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폐광지역에 초대형 식물원
103만명 발길…가치-영리 공생 사회적기업 우뚝
한국도 국립생태원 삽 떠, 생물종 디즈니랜드 꿈

» 영국의 ‘에덴동산’ 지역과 환경을 창조한다. 에덴프로젝트 제공
» 에덴프로젝트

에덴 프로젝트. 21세기 들어서 영국이 추진한 대표적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이다. 인간이 훼손한 폐광 지역에 세운 자연의 안식처이다. 에덴의 꿈은 계속 이어진다는 뜻으로, 프로젝트란 뒷말을 달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남서부 변방의 콘월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영국의 땅끝마을(Land’s End)이 있는 콘월 지역은 소득이 영국 평균의 75%에 못 미친다. 한때 번창했던 구리·주석·고령토 광산은 대부분 폐허로 남았고, 또다른 주력산업인 농업과 어업은 값싼 수입품에 밀려 허덕인다. 해안 지역의 자연 경관이 빼어난 덕에 관광산업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억4000만파운드(2800억원)가 투입된 초대형 식물원인 에덴 프로젝트는 2001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밀레니엄 재단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부금을 모으고 민간 융자를 끌어들여 1997년에 설립한 에덴 신탁(Eden Trust)의 사업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에덴 프로젝트의 나이는 이제 여덟 살이지만, 경력은 화려하다. 2008년 유료 관광객 수가 103만명으로 영국 5위에 올랐다.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50대 브랜드로도 선정됐다. 영국이 발주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32가지 중 외부 보조금 없이 자력으로 운영되는 곳은 에덴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전체 비용(연 2200백만파운드, 440억원)의 68%를 관람객 수입으로 벌어들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사업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설립 때 빌렸던 민간 차입금 2000만파운드(400억원)도 모두 갚았다. 가치와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에덴 프로젝트의 첫째 열쇳말은 환경이다. 거대한 온실로 재현된 열대우림에서 가장 상상력 넘치는 방식으로 식물과 인간의 공존, 기후변화, 공정무역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에덴 프로젝트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 지원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나서도록 환경 분야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둘째 열쇳말은 지역이다. 에덴 프로젝트 사람들 모두가 ‘지역, 지역, 지역’을 외친다. 에덴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동안 20명 가까운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예외 없이 ‘지역’이었다.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방안을 항상 생각한다.”(이언 마틴) “식자재 구입의 최우선 순위는 지역이다. 그다음이 품질이다.”(토니 헨쇼) “콘월의 전통적인 보리빵을 살릴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앤드루 오머러드) “폐광으로 일자리 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에코타운을 건설한다.”(맷 헤이스팅스)

“에덴이 31개의 다른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지역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는 점이다. 비전은 그다음이다. 주민의 행복을 생각하고 지역사회와 밀착하고 지역의 자연자원과 잘 결합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료분석 담당자인 앤드루 재스퍼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까지 에덴 프로젝트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9억파운드(1조8000억원)에 이른다.

에덴 프로젝트가 지역과 환경이라는 열쇳말을 하나로 묶고, 가치와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팀 스미트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는 지표면의 60m 아래까지 파헤쳐진 170년 전의 고령토 폐광 지역에 축구공을 반 쪼개놓은 듯한 반투명의 거대한 온실 구조물을 세워 ‘에덴 동산’을 재현했다. 규모와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전체 영국민의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에덴 프로젝트는 개장 전부터 유료 방문객 50만명을 공사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콘월 정부와의 눈에 안 보이는 공조도 에덴 프로젝트의 성공에 한몫했다. 콘월 정부의 100% 출자로 세운 콘월개발회사(CDC, Cornwall Development Company)는 지식형 농촌발전 전략을 앞세워 에덴 프로젝트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콘월 정부와 에덴 프로젝트가 ‘지식’과 ‘환경’을 바탕으로 콘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자연스런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우리 환경부는 재원 투입과 부지 규모 면에서 에덴 프로젝트를 능가하는 국립생태원을 충남 서천군에 건설하고 있다. 올해 7월에 착공했고, 2012년에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국립생태원을 ‘생물종의 디즈니랜드’로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생태원의 구체적인 비전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생태원 구상에서 ‘지역 주민의 행복’은 공허한 구호에 머물러 있고, 팀 스미트 같은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희망의 싹은 있다.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지역과 환경을 복원하는 서천의 국립생태원 사업이 태어났다는 상징성이다. 서천의 장항 지역은 1989년에 갯벌 매립을 통한 개발 대상지(군장국가산업단지)로 일찌감치 지정됐다가, 2007년에 결국 갯벌 매립을 포기한 곳이다. 18년 갈등을 매듭지은 대타협의 결실이 바로 생태원을 포함한 ‘서천발전 3개 정부대안사업’이다.

