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금융위기 극복한 독일 경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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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틸 뮐러쇨 박사한스 뵈클러 재단 독일경제사회연구소. 한스 뵈클러 재단 독일경제사회연구소 소속 정치학자이며, 연구소 잡지(WSI-Mitteilungen) 편집자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브레멘대학에서 한계 시간제 고용과 임금 격차 축소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최근에는 노동시장정책, 고령화사회에서 노동과 고용에 관한 논문들을 집필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 몇 년간 세계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역시 1945년 이후 가장 혹독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2008~2009년도 국내총생산은 6.2%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8% 이상 감소한 것이다.
 

금융위기 초반 엉거주춤하던 독일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부양조처를 실시했다. 국가의 간섭은 시장의 자생력을 저해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노동조합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위기에 직면해서 독일 정부는 획기적인 태도를 취했다. 은행 부문에는 막대한 자금과 보증을 제공하고 부실이 심각한 은행은 직접 인수했다. 동시에 수요 진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노동조합이 정책형성에 참가하면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행사하는 코퍼러티즘이 재탄생했다.

 

주지하다시피 독일 정부의 위기대처 정책은 아주 적절했다. 2010년 경제성장률은 다시 긍정적인 추세로 반전해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2010년은 3.5%, 2011년은 2%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한다. 고용시장도 긍정적이다. 정책효과의 시차 때문에 2009년 실업이 소폭(4.8%) 늘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1.9%포인트 실업자 수가 줄었다. 현재 논쟁의 핵심은 실업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숙련노동력 부족 문제이다. 폴 크루그먼이 2009년 11월 〈뉴욕 타임스〉에 썼듯이 ‘독일의 일자리 만들기 기적’이 생긴 것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일자리만들기 기적’

 

독일 일자리 만들기 기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공헌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비슷하게 대규모 케인스식 부양책이 실시된 1970년대 초 2차 오일쇼크 때와 비교해 보면, 이번의 경우 고용시장이 매우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 보조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법률 개정과 국가 보조 증가로 이 부양책은 친기업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거의 잊혔던 정책수단이 멋지게 부활했다.

 

그러나 정부 보조에 힘입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살린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집단적 합의에 기반을 두어 기존 고용관계 내에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한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왔다. 고용주들은 지난 경기침체기에 대량해고를 실시한 뒤 바로 숙련된 노동력 부족에 허덕인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든다면 이 방법이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반면 경제가 더블딥에 빠진다면 실업의 증가를 잠깐 지연시키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부문간, 노동계층간 차별화는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심각한 문제이다. 고용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비스부문의 고용 증가 추세가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제조업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는 서비스업에서의 증가로 메워지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는 것이다. 급여가 낮아지고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저임의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고 노동조합 가입률도 낮다.
 

남녀를 비교해보면 부양책에 따른 성별 혜택의 불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들이 여자에 견줘 더 쉽게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는 여자들이 서비스업의 주된 노동력인 데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독일 가계의 주수입원이 남자임을 고려하면 이는 전체적인 가계소득의 감소로 이어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일부 취약계층의 실업률이 평균보다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훨씬 적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한계선상의 임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55살 이상의 고령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쉽게 잃는 집단이다. 25살 이하의 젊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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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진델핑겐 공장에서 항의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 앞에는 ‘일자리 없애기를 중단하라’고 쓴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비정규직화 경향 뚜렷해진 고용시장

 

고용시장의 추세는 비정규직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파트타임 일자리는 지난 위기 때보다 더 늘고 있다. 2008~2009년 동안 정규직 고용이 1.2% 하락한 반면 파트타임 고용은 4% 증가했다. 특히 서비스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경향은 여자보다도 남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임시파견직은 경기침체가 되면 쉽게 해고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재빨리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유형이다. 이번 경기침체 동안 임시파견직 일자리는 18% 감소했다. 이는 위기 이전에 임시파견직이 급격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고용주들이 핵심적 일자리조차도 임시파견직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제조업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노동조건과 고용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세계 유수의 수출국이다. 이는 우수한 노동력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온 한편 임금은 완만하게 상승한 덕이다. 이러한 전략은 위기 이전에는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일의 수출주도형 경제전략이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하고 독일 경제 체질을 취약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즉 낮은 임금은 내수를 제약해서 독일 경제 전체가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출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수출 집중은 근린궁핍화 초래

 

이런 측면에서 독일 정부의 부양정책이 수출부문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의 부양책으로 저임금 일자리만 증가한다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노동계급의 비중은 줄어든다. 유럽연합 내부에서 독일의 부양책이 성장엔진의 강화가 아니라 근린궁핍화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독일의 국가채무는 꾸준히 늘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한편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수요가 증가했고 막대한 통일비용도 한 원인이었다. 이를 해결할 조세제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위기를 맞아 국가의 개입이 아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충되는 목표 중에서 택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 위주의 부양책에 대해 사회보장 및 의료복지의 축소 문제가 곧바로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실제 실시된 정책은 케인스주의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자본에 대한 구조적 의존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기업 위주로 실시되는 부양책은 다수의 국민을 정책적 보호막에서 제외하고 마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노동시장서 지속가능한 내부수요를

 

노동조합이 공동선을 위한 강력한 이해집단으로 재등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조합은 경제에 해를 끼치는 케케묵은 이익단체였다. 아직 열광할 정도는 아니지만 노동조합의 변화는 긍정적인 충격이다. 위기 상황에서 임금상승 절제와 안정적 노동력 통합은 정부나 고용주 입장에서는 학수고대하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원들은 사회보장의 강화와 근로조건의 향상으로 보상되었다. 하지만 이런 교환이 불가능한 지금 정부와 기업은 고용시장을 통해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력 통합을 이뤄야 한다.

 

이제 독일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번 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정부의 간섭이 아직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의 직접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국가개입 공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첫걸음은 국가재정에 대해 자본이 부담하는 몫을 적절한 수준으로 올리고 복지국가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내부수요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국제적, 특히 유럽연합 내부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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