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 리뷰] 대기업의 협력업체 CSR 지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짚어 보아야 할 점이 사회와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관계된 이해관계자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들이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직원, 소비자, 정부, 지역사회, 엔지오, 협력업체 등 다양하다. 원칙적으로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조업을 기반으로 대기업 위주의 기업간 거래(B2B)에 주로 의존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최대 이해관계자는 대기업과 정부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한정된 자본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맞춘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협력업체 CSR 관리에 눈을 돌리며 이를 실행하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늘고 있다.

휴대전화 부품업체 썬텔은 엘지전자의 CSR 컨설팅 관리를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5월 이 회사 경영진과 생산직 조반장들이 정기 간담회를 열어 회사 경영현황을 공유하고 생산직 사원들의 건의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썬텔 제공
엘지전자, 세계 공통 표준계약 적용

엘지(LG)전자는 2010년부터 협력회사 CSR 위험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도입한 경우다. 엘지전자는 전자산업행동규범(EICC)의 CSR 위험 평가 도구를 적용해 협력업체 중 10곳을 선정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개선하는 컨설팅을 진행한다. 휴대전화 터치패널을 개발·생산하는 썬텔도 엘지전자의 컨설팅 관리를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썬텔은 임직원 수 200명, 연간 매출액 750억원 규모로, 2012년 엘지전자의 협력업체 CSR 관리 컨설팅을 받았다. 엘지전자에서 파견된 CSR 전문가들은 사업장 방문과 조사를 통해 몇 가지 개선책을 내놨다.

이 회사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채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화학물질 처리 공정을 개선하고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조언했다.

일방적 강제 아닌 조력자 역할 해야

엘지전자는 올해부터 신규 협력회사와 거래할 때 노동권리 보장, 작업장 환경관리, 안전 및 보건 등 3개 영역의 CSR 항목이 포함된 구매표준계약서를 전세계 사업장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기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분기별로 이뤄지는 정기 평가에도 이런 항목을 도입해 가점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규는 물론 기존 협력업체도 이 기준을 충족하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국내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사회책임경영을 갈수록 중시하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를 또 다른 제약이나 경영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현시점에서 중소기업이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대 이해관계자인 거래 대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력 중소기업에 CSR 기준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거나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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