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저탄소 경영’ 소통 없인 기회도 없다

HERI 2011. 06. 24
조회수 10099


탄소경제’(Carbonomics)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외국 정부와 기업들은 기후변화가 위협 요인이면서 동시에 성장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저탄소 경제를 이끌어가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 국가단위의 녹색성장 논의가 오가는 지금, 우리 기업들의 저탄소 녹색경영의 현황은 어떤지, 기업, 시민단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의견을 모으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자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참석자
박주원 한국CSR평가(주) 상무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
정인모 현대자동차 환경정책팀 부장
조홍섭 <한겨레> 기자
황상규 환경운동연합 정책처장
허탁 건국대 교수


■ 왜 저탄소 경영인가?

사회 저탄소 경영이라는 이슈가 제대로 논의되려면 개념 정의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저탄소 경영을 보는 시민단체, 기업, 정부의 시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

허탁 교수(이하 허) 저탄소는 이산화탄소만이 아닌 온실가스 전체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자원의 소비량을 줄이고 저탄소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데에 있어 여러 사회구성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 누리는 복지 수준을 가능한 유지하면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

정인모 부장(이하 정) 저탄소 경영은 기업의 궁극적인 과제이다. ‘green is green’(환경=돈)이란 말도 있듯이 친환경이면서 동시에 경제성도 함께 가져야 한다. 환경과 산업과의 균형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저탄소 경영은 자동차산업의 모든 과정에서 도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아주 중요한 경영 전략 중 하나이다.

조홍섭 기자(이하 조) 저탄소라는 이슈를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과제였지만 시민단체 등의 관심이 부족했던 점이 있다.

황상규 정책처장(이하 황)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위해 의견을 모아나가는 과정인데 지금 정부가 약간 앞뒤 맥락이 안 맞는 행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저탄소 경영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린벨트, 군사보호지역 등의 해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신뢰성이 부족하고 일관되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양춘승 이사(이하 양) 저탄소 경영이라고 하면 초점이 기업 경영쪽에만 맞춰지는 것 같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저탄소 사회나 저탄소 패러다임과 같은 표현을 써도 좋겠다. 요즘은 ‘green to gold’(녹색에서 황금으로)라고도 한다. 기업의 목적과 친환경 경영은 별개가 아니다. 소비자가 상품 하나를 사더라도 온실가스 포함이 어느 정도 되나 비교하며 사려는 노력을 할 때 저탄소 사회가 정착된다. 이처럼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할 때 온실가스 감소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저탄소 시대가 기업에 미치는 위험과 기회

자동차산업에서는 2만개의 부품이 모여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져 팔리고 수리된다. 이런 전 과정에 탄소가 기본적인 소재이다. 따라서 저탄소 경영은 자동차산업에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현재 2004년까지 1km 주행거리당 탄소량을 170g으로 줄였고 2012년에 130g까지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체에 걸쳐 에너지 효율이나 생산체계 개선을 위한 기술의 개발과 이전이 필요하다.

사회 130g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

일종의 자발 협약이지만, 유럽에서는 사실상 강제적이다. 아반떼 급이 130g에서 160g 왔다갔다 하는데 소형차라고 하더라도 130g이라면 상당히 작은 것이다. 170g에서 130g으로 단계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대형차는 팔지 못하고 소형차만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독립변수로 보지 말고, 사회와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봐야 한다. 영국계 백화점인 막스앤스펜서에서는 제품 하나하나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표기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것을 다 누리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박주원 상무(이하 박) 기후변화에 대해 국내 1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긴박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환경에 대해 언급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기업에도 측정의 방법을 표시하지 않는 등 보완할 점이 많다.

대통령의 말 때문에 갑자기 이슈화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의무감축국가가 아니어서인지 기업의 대응도 미미하다. 저탄소 경영에는 2가지 접근방식 있다고 본다. 자연과학적 접근은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는가로 접근한다. 반면 사회과학적 접근은 이 문제를 돈을 버는 기회로 인식한다. 저탄소 경영을 기업 활동의 기회로 여긴다면 호기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너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서라면 기후 관련 협약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대통령의 한마디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국제사회 속에서 크게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의 저탄소 경영의 의지는 시민의식, 정부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저탄소, 기후변화는 이미 중요한 정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 경영이 그렇게 상위정책으로 될 만큼 여건이 무르익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저탄소 경영 문제가 공중에 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저탄소 경영 계획이 진정성이 없어 보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종 업종이라도 기업에 따라 저탄소 경영을 바라보는 전략이 다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은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도 있고 어떤 기업은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일률적인 잣대로 밀어붙이면 저탄소 경영이 아니라 저탄소 규제가 될 수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밀고 나가면 수백 년 끌고나갈 화두가 꽃피기도 전에 시들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 정부 정책 현황과 보완할 부분

저탄소 경영과 관련해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 정부이다. 정부가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가며 중장기 목표, 단기 목표 등을 세워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가면 올바른 역할을 하기 힘들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 확보의 측면에서 생산성 개념만 생각하는 것 같다. 녹색경영은 본질적으로 성장과는 어느 정도 상충된다. 성장을 위한 부수적 요인으로 녹색만 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성장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진정한 녹색성장이 될 수 없다.

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돌이 부족해 석기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다 떨어지기 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회 전체가 왜 저탄소 경영을 해야 하는지 궁극적인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고 난 후 일관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엔지오는 정부 정책에 늘 비판적인 게 일반적이지만, 솔직히 이번 저탄소 관련 정부발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단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탄소 경영을 위한 실무추진단이 환경부보다는 정책 조율을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상위조직에 두어야 한다.

에너지소비량이 많다고 사람들이 잘사는 것은 아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일정량 이상 넘어가면 행복지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우리가 처한 환경적인 조건이나 인구밀도나 국민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감안해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 저탄소 경영 관련 전문가 그룹의 역할

환경경영,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에 대해 외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봤는데 선진 국가에서는 참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제품을 볼 때 안전성, 탄소 둘 다 고려하고 있었다.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고, 다양성에 대해 합의하는 자리가 있고, 진정한 합의를 이뤄가는 부분이 중요하다.

한국 현실에 대한 분석이나 리서치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을 디자인할 때 우리나라의 특유한 문화에서 비롯된 리스크를 파악하고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한국적 특성에 대한 연구와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문가들 간의 집단 네트워킹이 필요한데 막상 시도해 보면 학교나 연구자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한편 전문가 그룹의 의견에 대해 기업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대화하며 적극 참여해 주면 좋겠다.

녹색경영이든 녹색성장이든 소통의 문제를 해결 못하면 실현되지 못한다.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가 기회인 건 사실이지만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고통과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 거저 얻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정리=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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