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탄소 공개 안 하면 투자유치 때 불이익

HERI 2011. 06. 24
조회수 7399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역학관계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정치·경제적 문제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유럽과 미국의 풍부한 금융자본, 산업계의 치밀한 전략가, 그리고 정치가 등이 함께 부각시킨 글로벌 아젠다다. 세계는 지금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녹색전쟁을 벌이고 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이하 CDP)는 이러한 배경하에 진행되고 있는 금융기관 주도의 녹색전쟁이라 할 수 있다. CDP는 글로벌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전 세계 주요 상장회사로부터 탄소배출과 관련한 데이터와 기업 경영전략 등의 정보를 설문을 통해 요청하고 수집한 후, 이를 토대로 연구·분석을 수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이자 수행기관의 명칭이다.

올해 진행된 제6차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6)에는 385개 전 세계 금융기관이 이 이니셔티브에 서명했으며, 이들의 자산규모만도 57조달러에 이른다. 서명은 기업의 탄소경영을 투자와 융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겠다는 금융기관의 의지와 실천을 공표하는 행위로, 우리나라는 신한은행, 대구은행 등 8개 기관이 서명했다.

기업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경영상의 리스크와 기회, 온실가스 배출량,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회창출 전략, 기후변화 거버넌스 구조 등에 대한 답변을 CDP로부터 요청받는다. CDP6에는 3000개 이상의 기업 중 1550개가 넘는 기업이 이 설문에 응답했다. 자발적인 참여방식임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CDP 서명기관과 응답 기업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lA), 에코프론티어 등 3개 기관이 CDP한국위원회를 발족시켜 올해부터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최근에는 한국보고서도 발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CDP 대응은 아직 미흡한 편이다.

지난 1월14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CDP6 응답률은 32%이다. 특히 시가총액 기준 50대 기업 중에서는 16곳이 응답에 참여했다. 이 수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평균인 28%보다 약간 높지만 72%인 일본, 77%인 ‘글로벌 500대 기업’ 평균보다 한참 아래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명확한 규제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경제적 인식 부족과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재 등이 근본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투자기관은 현재 기업평가에 온실가스 대응전략을 반영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탄소경영을 못하는 기업은 기업채 발행이 힘들어져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CDP는 부족하나마 솔직하게 탄소경영 실태를 공개한 기업을 아예 응답하지 않는 기업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기업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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