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정당 외곽지원 싱크탱크
 

127773070526_20100629.JPG
» 시민사회와 정당 연결통로 역할 주목
 
정당의 공식 연구소는 아니지만, 각 정당의 이념 및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연구소들도 적지 않다. 주로 과거 정부 출신 인물이나 관련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정당 연구소들 못지않은 정책 생산과 담론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스스로 ‘친노세력’ 또는 ‘참여정부 출신’들의 지적 거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연구원의 인적 구성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 출신 인사들 주로 참여

 

참여정부 때 여성부 장관을 지낸 장하진 원장을 비롯해, 참여정부 정관계의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들이 임원진으로, 청와대 실무자들이 상근자들로 함께하고 있다. 강금원 이사장은 “미래한국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최고의 싱크탱크, 한국의 브루킹스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권찬 기획팀장은 “미래발전연구원이 시민사회의 작은 연구소와 정당 사이의 연결통로, ‘집권 경험의 사회화’를 전제로 한 ‘참여정부’에 대한 권위 있는 평가, 재집권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및 정책대안 마련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6·2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용역 형태로 <서울2010 프로젝트>의 내용 일부를 생산하기도 했다.

 

 

정책 경험 토대로 담론 주도

 

미래발전연구원 외에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광장,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공경영연구원 등도, 참여정부의 인적 네트워크와 정책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가 소장인 생활정치연구소 역시, 민주당의 가치와 정책 개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생활정치연구소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작업해 왔던 ‘생활정치’에 대한 연구 성과가, 민주당과 민주정책연구원이 야심 차게 작성한 <뉴민주당 플랜>의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로 인용된 것이다.


한국판 브루킹스·헤리티지 목표
 

미래발전연구원보다 2년 먼저인 2006년, 역시 ‘한국의 브루킹스’를 지향하며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이 출범하였다. 박세일 이사장은 한선재단이 보수이념이 뚜렷한 ‘헤리티지재단’보다는, ‘초정파적’ 성격의 브루킹스연구소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힌다. 이상래 사무총장 역시 “재단의 주요 참가자들이 보수적 성향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박세일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함께 국가발전을 논할 필요도 있다”며, 한선재단이 좁은 의미의 ‘보수’로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선재단의 구성과 활동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재단 참여자들 상당수가 현 정부 요직으로 참여했고, 박세일 이사장의 ‘선진화’ 담론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가치로 사용되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의 지식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시대정신(옛 뉴라이트 재단)이 자신을 ‘대한민국 선진화 싱크탱크’로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 담론의 포괄범위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선재단은 여의도연구소를 매개로 한나라당이나 현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보다, 언론을 통한 독자적인 의제설정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근 1~2년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과 연중기획을 진행했다. 심지어 여러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상래 사무총장은 “한선재단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의제설정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고, 연구 인력에 의한 정책생산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독일식 정치재단 모델을 따라 국가가 정당 정책연구소를 직접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 시민사회 두뇌집단들은 미국식 싱크탱크 모델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정당 정책연구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미국 싱크탱크들의 정책적 영향력에 대한 부러움이 뒤섞인 결과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와 같은 초대형 싱크탱크들이 서로 경쟁하고 선택되는 미국적 상황이 연출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 정책연구소가 정당에 대한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지식산업을 ‘육성’하면서, 다른 싱크탱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의 주장은 귀 기울여볼 만하다. 그것이 어쩌면 ‘미국식’도, ‘독일식’도 아닌 ‘한국식’ 싱크탱크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헤리리뷰 18호] 갈수록 높아지는 위상…자금·인력 부족 호소

[HERI Think Tank] 한국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 실태 » 한겨레경제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등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와 야 4당 정책연구소, 민주노총 등이 3월7일 ‘한-미 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 포럼에서 ...

  • HERI
  • 2011.06.24
  • 조회수 13854

[헤리리뷰 17호]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뜬다…특정주제 넘어 분야별 협력도

[헤리리뷰] HERI싱크탱크|새로운 도약 예고하는 한국 싱크탱크 생태계 » 한국 싱크탱크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한참 훗날의 일처럼 여겨졌던 정치권의 ‘복지논쟁’, ‘세...

  • HERI
  • 2011.06.24
  • 조회수 12866

[헤리리뷰 17호] 정당·사회단체·언론과 연결…영향력 극대화

[헤리리뷰] HERI싱크탱크|미국 싱크탱크들의 연대와 협력 » 미국 싱크탱크들의 역할과 협력 유형 미국 싱크탱크들은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협동연구 프로젝트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해밀턴 프로젝...

  • HERI
  • 2011.06.24
  • 조회수 11209

[헤리리뷰 16호] 2012 총선·대선 대비 남북관계·복지 정책 수요 봇물

[헤리리뷰] 2011년 국내 싱크탱크들의 연구과제 » 지난 9월 남북군사실무회담이 끝난 뒤 남북 대표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2012년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함께 있는 해다. 권력구도를 크게 ...

  • HERI
  • 2011.06.24
  • 조회수 11901

[헤리리뷰 16호] “독립성·객관성 있어야 연구결과 신뢰”

[헤리리뷰] 인터뷰/ 농업 싱크탱크 ‘GSnJ’ 이정환 이사장 » 이정환 지에스앤제이 이사장은 농정에서의 정부 역할 재정립을 강조한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연구를 표방하는 농업분야의 민간 싱크탱크. 이정환(64) ...

