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역산업 희망프로젝트
경북 문경 오미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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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오미자를 다듬고 있는 문경 농민들.

기술지원 대가로 ‘문경산 사용’
고령농가 소득증대에 큰 기여
공무원 팀워크도 성장 원동력

 

 

세계 최초로 가공식품 개발. 전국 총생산량의 45% 점유. 대한민국의 친환경 농산물 대표 브랜드.

 

불과 수년 사이에 문경의 오미자산업이 이뤄낸 성과다. 무엇보다 문경 오미자산업은 지역의 농가와 가공업체, 공무원이 합심해 이뤄낸, 이른바 내발적 지역발전을 구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차(농가)-2차(가공업체)-3차(관광) 산업의 연계가 탄탄하고, 특히 지역 농가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경에서 준고랭지 작물인 오미자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무렵이다. 당시 새 소득작목 개발에 나서면서 오미자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재배하기가 어렵지 않아 고령 노동력이 감당할 수 있고,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고지대 유휴지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998년 53농가 16㏊에 불과했던 오미자 재배면적은 6년 만인 2004년에 270가구 150㏊로 늘어났다. 그해 생산량이 390t으로 무주를 제치고 전국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709농가의 550㏊ 재배면적에서 무려 2500t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오미자 재배로 벌어들이는 가구당 평균수입도 연 27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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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빛 오미자 막걸리를 생산하는 문경주조의 홍승희 대표(왼쪽).
한약재를 식품으로 ‘발상 전환’
 

문경 오미자산업의 성과를 들여다보면 여러 혁신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2003년 말 재배농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은근히 과잉공급을 걱정하던 때였다.

 

“농협이 수매한 오미자 3t이 비에 젖어 못 쓰게 됐지요. 붉은 물이 흘러내리기에 찍어먹어 봤죠. 맛이 괜찮았습니다. 인터넷에 오미자즙을 올렸더니 3일 만에 다 팔리더군요. 가공기술을 개발해 오미자 신시장을 창출하자고 제안했고, 2004년 말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갔습니다.”(문경농업기술센터 김미자씨)

 

세계 처음으로 한약재 이외의 오미자 가공상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음료와 차는 물론이고 화장품과 주류, 과자에 이르기까지 100종이 넘는 다양한 오미자 상품이 쏟아졌다. 오미자는 한약재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것이다.

 

문경농업기술센터에서는 2006년 자체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사과계와 오미자계를 신설했다. 작목의 이름을 딴 공무원 조직이 생긴 것은 그때가 전국 처음이었다. 당시만 해도 오미자는 문경 내 농가소득 기준으로 15위에 불과한 작목. 미래를 내다보고 오미자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지금 오미자는 농가소득으로는 문경 내 4위 작목이고, 2차 가공산업을 포함한 종합소득으로는 3위 작목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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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자 사진전을 찾은 외국인.

 

창업 보육과 농가소득 연계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의 각 단계에서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폈다.

 

그중에서도 문경만의 가공생산 역량이 돋보인다. 문경은 일찌감치 농산물가공지원센터라는 기술개발 기지를 설립했다. 가공지원센터가 자체 보유한 특허만도 12건, 상표등록이 60점에 이른다. 문경에 정착하는 가공업체들은 가공지원센터의 특허 기술을 무상으로 이전받고 창업자금을 지원받는다. 문경 사례를 본떠 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세우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예비 사업가들은 1년 동안 가공지원센터의 기술과 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창업보육 기회를 제공받고, 3000만원 이상의 매출력을 갖출 때 창업의 길을 걷게 된다. 가공지원센터의 지원에 힘입어 문경의 가공업체는 2005년 1곳에서 5년 만에 44곳(총매출 604억원)으로 불어났다. 출시한 상품은 120종에 이른다.

 

무상지원을 받은 가공업체들이 요구받는 반대급부는 단 한 가지. 100% 문경산 오미자를 사용한다는 약속이다.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농가재배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구조로 가자는 것이다. 실제로 문경 농가에서 재배한 오미자 전체 물량의 54%가 가공업체로 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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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오미자를 다듬고 있는 문경 농민들.

문경은 오미자 공동브랜드 레디엠(rediM)을 개발했다. 대한민국 친환경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로 공인받은 레디엠은 1·2차 산업인 문경 오미자의 명성을 문경새재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경새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오미자 전문음식점과 오미자 상품은 좋은 먹을거리와 살거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농어촌공사에서 신활력사업 심사평가를 맡고 있는 박창원 차장은 “문경 오미자는 생산단계부터 철저한 친환경과 생산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명품 브랜드의 기초를 튼튼하게 했다”며 “정부의 신활력사업 지원을 받아 지역산업 기반을 잘 일으켜 세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산지소 문화의 정착

 

