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Special Report
로컬푸드 1번지 꿈꾸는 완주의 실험

» 완주군 인덕마을 두레농장에서 상추를 뜯던 이목화(75·왼쪽) 할머니와 전복순(76) 할머니가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완주군 제공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

전북 완주군이 로컬푸드 1번지를 꿈꾸고 있다.

인구 8만명이 넘는 완주군은 먹을거리가 불안한 요즘 ‘생산자와 소비자가 행복한 밥상’을 기치로 대대적인 로컬푸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시작한 다른 지역의 로컬푸드 사업이 학교급식이나 새벽시장, 도농 직거래 등의 일부 영역에 머물러 있다면, 완주 프로그램은 로컬푸드를 통한 지역 소농의 경제적 기반 구축을 모색하는 전면적인 농정 재편 전략이다.

로컬푸드 사업은 완주군이 앞으로 5년간의 핵심 농정으로 내세운 ‘약속 프로젝트’의 하나다. ‘약속 프로젝트’엔 모두 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 로컬푸드 사업에만 100억원이 투입된다.


마을 음식 발굴해 10월에 축제

완주군은 현재 로컬푸드 지원센터가 들어설 옛 고산면 삼기초등학교(폐교)를 보수하고 있다.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인 센터에는, 사회적기업 성격의 마을회사, 귀농·귀촌 지원센터, 도농교류 활성화센터 등이 들어선다. 완주군은 또 전주권의 학교급식 재료 공급을 위한 협의체를 6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데 이어, 8월 말에는 모악산 장터와 군청 금요장터를 개장하고, 오는 10월23~25일엔 로컬푸드를 주제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 축제’를 열 계획이다.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의 첫 번째 실험은 소양면 죽절리 인덕마을에서 시작됐다. 이곳에 지난 6월 군에서 2억원을 들여 1호 두레농장의 문을 연 것이다. 나영삼 완주군 로컬푸드 활성화 티에프(TF)팀장은 “지역의 소농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량 생산한 농산물로도 소비자의 밥상 수준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두레농장은 얼굴 있는 농식품을 책임 있게 생산하는 기반 구축 실험의 하나”라고 말했다. 1호 두레농장은 약 8000㎡의 농지에 군 예산으로 8동의 시설하우스(3967㎡)를 지어 상추·오이 등을 재배하고 노지 5950㎡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두레농장 생긴 뒤 마을에 생기 돌아

» 행복한 밥상축제 구상

두레농장이 들어서자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두레농장 운영을 맡은 유석철(52) 위원장은 “마을에서 화투놀이가 사라졌다”며 “어르신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손주들에게 줄 사탕 값을 손수 벌 수 있어 기뻐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또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많은데, 점심과 새참을 함께 먹으니까 끼니를 거르지도 않고 모두가 건강해진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마을에는 65살 이상 노인이 33명 있다. 이 중에서 일할 수 있는 노인 등 16명이 농장 일을 한다. 농장 수익금의 10%는 적립한다. 5년 뒤 자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나머지는 인건비 등으로 쓴다. 노인은 하루 일당 3만원, 손이 빠른 젊은이는 6만원씩을 받는다.

완주군은 각 마을의 장점을 살려 콩나물 공장, 된장 가공시설 등의 2·3호 두레농장을 지어나갈 계획이다. 나 팀장은 “두레농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경쟁력을 길러나가기 위한 중요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노인 복지 차원의 효과까지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1석2조의 사업인 셈이다.

완주군은 두레농장에 이어 다양한 형태의 마을회사 육성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일단 로컬푸드형 소비시장을 창출하고 농촌체험관광(그린투어리즘)에 대한 도시의 잠재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종합적 마을 사업 추진에 들어간다는 발상이다.

또 10월의 행복한 밥상 축제 개최를 계기로 10개 정도의 전통 마을 음식과 다양한 가공 농식품을 발굴해, 이를 바탕으로 한 공영·민영 사업체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인터뷰 임정엽 완주군수
“소농·고령농 재생 위해 꼭 필요한 일”

일본 농촌 현장 돌아보면서 확신
순환영농 등 5개 사업 유기적 결합

» 임정엽 완주군수

임정엽(50) 전북 완주군수는 로컬푸드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고 생각할 수 있는 농업”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고 솔직히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소농과 고령농 중심의 지역 재생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로컬푸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까지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의 농촌 현장을 두루 돌아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 그동안 농업이 상업과 똑같이 다뤄지면서, 식품 안전은 위협받고 지역 농업은 붕괴됐다. 누가 농촌과 농업을 살려내겠는가? 중앙정부는 기업농·전업농만 생각하고 대형 마트 위주의 유통 구조는 대규모 단작화가 어려운 지역 소농의 몰락을 재촉한다. 하지만 우리 완주 주민의 다수는 고령의 여성 및 소규모 농업인이다. 지자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받고, 영세한 농민들도 적정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수의 당연한 소임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모델은 다른 지역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우리는 순환농업 구조로 간다. 예를 들어 3000명 인구의 화산면은 면 단위로는 가장 많은 1만2000마리의 소를 사육한다. 경축자원화센터를 세워 유기질 비료를 자체 공급할 것이다. 농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땅심을 돋워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군 전체로 보면 내부소득 기여 몫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도시 소비지역을 끼지 않은 완주가 대규모 로컬푸드를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완주는 인구 60만~70만명의 전주라는 소비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다른 농촌지역에 비하면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다. 전주를 공략할 수 있는 완주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야보다 산지가 많은 완주의 지형적 조건도 로컬푸드와 맞아떨어진다. 작은 농지는 다품목 소량 생산 체제로 갈 수밖에 없고, 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서와 환경을 결합한 로컬푸드라는 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로컬푸드 정책의 지속성을 어떻게 뒷받침할 생각인가?

“로컬푸드 정책이 홀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5개 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약속프로젝트라는 큰 전략을 짜놓았다. 순환영농·로컬푸드·부채지원·도농교류·노인복지 사업 등이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이들 사업부문은 리모델링한 폐교에 설치될 지역경제순환센터에 공간적으로도 함께 배치된다.”

-두레농장이 인상적이었다. 후속 계획은?

“소량의 지역 농산물이라도 제값 받고 팔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을 가보니 고령의 소농들이 농산물에 가격 바코드를 붙여 매일 차를 몰고 시장으로 공급하더라. 거기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도 소득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수년내에 마을 회사를 200~300개쯤 만들고 싶다.”

완주/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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