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 리뷰] HERI의 지상컨설팅

새로운 보육 상품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Q 부산 지역에서 5년째 보육사업을 하는 비영리기관입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가정으로 찾아가 학교 공부도 도와주고 예체능이나 창의력 교육과 같은 전문 교육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보육을 결합한 파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희 서비스는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현재 50명의 교사가 15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모두 정부 및 기업의 지원으로 무료 교육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입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관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유료 보육 서비스 상품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보육은 물론이고 전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교사들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나름의 노하우도 있기 때문에, 유료 서비스 상품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보육 서비스를 얼마에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용에 맞춰 가격을 결정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가 너무 비싸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지만, 유료로 제공하기엔 영리기업에 비해 전문성도 부족할 것 같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져 그 기대를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가로 시장에 진입할까도 고민 중입니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우리 기관의 새로운 유료 서비스 상품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A 비영리기관들이 영리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할 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원가를 고려하지도 않고 저가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정도 매출로는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때는 이미 늦습니다. 갑작스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상품을 바꿀 수도 없으니까요. 때문에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때 올바른 가격 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준은 다양하지만 가장 현명하고 위험이 작은 방법은 소비자로부터 가격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때 포인트는 ‘누구’를 위한 가격인지와 ‘무엇’ 때문에 돈을 지불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시장 안 좋을 땐 충성고객에 맞추는 게 유리

가격을 받아들여주길 원하는 사람, 즉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먼저 명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현재의 고객들을 목표로 할 것인가, 잠재 고객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신규 고객보다는 충성 고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고객을 목표로 하는 게 좋습니다. 반면, 성장 사업이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상품이라면 기존 고객이 이탈하더라도 신규 고객이 생길 테니 잠재 고객을 기준으로 시장 적정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때 비용과 미래 상황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잠재 고객을 위한 가격을 찾아 내려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기존 고객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면 당장 판단은 쉽겠지만, 현재의 고객이 속한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언젠가 시장을 키우고 싶을 때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 고객이 지불하던 가격이 0원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한다면 자칫 이윤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저가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 인상률이 높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결국 다른 고객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잠재 고객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비스 가치를 조각조각 분해하라

최근 상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시장 변화가 빨라져 중간에 가격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누구를 기준으로 할지 정했다면, 다음은 그 고객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주머니를 여는지 알아야 합니다. 적절한 가격이라는 것은 고객이 생각하는 상품의 가치가 얼마인지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어떤 이유로 상품을 구입하고 있고 상품의 가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죠. 다시 말해, 서비스의 가치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조각조각 분해해서 소비자가 무엇 때문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가격을 설정하는 방법은 3단계로 구성됩니다. 1단계는 상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속성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고, 2단계는 소비자들이 어떤 속성 때문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상품이 어떤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바탕으로 얼마의 가격을 붙이면 될지 계산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기관의 보육 서비스 상품을 구입할 때 어떤 소비자들은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기준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어떤 소비자들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잘 돌봐주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속성들이 보육 서비스 상품의 가치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속성이 다름에 따라 지불하는 금액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아보면 고객들이 생각하는 속성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보육 서비스 상품의 속성 수준을 경쟁 업체와 비교해 가격을 결정하면 잠재 고객이 느끼는 우리 상품의 가치에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어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이 탄생합니다.

소비자로부터 도출된 가치의 속성을 바탕으로 좀더 매력적인 상품이 되도록 수정한다면, 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서 수익을 높일 수 있겠죠?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minnings@hani.co.kr


소비자 ‘패키징’의 힘


여기 포도가 두 송이 있다. 두 명의 손님이 한 송이씩만 사고 싶다며 각각 1000원과 3000원을 내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문제. 과일 장사는 포도를 얼마에 팔아야 할까? 정답은 ‘한 사람에게는 1000원에, 다른 한 사람에게는 3000원에 판다’이다. 두 명의 손님이 제시한 가격의 평균인 2000원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럴 경우 1000원에 구입하겠다고 말한 손님은 구입을 포기하기 때문에 과일 장사의 수입은 3000원뿐이다. 그렇다고 두 손님을 모두 잡기 위해 1000원을 제시했다가는 수입은 2000원으로 전자보다 더 적어진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한, 10명의 소비자가 있는 시장에서 가장 적절한 가격이란 10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시장, 즉 판매자보다 소비자의 힘이 더 큰 시장에서는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게 된다. 휴대전화 요금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통신사들은 고객을 최대한 세분화하여 작은 차이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한다.

개인별로 맞춤형 상품과 가격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상당히 힘든 일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비슷한 소비자들을 묶어 그룹을 만들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그룹을 정하는 일이 상품에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는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덧붙여 가격에는 특정 소비자 그룹에서 우리 제품이 어떤 위치를 선점할 것인가, 즉 포지션에 대한 전략이 반영되어야 한다. 예컨대,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화장품을 판매할 계획이라면 제품의 가격은 20대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평균 가격보다 고가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 홍보나 유통 등 마케팅의 다른 요소들도 이렇게 설정된 타깃과 포지션에 맞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지속가능경영·사회적 기업 등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계세요? 한겨레경제연구소가 ‘HERI의 지상컨설팅’으로 여러분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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