문경의 오미자는 고령농 소득증대 사업으로 시작됐고, 지금도 그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500여 오미자 농가가 밀집해 있는 해발 300~700m의 황장산 일대 동로면은 수년 전만 해도 문경에서 가장 못사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오미자 소득이 증가하면서 지금은 문경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해마다 50가구 정도 들어오는 귀농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마을도 동로면이다. 지난해에 동로면의 오미자 재배 농가는 오미자 재배로만 가구당 연 3000만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오미자 농사는 투입비용이 사과 농사의 절반에 불과해 수익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경에서 생산하는 오미자는 전체 물량의 70%가 지역에서 소비된다. 가공업체로 들어가는 물량 54% 외에 16%가 지역민들의 가정에서 소화된다. 문경의 2만2000가구 중 1만5000가구에서 해마다 20~30㎏의 오미자를 집에서 담그고 있으며, 직거래로 직접 판매하거나 친지에게 전달하는 물량까지 합하면 가구당 평균 40㎏을 소비한다.

 

농업기술센터의 이우식 오미자계장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문화의 정착은 농가 소득의 안정화로 이어지면서 모든 문경시민을 오미자 홍보 전도사로 만드는 브랜드 강화 효과를 낳고 있다”며 “1000명 가까운 개인고객 명단을 갖고 있는 주민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속가능한 공무원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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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 오미자산업의 성장 추이

문경 오미자산업에서는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전국적 명성을 얻은 시장이나 기업 또는 기업의 대표, 하다못해 똑똑한 외부 전문가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문경 오미자산업의 혁신 틀을 가꿔온 사람들은 의외로 평범한 시골 공무원들이다. 5년에서 10년 이상 같은 일에 매진해온 공무원 조직의 팀워크가 내실 있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문경농업기술센터의 오미자계를 이끈 이우식 계장은 2005년 이후 죽 오미자를 담당하고 있다. 바로 옆의 사과 담당 계장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농업기술센터의 김미자씨는 44개 가공업체의 창업을 뒷받침한 산증인이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김씨는 공무원이 된 뒤 18년 동안 농산물 가공 지원업무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적이 없고 필요성도 못 느꼈다”며 “오미자에 전념하다 보니 문제점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공무원 조직이 안정되면서 외부 업체와의 신뢰가 돈독해지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났다. 길게는 10년 동안 거래를 이어온 디자인과 기술개발 분야 업체들의 애정 어린 지원이 적지 않은 힘이 됐다.

 

 

문경/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문경시 제공

 

 

한계와 과제

공급과잉 위험 노출…기업가정신 강화해야

 

문경의 오미자 산업은 성장 궤도에 올라서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업 기반 자체가 취약한 대한민국의 농촌지역에서 이 정도의 성장동력과 지역밀착형 구조를 이뤄낸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산업의 규모나 경쟁력을 놓고 보면 갈 길이 아직 멀다.

 

먼저, 공급 과잉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오미자 산지의 원조 격인 무주뿐 아니라 문경과 비슷한 산간 지형이 있는 인근의 상주·단양 등지에서도 오미자 재배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브랜드를 선점했다는 점이 강점이나, 공급의 과잉은 수익성의 하락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 문경 오미자의 수맷값은 3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가공업체의 역량이 모자란다. 5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 4곳으로 늘어났지만 업체당 연매출이 평균 14억원으로 여전히 영세하다. 오미자 재배농가에서 가공공장을 겸하는 곳도 10곳이 넘는다. 자체적으로는 44개 업체 중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곳을 10개 정도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 업체도 많다. 끝없이 혁신을 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스스로 갖추지 못하는 한, 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셋째, 중국의 등장이다. 한약재 오미자의 원조인 중국은 곳곳에 광대한 오미자밭을 보유하고 있다. 문경 오미자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재배와 음료 개발을 결합한 수출산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것보다 턱없이 값싼 중국산 오미자액이 본격적으로 상품화할 경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국외시장에서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국내로 밀려들어 오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

 

문경 쪽에서 생각하는 오미자산업의 전략적 방향은 수출시장 개척과 명품화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시음대회에 출품하는가 하면, 국내의 한류스타 20명을 섭외해 ‘한국의 스타들이 마시는 오미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3~4년 안에 확실한 명품 이미지를 세계시장에서 굳힌다는 게 문경의 야심이다. 기업가정신 고양을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과 외부 인사 강연 프로그램 등을 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경 오미자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와 집적화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의 전문 역량 수혈에 적극 나서고, 오미자 업체들이 모인 농공단지 등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상품 개발과 규모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규모화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지역과 지역민이라는 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경시에서 제공한 기술과 시설로 재배농가에서 직접 가공상품을 생산하는 대형 오미자 플랜트의 설치도 바람직할 것이다. 재배농가에서는 별도 시설투자 없이 오미자액을 생산함으로써 부가가치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시에서는 판로를 열어주는 몫까지 맡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문경의 농산물가공지원센터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사과즙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문경/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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