영 상의 차이에 견줘 현저하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 역시 일반 영리기업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경쟁이라는 방식과 시장이라는 무대 자체는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과나 효율성에 대한 평가 역시 비슷했다. ‘조직 구성원 사이에 보수나 승진 차이가 나는 것이 조직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58.0%)는 의견이 그 반대 경우(42.0%)보다도 많았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orgen@hani.co.kr


사회적 기업가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란…’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은 사회적 기업을 어떻게 정의할까? 보기를 제시하지 않고 자유로운 대답(복수응답)을 주문했다. 답변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일자리 제공 및 취약계층 자활복지 제공’과 관련된 대답이 68.9%로 다수를 차지했다. 또 ‘국가를 대신해 공공영역에서 사회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대답도 13.5%나 됐다.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모습은 ‘기업’보다는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이라는 개념에 더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결과는 현재 국내 사회적 기업의 주요 사업영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느냐’는 물음에서 ‘취약계층 고용’이라는 대답이 65.4%로 다수를 차지해 자활·일자리 제공이 주 사업영역인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기업을 ‘사회적 가치, 미션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정의하는 대답도 많았다.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18.5%), ‘사회적 가치실현을 우선시하는 기업’(9.9%) 등 이와 관련된 응답도 46.8%였다.

이 밖에 ‘노동가치를 실현하는 기업’, ‘공정한 이익분배를 하는 기업’, ‘역할과 권한을 나누고 협동하는 기업’,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기업’, ‘사회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방식의 혁신기업’ 등 대체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묶일 만한 대답도 24.4%로 적잖았다.

또,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기업’,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지역사회 복지활동을 주도하는 기업’ 등 ‘지역복지 제공 및 지역공동체 유지’와 관련된 대답이 7.4%였고, ‘사회와 기업이 이루어내기 어려운 분야에 기여하는 기업’ 등 기타 의견은 8.4%였다.



이화주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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