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넓은 세상 다른 시각 
영국 연립정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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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영국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당 정치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상징적으로 빅벤을 처형하는 시위를 벌였다. AP 연합뉴스
 
민주주의의 본고장 영국에서 정치가 환골탈태하고 있다. 2010년 총선 결과, 13년간에 걸친 노동당 집권이 끝난 동시에 1930년대 이후 최초로 (전시가 아닌 평화시의) 연립정부가 탄생했다. 자유민주당과 보수당이 연합한, 사회적·경제적으로 중도 성향을 띤 연립정부가 순항한다면, 노동당이 좌를, 전통적 보수당이 우를 점하는 구도였던 영국 정치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최대 당면과제인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부적 모순이 분출될 수도 있다.
 

자유주의적 세계관 공통분모

 

그러면 앞으로 영국 정치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현재의 영국 정치지도를 살펴보면, 새 정부는 기이한 야수와 같다. 사실 새 정부는 두 정당의 연립이라기보다는 4개 정파의 연합이다. 공동 정부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지도부의 합의로 탄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당 지도부의 회합은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상대방에게서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찾았다. 모두가 사립학교를 다녔고, 중년이며,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이고, 사회·경제적으로 자유주의적 견해를 가진다. 공통적 세계관을 가졌다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그들은 경제, 공공서비스, 시민의 자유, 정치개혁 방향에 대해 충분한 공통분모를 나누고 있다.

 

연합의 양극단은 보수우익 세력과 좌파적 자유민주당 세력이 차지한다. 극단적 대처주의자들인 보수우익은 부자 증세와 서민 감세를 주장하는 자유민주당에 양보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결혼과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들은 데이비드 캐머런이나 닉 클레그와 같은 대도시 성향의 자유주의자들이 이끄는 연립정부에 함께하고 있는 것에 불편해하고 있다. 또한 이들 두 보수그룹 모두 자유민주당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에 대해 반대한다.

 

반대편에 서 있는 자유민주당을 보면, 경제적 자유주의의 성향을 가진 정당 지도부들보다 훨씬 더 강한 사회민주주의적 견해를 취하는 이들이 있다. 찰스 케네디 자유민주당 전 당수는 보수당과의 연정에 반대하고 차라리 노동당과의 연합을 주장했다. 좌익 성향의 사이먼 휴스가 당 부총재로 선출된 것은 이들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이 당의 진로를 두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치역학상 보수당과의 연정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많은 자유민주당원들조차도, 연정 참여가 다음 선거에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여부가 변수

 

과연 연정은 유지될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는 양당 지도부가 비판적인 당원들을 만족시킬 정책적 의제를 만들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보수당의 캐머런은 무엇보다 당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차지한 점을 내세울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당이 이민(통제의 강화), 유럽 통합(국외로의 추가적 권력 이전 중단), 복지 개혁(실업급여 감독 강화), 재정적자 감축(예산 삭감 합의)에 대한 전통적 보수주의 견해에 동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유민주당 관점에서 보면, 연정의 성공 여부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얻어내는 데 달려 있다.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통과된다면, 자유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다당제적 의석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자유민주당이 연정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1920년대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정권에서 소외되었던 자유민주당에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연정이 유지되면서, 노동당 좌파와 보수당의 대처주의 우파와 경쟁하며, 중도우파 연합이 세력을 굳혀가는 방향으로 영국 정치가 재편되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국민투표가 실패로 끝난다면 자유민주당이 연정에 남을 유인이 사라질 것이다. 이 경우 모든 합의들이 힘을 잃고 자유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다.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둘째 핵심 변수는 경제상황이다. 연립정부는 정부 예산적자 감축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국가채무는 불황 극복과 은행 구제금융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든 브라운의 노동당 3기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반면 세금은 올리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이다.

 

향후 2년간은 공공지출의 무자비한 삭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일부 부처는 약 20%의 경비 절감을 해야 한다. 이러한 삭감은 국가 전체에 걸쳐 철저한 고통 감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연립정부는 2015년에 치러질 차기 선거 때까지는 금융상황이 호전되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부지출의 삭감이 유럽 전체에 걸친 긴축정책과 더불어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악은 피하더라도 성장률의 둔화와 실업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립정부는 향후의 성장을 이끌 원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영국 정치에서 핵심적 부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노동당 새 지도부 변신 주목

 

영국 정치의 향방을 결정할 마지막 핵심 변수는 노동당의 변신 여부이다. 노동당은 정권은 내놓았지만 파국은 피했다. 언제든 다시 정권을 거머쥘 수도 있다. 노동당은 당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지도부 선출을 진행하고 있다. 누가 지도부가 되든 간에 새로운 지도부는 ‘신노동당’보다 더욱 좌파 성향을 띨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노동당을 중도노선으로 이끈 토니 블레어의 좌표에서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현재의 영국 상황과 1997년의 상황은 같지 않다.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든 금융위기를 막 지나고 있다. 이는 향후 경제성장 전략에 좀더 많은 정부의 간섭을 요구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추락한 시점에서 새 정권이 경제적 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노동당에는 큰 기회이다.

 

하지만 노동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한테 있다. 재정 삭감에 대해 노동당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노동당이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찬성하면서, 동시에 모든 삭감에 반대하는 것은 그다지 신뢰를 얻을 만한 행동이 아닐 것이다. 다만 노동당으로서는 연립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데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고, 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 스스로 재정 삭감과 증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노동당의 지도부에 도전하는 그 누구도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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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릭 뮤어 영국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또한 노동당 지지층의 주요 관심사인 이민문제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하고만 있다. 노동당은 정치개혁에 대한 연립정부의 의제에도 대응해야 하지만, 이미 당 내부는 다당제를 선호하는 개혁세력과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전통세력으로 나뉘어 있으며, 당이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2010년 선거는 영국 정치의 근간을 흔들었다. 모든 정치인들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기보다, 무언가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당-보수당 연립이 임기응변식 처방이 될지, 정치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근본적인 비책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릭 뮤어 영국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릭 뮤어는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라틴아메리카 정치에 대해 강의를 했다. 주된 관심분야는 정치, 공공참여, 공공서비스 부문이다. 현재 런던 해크니자치구 의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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