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한중일 지속가능경영]
10억원 벌 때마다 ‘잃는’ 나무는 몇 그루?

성과분석
삼성전자, 도요타 그리고 바오산철강…. 한 해 매출만 수십조 원은 족히 올리는, 한·중·일 세 나라의 내로라하는 대표기업들이다. 그럼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잣대로 쟀을 경우, 세 나라 대표업종의 대표기업들이 이처럼 엄청난 매출을 거두기 위해 치르는 ‘기회비용’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색다른’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세 나라의 대표기업 7곳을 추린 다음, 이들 기업이 펴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분석해 우리 돈으로 환산한 매출액 10억원당(2006년 기준) 환경 훼손 규모를 추산해 봤다.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얼추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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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공장 ‘안’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2006년 한 해 동안 현대자동차가 생산해 낸 자동차는 모두 267만410대, 매출액은 27조3354억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선 175만9천톤의 이산화탄소가 덩달아 쏟아져 나왔다. 그것도 1685만2천톤의 물을 빨아들이고서 말이다. 차 1대를 만들어낼 때마다, 그리고 매출액 10억원을 올릴 때마다 각각 0.66톤, 64.4톤의 오염물질을 쏟아낸 셈이다.
 여기서 잠깐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하는 ‘탄소중립 표준공식’을 떠올려 보자. 오염된 공기를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필요한지를 따져 오염 정도를 가늠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공기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 1톤을 없애기 위해선 한 해 동안 360그루(30년생 잣나무 기준)의 나무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선한 산소를 뿜어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대표주자 현대차는 238그루의 나무를 대가로 차 1대를, 2만3184그루의 나무를 대가로 매출액 10억원을 손에 쥐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도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재는 좋은 잣대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2006년 물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은 각각 6298만7천톤과 38만800톤에 이른다. 이 해 삼성전자가 거둔 매출액(85조4300억원)과 견주면, 우리가 매출액 10억원과 엇바꾼 것은 바로 737.3톤의 물과 4.46톤의 폐기물이란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물의 양은 대략 285리터.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대략 한 사람이 7년 동안 쓸 수 있는 물을 쏟아부어야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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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기업 성과 상대적으로 ‘우수’
 뭐니 뭐니 해도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을 덜 배출하고, 물은 덜 사용할수록 바람직한 법. 기업 7곳의 성적표를 나란히 세웠더니 업종별, 나라별 특성도 눈에 띈다. 우선 업종별로는 아무래도 전자 < 자동차 < 철강 업종 차례로 환경 훼손 정도가 심한 편이다. 생산 공정에서 차이가 나는 탓이다. 매출액 10억원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포스코(3198.8톤)의 환경 훼손 규모는 도요타(36.2톤)의 88배에 이른다. 신일본제철(16827.7톤)은 현대차(616.5톤)보다 27배나 많은 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 사이의 격차는 지속가능경영의 성과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편이다. 철강업종에선 기준마다 성적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신일본제철이 포스코나 바오산철강에 견줘 약간 앞서나가긴 했으나, 매출 10억원당 물 사용량(16827.7톤)에선 오히려 포스코(6007.1톤)와 바오산철강(6791.9톤)에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 가전업종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소니의 비교에선 소니가 앞섰다. 삼성전자는 소니에 견줘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3배, 물 사용량은 2배, 폐기물 배출량은 1.6배나 많았다. 이는 소니와 달리, 삼성전자의 사업 모델이 순수 가전뿐 아니라 반도체·엘시디(LCD) 분야까지 아우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종에서도 현대차에 견줘 도요타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유럽 ‘한발짝’ 앞서가고 아시아는 ‘추격 중

세계 자동차업체 성과 비교해보니 현대차 조사대상 10곳 중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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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대표기업과 서구 주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을까? 차이가 있다면 얼마만큼일까?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되는 자동차업종을 예로 분석해 봤다. 비교 대상은 <포춘> ‘글로벌 500’에 속하는 자동차업체 가운데 2006년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낸 기업으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차 1대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기준으로 서유럽 업체들이 ‘한발짝’ 정도 앞서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과 일본업체들은 미국업체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우수했지만, 서유럽의 선두 업체에는 다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만큼 앞서 문제점을 깨달았느냐와,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아부었느냐가 성과를 가른 첫 번째 이유였다.
  비교 대상에 오른 업체 10곳 가운데,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를 거느린 피에스에이(PSA)의 성적이 가장 뛰어났다. 피에스에이는 2006년 한 해 동안 335만6859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62만326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1대 생산당 배출량은 0.19톤이다. 이는 차 1대를 생산하면서 포드(1.19톤)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의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설비를 갖췄다는 얘기다. 피아트와 페라리 등을 생산하는 피아트그룹(0.23톤)이 피에스에이의 뒤를 이었다.
  아시아업체 가운데서는 일본의 미쓰비시(0.25톤)와 마쓰다(0.34톤)의 성과가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0.66톤)는 비교대상 업체 10곳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는 매출액 10억원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선 도요타보다 많았음에도, 차 1대당 배출량은 오히려 도요타(0.88톤)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의 대당 평균 판매가격이 도요타보다 낮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1대당 배출량은 2005년 0.74톤에서 2006년 0.66톤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1위 업체인 피에스에이에 견주면 아직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최우성 기자


지속가능경영 분석 어떻게 진행했나

한겨레경제연구소는 한·중·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분석을 크게 ‘투명성’과 ‘성과’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진행했다. 우선 ‘투명성’에 관한 분석 작업은 GRI에서 발표한 ‘G3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아 이 가이드라인에 담긴 핵심지표 49개가 요구하는 정보를 분석 대상 기업이 얼마만큼 공개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각 영역별로 정보공개 여부를 확인한 뒤, 이를 만점(100)을 기준으로 환산해 정보공시율을 구했다. ‘성과’ 분석은 실제로 공개된 기업 정보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의 기초가 되는 자료 수집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표준인 GRI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자료를 일차적인 기준으로 삼았다. 또 기존의 연구가 주로 대상 기업에 대한 평판 조사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이번 분석 작업은 각 기업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원자료로 삼아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예비조사 작업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마지막으로 한·중·일 대표 기업과 각 나라의 관련 기관을 직접 방문해 지속가능경영 분야 담당자를 인터뷰함으로써 질적 분석과 검증 작업을 거쳤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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