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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푸드 현황과 과제’ 전문가 좌담




■ ‘로컬푸드 현황과 과제’ 전문가 좌담

한겨레 지역경제디자인센터가 로컬푸드 특집을 정리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국내 학계의 대표적인 로컬푸드 연구자인 윤병선 건국대 교수, 농협의 로컬푸드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김창수 식품사업 분사장, 지역 현장의 로컬푸드 사업 전문가인 사회적기업 이장의 임경수 대표, 그리고 지자체 단위의 전면적인 로컬푸드 정책을 추진중인 전북 완주군의 나영삼 로컬푸드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참석했다. 지역경제디자인센터의 김현대 소장이 사회를 맡아 8월19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과거 ‘신토불이’ 확산못해 아쉬워

김창수 농협이 1989년에 시작했던 신토불이 운동과 로컬푸드라는 개념이 통하는 것 같다. 신토불이란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뜻인데, 일본 농협 사람들도 지산지소보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더 좋다고 부러워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의 여러 주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토불이를 확산시키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쉽다.

윤병선 식탁을 지키면서 농업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로컬(지역)의 개념이 명확해질 것이다. 물리적 거리로만 보면 여러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대면적 관계를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나영삼 로컬푸드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지겠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품목이 유통구조 중심으로 단작화되어 있다. 농촌 현장의 생산 단계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재편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 지난 8월19일 전문가들이 한겨레신문사의 옥상 정원에 모여,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의 실태와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친환경’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어

나영삼 로컬푸드 학교급식 이슈가 친환경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해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 소농이 당장 친환경 전환을 결심하기는 어렵다. 완주는 5년 안에 친환경 학교 밥상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지역농가의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자 한다. 다수 농가가 저비용으로 쉽게 유기농 전환을 할 수 있는 지역 내 순환영농시스템 구축에 그 길이 있다고 본다.

임경수 학교급식은 로컬푸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친환경 농업의 생산 기반을 만들고 난 다음에, 본격적인 로컬푸드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거꾸로 학교급식이 친환경 농업으로 빨리 가게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소농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친환경 시설들은 지방정부에서 지원해 줘야 할 것이다.

 일본의 직매소에서 파는 지역 농산물도 유기농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중에 나오는 것처럼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들은 절반 정도의 농약과 비료를 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가면서 로컬푸드와 친환경이 만나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을거리 안전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로컬푸드는 ‘운동’이고,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하다.

못 팔고 남은 농산품은 공공구매를

 소비자 조직과 산지 조직의 만남이 필요하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 하나가 1개 면 정도의 인구이다. 아파트 부녀회와 생산자 조직의 만남이 잘 이루어진다면 꾸러미도 일방적인 품목 구성이 아니라 소비자 위주의 주문생산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와 마을이 손을 잡는 ‘1촌1단지’ 사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직매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제휴 산지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다. 효고현 농협에 가보면, 효고현 농산물은 지역상품으로,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 것은 제휴 산지로 표시해 놓는다. 지산지소 개념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우리 지자체에서는 돈이 많이 드는 유통 하드웨어 구축에 너무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더라. 초기에는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생산자-소비자 간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찾아 농촌으로 가는데, 우리는 농민들이 (로컬푸드 개념이 없는) 서울의 소비자들을 찾아가 팔아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상업화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을 찾아주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장터에서 다 못 판 물건은 공공구매해, 저소득층 지원 같은 정책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생산자만 있고 소비자가 없는 농촌

 완주에서 시행하는 두레농장은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식사와 생활비, 건강 등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밥상 먹을거리의 생산 거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수의 농가를 소비자 밥상을 책임질 수 있는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첫번째 실험이다.

 대표적인 농민단체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우리텃밭사업과 농민꾸러미 사업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일이다. 지역 농민이 각자 소규모로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로 묶어 소비자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사업이다. 횡성에서 우리텃밭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이 생산자로 참여했는데, 처음 40명의 꾸러미 수요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상주에도 새로운 생산자 집단이 생겨났다.

 로컬푸드 정책은 다수의 소농과 가족농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로컬푸드 시장을 만들어 놓으니 전국 유통망을 이미 갖춘 이들이 먼저 (로컬푸드) 학교급식에 뛰어드는 일이 일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경상남도에서 대형유통업체와 손잡고 로컬푸드 학교급식 운동을 한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로컬푸드라는 것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시키자는 것인데, 대규모 자본이 또하나의 새로운 블루오션 전략으로 그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마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것과 같다.

농민을 중심에 놓고 정책 펼쳐야

 로컬푸드가 정부 정책이나 수익사업이 되기는 어렵다. 다만,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로컬푸드 ‘운동’을 하게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배려해 줘야 한다. 지역농산물을 로컬푸드로 공급한다고 할 때 아무리 많아도 전체 물량의 10% 이상 못 올라온다. 잘한다고 하는 일본의 경우도 고작 13%이다. 로컬푸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범위의 경제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작은 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나 국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학교급식의 지역 농식품 사용을 지원하고 교사가 시골로 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편다고 한다. 농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농산물 가공을 해야 하는데, 그 길을 정부에서 열어줘야 한다.

윤 지역 사례를 살펴보니 일률적인 방식의 로컬푸드 운동은 없더라. 일본은 로컬푸드의 다양한 사례를 잘 묶어내고 있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산지소 조례 제정을 촉진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았다. 후쿠이현은 지산지소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농업정책은 농민을 중심에 놓고 식품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외국의 유명한 식품유통회사들은 협동조합이 모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결과를 보면, 유통회사 부분만 강조하고 협동조합이 근간이었다는 사실을 빠뜨리고 있다.

 ‘식’의 근원은 ‘농’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식육’(먹을거리 교육)을 진작부터 하고 있다. 그들이 먹을거리 교육을 할 때 항상 전제로 삼는 것은 바로 ‘농’이었다.

 농협은 쌀 수입을 반대할 때 불과 40일 만에 1300만명의 서명을 받은 일이 있다. 조직력을 가진 농협이 영세농과 고령농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보겠다.


정리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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