  • HERI
  • 2011.06.24
  • 조회수 8349

[헤리리뷰 15호] 싱크탱크 위상 급부상중

[헤리리뷰] 2010 아시아미래포럼 한중일 3국의 정책지식 생태계는 » 한중일 각계 지도자 30명으로 구성된 민간회의체 ‘한중일 30인회’가 2009년 4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한국·중국·일본 3국의 정책 지...

  • HERI
  • 2011.06.24
  • 조회수 8622

[헤리리뷰 15호] ‘국가적 의제’까지 쥐락펴락…정책논쟁엔 소극적

[헤리리뷰] 한국 싱크탱크 장악한 기업연구소 » 삼성경제연구소가 있는 서울 강남역 삼성그룹 빌딩. 박미향 기자 삼성경제연구소는 그 위상에 걸맞게 자주 화제의 중심이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872

[헤리리뷰 15호] 독일, 풍부한 지원에 충분한 자율까지

[헤리리뷰] 세계 싱크탱크 톺아보기 » 독일의 대표 정치재단인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연구기관 시스템은 한국과 비슷 흔히 싱크탱크의 나라로 미국을 떠올리고, 브루킹스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을 모...

  • HERI
  • 2011.06.24
  • 조회수 7371

[헤리리뷰 14호] 엔고로 ‘강한 경제’ 현실화…사회보장이 아킬레스건

[헤리리뷰] 민주당 정권 교체 이후의 일본 » 에다노 유키오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지난 7월11일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패배한 것으로 예상되자, 침울한 표정으로 간 나오토 총리의 얼굴이 들어 있는 포스터 옆을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832

[헤리리뷰 13호] “가까우면서도 멀리” 정당 연계성·독립성 동시에 갖춰야

[헤리리뷰] 6·2 지방선거 통해 본 정당 싱크탱크 실태와 과제 » 정당 정책연구소가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으면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은 여의도연구소(왼쪽)와 민주정책연구원의 토론회 모습. 각 연구소 제공...

  • HERI
  • 2011.06.24
  • 조회수 7910

[헤리리뷰 13호] 시민사회와 정당 연결통로 역할 주목

[헤리리뷰] 정당 외곽지원 싱크탱크 » 시민사회와 정당 연결통로 역할 주목 정당의 공식 연구소는 아니지만, 각 정당의 이념 및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연구소들도 적지 않다. 주로 과거 정부 ...

  • HERI
  • 2011.06.24
  • 조회수 8120

[헤리리뷰 13호] 영국 정권교체기 속 아이디어 경쟁 활발

[헤리리뷰] 세계 두뇌집단 톺아보기 » 캐머런 영국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5월 총선 결과 영국에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총리에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선출됐다. 총리와 부총리, 내각의 핵...

  • HERI
  • 2011.06.24
  • 조회수 8243

[헤리리뷰 12호] 자원 부족과 불균형…두뇌집단간 협력구조 만들어야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역산업 희망프로젝트 대구·경북사례로 본 지역 싱크탱크 실태 » 대구·경북사례로 본 지역 싱크탱크 실태.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큰 역할 정책지식 생산...

  • HERI
  • 2011.06.24
  • 조회수 7504

[헤리리뷰 12호] 중국 싱크탱크들 급성장세 ‘시선집중’

[헤리리뷰] World 세계 두뇌집단 톺아보기 » 2009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제공 2009년 7월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가 열렸다. 전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

  • HERI
  • 2011.06.24
  • 조회수 7418

[헤리리뷰 11호] 독립 민간 ‘싱크탱크’ 균형사회 밝힌다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한겨레경제연구소 출범 3주년맞이 특별기획 | 한국 싱크탱크 지형도 조사 » 독립 민간 ‘싱크탱크’ 균형사회 밝힌다 발달장애는 개인에게 큰 어려움이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이해하...

  • HERI
  • 2011.06.24
  • 조회수 7628

[헤리리뷰 11호] SERI·KDI 압도적…독립성·객관성은 낮아

[헤리리뷰] Special Report 국내 싱크탱크 현주소 언론·학계는 KDI, 엔지오·의원실은 SERI 꼽아 정부·대기업 구미 맞는 정책·지식 생산 한계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앞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우리의 두뇌는 담고 있...

  • HERI
  • 2011.06.24
  • 조회수 7702

[헤리리뷰 11호] ‘브루킹스연구소’ 영향력 최고로 선정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세계 싱크탱크 비교 한국 싱크탱크 국제 인지도·평판 매우 낮아 세계 싱크탱크들의 비교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제임스 맥갠 교수팀의 2010년 발표 자료를 보면, 세계에...

  • HERI
  • 2011.06.24
  • 조회수 6286

[헤리리뷰 11호] 전문성은 기본…독립성·객관성 갖추느냐가 관건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한국 싱크탱크 지형도 조사 | 이상적 싱크탱크의 조건 » 오피니언 리더 100인의 국내 싱크탱크 생태계 평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

  • HERI
  • 2011.06.24
  • 조회수 7075

[헤리리뷰 11호] 권력·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권위와 신뢰 토대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왜 독립 민간 싱크탱크인가 » 미국 진보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의 회의 모습. 경제정책연구소는 연구원과 인턴들이 함께 회의에 참석해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워싱턴/탁기형 선...

  • HERI
  • 2011.06.24
  • 조회수 6896

[헤리리뷰 11호] ‘한국판 브루킹스·헤리티지’ 꿈꾼다

[헤리리뷰] Special Report 2000년대 중반 이후 희망제작소 등 출범 잇따라 » 희망제작소 2006년 3월, 희망제작소(사진)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나 헤리티지재단의 규모, 역량,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며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