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청년글로벌워크탐방단의 사회혁신 현장 견문록 / 일본 딸기농장 스카이팜


» 일본 가가와현에 있는 딸기농장 스카이팜에 고객들이 모여 새로운 가공품을 시식한 뒤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고객들은 스카이팜이 만든 110명의 생활자 그룹 ‘스위츠 팜 프로젝트’의 회원들이다. 스카이팜 제공

청년글로벌워크 탐방단 소개


청년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 세계로 나섰다. ‘청년글로벌워크 탐방’은 세계의 사회혁신 사례를 찾아보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청년의 삶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활동이다. 탐방단은 사단법인 씨즈가 사회혁신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총 67개 팀이 지원해 32명의 청년 10개 팀이 선정됐다. 이들 10개 팀은 7~8월 두 달간 공정무역, 공정여행, 공정예술, 적정기술, 커뮤니티 비즈니스, 로컬푸드, 국제평화 등 다양한 테마를 갖고, 외국의 혁신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앞으로 탐방단은 최종 결과 보고회를 열고 전국을 돌며 자신들의 경험을 지역 청년들과 나눌 예정이다.(globalwork.asia)


벼가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는 논 옆 둔덕에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딸기농장 스카이팜의 아침에 딴 딸기.’ 바로 너머 비닐하우스 다섯동과 딸기빙수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일본 가가와현 기나시 주변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딸기농장이다. 귀여운 딸기캐릭터가 그려진 명함을 건네는 가와니시 히로유키 스카이팜 대표는 8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30대 젊은 농부다.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그간의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손님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활자”


“키우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가치지향의 소비를 하는 일본인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3, 4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소비가 늘면서, 생산자들은 손님을 소비자가 아닌 생활자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얼굴을 아는 손님을 생각하며 ‘안전, 안심, 신선’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가와니시 대표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땅에서 1m 높이에 베드를 설치해 딸기를 키운다. 흙으로부터 떨어져 여러가지 병충해를 줄일 수 있고 햇볕도 많이 쬐여 딸기의 영양가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 가가와현 기나시 마을 안 논둔덕에 세워진 딸기농장 ‘스카이팜’의 대형 간판.


이렇게 정성 들여 기른 딸기를 딴 날 바로 택배로 손님들에게 보내는 것도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채집 딸기의 신선도를 보존하기 위해 손으로 가지째 따 꽃과 함께 출하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젊은 농부의 열정이 전해진다.


가와니시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딸기가 ‘생활자’들에게 오롯이 소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1년에 25~30t을 생산해 이 가운데 규격외 등 5t가량의 딸기를 버리는 것 없이 잘 관리해가공품을 만든다. 잼, 소스 등 저장식품이나 딸기빙수, 파르페 등 즉석식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손님의 목소리를 담으려 애쓴다. “110명의 생활자 그룹 ‘스위츠 팜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들을 초청해 딸기나 새로운 가공품 시식회를 열어 평가를 듣고 있어요.” 그가 보여주는 200장이 넘는 두툼한 고객설문조사 파일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 손님들이 손수 쓴 맛, 모양, 색깔, 향기, 가격 등에 대한 소중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NPO·자치단체 행사에 적극 참여


가와니시 대표에게는 손님들을 만나는 또다른 통로들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활동을 하는 비영리기관(NPO)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 엔피오 ‘시코쿠 스위츠 88 추진협의회’는 지역의 식재료로 지역의 특성을 살려 만든 스위츠(sweets)를 발굴해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비영리 법인이다. 일본에서는 케이크,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단것을 ‘스위츠’라 부른다.


가와니시 대표 같은 농민, 가가와대에서 상품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부치 기노에 교수, 스위츠숍을 꾸리고 있는 자영업자 등 모두 16명이 ‘스위츠 88’ 창립멤버다. 지난해부터 이벤트 등을 통해 모은 생활자 120명이 평가단인 ‘스위츠 탐험대’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월별로 5명가량의 참가자를 모집해 스위츠 제작 현장을 견학하거나 신상품 시식, 파티시에들과의 대담을 통해 상품을 만드는 데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마부치 교수는 “농산물을 가공하는 생산자들은 생활자와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통해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생활자들은 이전의 수동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생산자와 생활자가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농민 스스로 가격 정할 수 있어야”


가와니시 대표는 가가와현에서 열고 있는 유럽풍 직판시장 ‘사누키 마르셰’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누키 마르셰는 7월24일부터 10월9일까지 매주 일요일 다카마쓰 선포트에서 열리는 시장으로 생산자는 식재료나 가공품을, 셰프 등은 음식을 판다. 첫날 행사는 생산자와 가공업체등 20여곳이 참여했고 3000여명의 손님이 찾아 성황리에 진행됐다.


가가와현 로컬푸드진흥과 구보 야스히코 과장은 “이번 행사는 지역 생산품과 음식이 많이 알려지고 잘 팔렸으면 하는 뜻에서 기획했다”며 “생산자가 생활자들과 직접 만나는 뜻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와니시 대표가 지자체와 엔피오 지원보다 더 의미있게 생각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바로 지역 농민들이 함께 만든 가가와 건강네트워크 ‘시드’(Seed)다. 그가 발벗고 나서 만든 이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젊은 농민들이 생활자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농민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고 있다. 가와니시 대표는 “농가의 네트워크를 넓혀 다들 보람을 갖고 자신의 노력에 걸맞은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농민 스스로 농산물의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가와현에서 만난 여러 농민들처럼 가와니시 대표도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고충을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농촌에서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매년 재배 여건이 달라지는 것도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농장에서 갓 딴 딸기를 먹으며 웃는 ‘생활자’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 아이들이 농사를 짓겠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며 그는 미래의 희망을 남겼다.



다카마쓰(일본)/글·사진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이 기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테마로 일본 탐방에 나선 홍자매팀의 관계자 미팅에 함께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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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I
  • 2011.09.06
  • 조회수 14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