팀 스미트는 “평범한 생태원을 짓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개발 갈등의 상처를 지역과 환경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는 왔다. 누가 구슬을 꿸 것인가?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민간의 활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창의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콘월/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헤리리뷰 11호] “정부 지원은 약이자 독…절묘한 조화로 자립 준비해야”

[헤리리뷰]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 토론 »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회의 참석자들이 ‘사회적 기업의 자립과 제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한국과 일본의 사회적 기업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224

[헤리리뷰 11호] 기업가적 혁신보다 제도적 뒷받침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헤리리뷰] 유럽의 사회적 기업 현황 » 벨기에의 대표적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 ‘테르’ 유럽은 다양한 국가, 인종, 언어로 구성된 다문화 사회다. 사회적 기업들과 관련한 움직임도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추...

  • HERI
  • 2011.06.24
  • 조회수 7987

[헤리리뷰 11호]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둘러싼 갈등

[헤리리뷰] » 엄형식 연구원 최근 한국의 사회적 기업 논의는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와 기존 영리기업의 논리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반면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의 중요한 토대이자 실체인 시민사회의 역동성은 정책 중심의...

  • HERI
  • 2011.06.24
  • 조회수 6894

[헤리리뷰 11호] 대안 제시 앞장…독립 민간 싱크탱크로 우뚝 서라

[헤리리뷰] 각계 인사 격려사 “출범 3주년, HERI에게 바란다” 새 비전 제시하는 선도 역할을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겨레경제연구소는 2007년 2월 출범한 이후, 지속가능 성장과 사회적 기업을 전문...

  • HERI
  • 2011.06.24
  • 조회수 8733

[헤리리뷰 10호] 전 직원 윤리규범 실천서약…투명 지배구조가 원동력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종합 대상 | 포스코 » 포스코 환경경영의 상징인 연 210만t 생산규모의 파이넥스 공장. 포스코는 기존 용광로식보다 오염물질 발생량을 크게 줄인 파이넥스 공법을 2007년에 세계 최초로 상...

  • HERI
  • 2011.06.24
  • 조회수 7888

[헤리리뷰 10호] 200여 사회혁신가 “지금부터 시작”

[헤리리뷰] 사회적기업가학교 첫 수료생 배출 »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성공회대학교가 함께 진행한 ‘2009 사회적기업가 학교’의 수강생들이 지난 11월28일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수료식에 참석했다. 사회적경제뉴스 isen 제공 지...

  • HERI
  • 2011.06.24
  • 조회수 8603

지속가능경영이 ‘100살 기업’을 만든다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지속가능 100대 기업 국가별 분포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나이키·아디다스·도요타도 동참지난 8월 세계적인 신발 제조업체인 나이키, 아디다스, 팀버랜드 그리고 클락...

  • HERI
  • 2011.06.24
  • 조회수 8737

필요가 있는 곳에 사업과 사람이 있다

[헤리리뷰] 일본 사회적기업 현장을 가다 » 1. 장애인 고용 빵가게 ‘스완 베이커리’ 2.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제공 NPO ‘휴먼케어’ 3. 공동주거시설 지원센터 ‘닛포리 커뮤니티’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과 사...

