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은?

»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내부 준비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될까?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파산했거나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가까스로 살아난 금융회사(이하 파산 기업)의 공통점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내부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게 지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상은 어떤지에 관심이 모인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과 글로벌 유수기업들을 직접 비교했다.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선진국 투자자들이 해외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푸치) 세계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글로벌 100대 기업과 준선진국 지수에 편입 된 국내 107개 대기업(9개 편입 예정 기업 포함)을 선정했다.


준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텔레콤, 엘지(LG)전자, 포스코 등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푸치(FTSE) 글로벌 100대 기업은 영국의 푸치(FTSE)인터내셔널과 신용평가 기관인 에스앤피(S&P)가 ‘투자 적격’이라고 판단한 각국의 기업들 중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0곳이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을 필두로 로열더치셸, 비에이치피(BHP) 빌리톤, 비지(BG)그룹, 토탈, 유니레버, 비피(BP), 인텔, 휼렛패커드, 네슬레, 에이치에스비시(HSBC), 노키아 등 모두 세계시장의 선두기업들이다.


삼성전자 등 107개 대기업 평균 43점


세계적인 사회책임투자(SRI) 리서치기관인 아이리스(EIRIS)의 기준을 적용해서 107개 한국 대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을 지배구조, 윤리강령, 뇌물과 부패, 이해관계자, 환경 등 5개 지표에 걸쳐 종합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43점이 나왔다. 반면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은 68.4점으로 한국 대기업들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 대기업들의 점수는 전세계 83개 파산 기업의 평균인 49점에도 못 미친다.


이런 결과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내부 관리체계는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곧 한국 대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내부 위기 요인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고, 외부 위기 발생 때 대응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위기를 직접 겪은 금융회사들에 비해서도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대목에서는 심각성마저 느껴진다.


제조업 가장 높지만 점수차 가장 커


한국 대기업들을 업종별로 나눠 살펴보면, 제조업의 평균이 45.8점으로 가장 높고, 다음은 금융업 41점, 서비스업 37.6점의 차례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평균이 72점으로 가장 높고, 금융업 64.8점, 서비스업 62.6점이 뒤를 잇는다.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100대 기업과 비교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제조업의 평균점수 차이가 26.2점으로 가장 크고, 그다음은 서비스업 25점, 금융업 23.8점의 순서다. 한국의 제조업종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의 관리체계를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추고 있지만, 같은 업종의 글로벌 기업들에 비하면 격차가 더 크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을 5개 지표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지배구조(75)와 윤리강령(59) 등 2개는 평균이 50점을 넘지만, 나머지 이해관계자(38), 환경(25), 뇌물과 부패(19) 등 3개는 50점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뇌물과 부패는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글로벌 100대 기업은 윤리강령(89), 지배구조(83), 이해관계자(67), 환경(59) 등 4개 지표에서 평균이 50점을 넘었고, 뇌물과 부패(45)만 미달했다.



뇌물과 부패는 낙제점 수준


한국 대기업과 글로벌 대표기업의 지표별 수준을 비교해 보면, 환경이 34점 차이로 가장 크다. 다음은 윤리강령(30점), 이해관계자(29점), 뇌물과 부패(26점), 지배구조(8점)의 차례다. 전반적으로 한국 대기업들은 지배구조에서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평균 점수가 다른 지표와 비교해 가장 높은데다, 글로벌 대표기업과의 차이도 가장 작기 때문이다. 반면 뇌물과 부패가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평균 점수가 가장 낮고, 글로벌 대표기업과의 차이도 큰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는 정책·시스템·보고·성과 등 4개 평가기준 중에서 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3개만 가지고 산출한 것이다. 즉 사회책임경영의 관련 정책이나 시스템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얼마나 투명하게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공시하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를 잘 갖췄다고 해서 실제로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실천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내부 관리체계를 잘 갖췄는데, 실제 실천은 제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와 실천은 궤를 같이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서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사회책임경영 실천도 뒤떨어지지만 관리체계부터 미흡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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