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HERI포커스|영국 유통업 5위 올라선 코오퍼러티브 그룹

코오퍼러티브 그룹이 영국 협동조합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시민들의 생활패턴 변화와 유통시스템 개선으로 협동조합은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뒤처지게 되었다. 하지만 2005년을 바닥으로 영국 협동조합의 시장점유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협동조합 중 하나인 ‘코오퍼러티브 그룹’이 있다.

코오퍼러티브 그룹은 1844년 영국 로치데일에서 시작된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160년 이상 지속해온 협동조합이다. 그룹 본사 역시 출발지 로치데일에서 가까운 맨체스터에 있다. 현재 영국 유통업체 중 매출규모 측면에서 5위를 차지하는 거대 협동조합이다.

코오퍼러티브 그룹의 2009년 기준 총매출액은 137억파운드(25조원)이며, 영업이익은 4억7300만파운드,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1억700만파운드에 달한다. 5000여 점포에 종업원만 12만명에 이르고, 조합원은 510만명이 넘는다. 2009년에는 영국의 거대 유통체인점의 하나였던 소머필드의 800개 점포를 인수했고, 금융기관 브리타니아를 합병해서 은행 등 금융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코오퍼러티브 그룹이 다시 성장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외부적으로 호의적인 환경이 한몫했다. 공정무역과 정직한 표시 의무 등 윤리적 소비를 촉진하는 시도가 1990년대 이후 영국 소비자에게 통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윤리적 투자, 대출 등을 통해 협동조합의 원리와 가치를 잘 홍보해 협동조합기업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는 인식을 일반 소비자에게 심어 주었다.

내부적으로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되살리는 노력을 지속했다. 사실 1960년 이후 대다수 협동조합 기업들은 거대자본 기업들과 가격 경쟁을 하고 그들의 막대한 투자에 위축되어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협동조합 경영 실무자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레스터대에서 협동조합을 연구하고 있는 피터 데이비스 교수는 “영국 협동조합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지 못했을 때 쇠락의 나락으로 빠졌고,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했을 때 다시 부흥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960년대 런던의 소비자협동조합이 어려움을 겪을 무렵, 실무자 입장에서 목격한 협동조합 문제에 주목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 영국 협동조합이 재조명받는 데 큰 기여를 한 코오퍼러티브 은행 역시, 협동조합의 가치를 바탕으로 영업을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협동조합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어떻게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조합원과 일반 고객에게 전달하고 이를 확장해 가는지’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 속에서 협동이라는 실천과, 윤리라는 기본 가치를 구현할 때 협동조합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16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의 협동조합기업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가치와 신뢰를 다시 회복하면서 점차 옛날의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는 단지 사업만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면 그 어떤 사업도 잘할 수 없고, 존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jkseo@hani.co.kr 장승권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및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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