  • HERI
  • 2011.06.24
  • 조회수 14031

노동자협동조합 법제화 논의 활발

[헤리리뷰] 정권 교체로 사회적기업에도 변화 바람 반세기 만에 이뤄진 일본의 정권 교체가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의 등장이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

  • HERI
  • 2011.06.24
  • 조회수 8583

영국 땅끝, 자연-인간 더불어 노는 에덴동산 부활

[헤리리뷰] 폐광지역에 초대형 식물원 103만명 발길…가치-영리 공생 사회적기업 우뚝 한국도 국립생태원 삽 떠, 생물종 디즈니랜드 꿈 » 영국의 ‘에덴동산’ 지역과 환경을 창조한다. 에덴프로젝트 제공» 에덴프로젝트에덴 프로젝...

  • HERI
  • 2011.06.24
  • 조회수 8856

로컬푸드 사업에 뛰어든 사회적기업

[헤리리뷰] 강화도 ‘콩세알나눔센터’ » 콩세알나눔센터의 두부공장 지역 콩으로 두부 만들어 인근지역 납품하고 밥집도 운영 강화 콩세알나눔센터는 흔치 않은 로컬푸드형 사회적기업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로컬푸드 사업의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380

‘건강한 귀농귀촌’ 도와드려요

[헤리리뷰] 사회적기업 이장, 9월 ‘전국순회 강좌’ » ‘건강한 귀농귀촌’ 도와드려요. 사회적기업 이장 제공로컬푸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도 따지고 보면 ‘시골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 소비자의 밥상 수준에...

  • HERI
  • 2011.06.24
  • 조회수 7293

한시적 지원·깐깐한 시장·부족한 자금…불안한 ‘자본주의 대안’

[헤리리뷰] »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과 지원. 일러스트레이션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갈림길에 선 사회적기업노동부에서 직원 1인당 90만원 정도의 인건비를 다달이 지원받는...

  • HERI
  • 2011.06.24
  • 조회수 6786

‘미션과 비전’ 재정립해 정체성 혼란 막아야

[헤리리뷰] HERI의 지상컨설팅 비영리기관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는데 » HERI의 지상컨설팅Q 저희 단체는 간병사업을 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입니다. 여러 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자원을 활용해 취약계층에 양질의 일자리와 무료...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518

파산기업 연구 어떻게 진행했나

[헤리리뷰] 넉달 동안 4단계 걸쳐 분석 작업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영국 리서치기관인 아이리스(EIRIS) 및 한국CSR평가와 공동으로 수행한 ‘위기관리 전략으로서의 CSR: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산 기업 연구’는 2009년 2월부터...

  • HERI
  • 2011.06.24
  • 조회수 8340

한국전력·삼성SDI·포스코 최고 평가

[헤리리뷰] 국내 대기업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 한국 10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한국 대기업 107곳 중에서 사회책임경영의 내부 관리체계 수준이 푸치(FTSE)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치보다 낫다는 평가...

  • HERI
  • 2011.06.24
  • 조회수 9708

내부위기 통제 미흡…위기대응 능력 크게 떨어져

[헤리리뷰]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은? »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내부...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593

사회책임경영 관리 수준, 파산기업보다 낮다

[헤리리뷰] 국내 금융회사들은 안전한가 » 국내외 금융기업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세부요인 수준 비교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커다란 숙제를 받았다. 바로 ‘내부 체질 개선을 통...

  • HERI
  • 2011.06.24
  • 조회수 9122

이젠 ‘반대’보다 ‘대안’ 필요…사회적기업이 해답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참 신나는 옷’ 전순옥 대표 » 전순옥 대표는 착한 기업이 질 좋은 제품을 들고 나와, 소비자를 설득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빠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079

생활공동체 운동서 시작…사회적 가치 생산기지 발돋움

[헤리리뷰] Special Report ‘마포 클러스터’ 어떻게 형성됐나 » ‘마포 클러스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클러스터는 곳곳에서 움을 틔우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서울 마포구다. 마포구에는 서울시와 마포구,...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