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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생활정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스쿨존 지정 현황은 연평균 11.5%씩 증가하고 있지만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스쿨존 지정만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할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해 10개 초등학교 스쿨존 조사

김해교육연대에서 ‘스쿨존 실태조사’를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다. 김해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2인1조로 팀을 짜 김해 초등학교 22곳 중 10곳에서 부근의 스쿨존을 조사했다. 동네 환경을 잘 아는 마을지기(지역별 모임을 주도하는 조합원)들이긴 했지만 학교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안전거리를 측정하는 일은 만만찮았다. 한 스쿨존마다 거의 2시간여가 걸렸다.

조사 내용은 △스쿨존 표지판 유무 △도로 및 도로 부속물의 설치·정비·유지 현황 △어린이 보행의 위험요소 △학교 주변 어린이 유해시설 현황 △교통안전지도 및 시민활동 현황 등이었다. 학교 앞에서 등교 지도 선생님에게 간단한 설명을 하고 조사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전 8시10분에서 40분 사이에 등교를 하는데 8시20분쯤에는 횡단보도를 다 메울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도로를 지나다녔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후문을 막아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정문으로 교사들 차량과 학생들이 동시에 출입하는 위험한 상황이 나타났다.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 때문에 차량 지도 봉사를 하는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까지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 조사 당시 여러 스쿨존에서 신호 위반 및 과속 차량들을 볼 수 있었으나 이를 단속하고 제지하는 안전의 손길은 없었다. 학교 주변에선 대부분의 차량이 불법 정차해 있었고, 주변 상가에서 쌓아놓은 물건들 때문에 통학로가 좁아져 어린이와 운전자 모두에게 위험요소가 되기도 했다. 실태조사를 진행할수록 스쿨존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점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살다 온 마을지기 조사원은 “캐나다에서는 스쿨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벌금과 벌점이 엄청나서 위반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것에 의미

이 조사는 학부모가 직접 아이들의 시선에서 진행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조합원과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지속적인 스쿨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스쿨존에서의 속도 및 신호위반, 횡단보도 우선멈춤 위반 등의 행위는 자발적인 노력만으로 억제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꼭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규제가 필요해 보였다. 단순히 민원을 넣는 것을 넘어 학교마다 학부모 조사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사 내용, 시장 후보들 공약 채택

우리는 조사 내용과 결과를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해시장 후보들에게 정책으로 제안했고, 후보자 모두로부터 수정 없이 ‘공약으로 채택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절대 안전의 관점에서 스쿨존의 규제 강화와 시설 확충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재미있는 일’로 생각해 시작했던 일이 ‘꼭 필요한 일’로 인식되었고, 나중에는 ‘꼭 지켜야 할 일’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을 운에 맡기지 않고 싶다. 좀더 나은 세상, 안전한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올해에도 더 나은 직접 참여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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