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환경 사회적기업의 참된 의미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박람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자전거 페달을 돌려 얻은 전기로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를 작동시키며 신기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우리네 공중화장실 문화를 바꾸어놓았다고 하는 아름다운 권유의 표어다. 이 낯익은 문구가 지난해 전주영화제 출품작인 프랑스 코미디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도 낯설게 등장한다. 상징과 은유가 화면 가득 웅숭깊은 울림을 주는 이 영화에서 마담 프루스트는 공원 한가운데 그늘이 우람한 고목을 전기톱으로 자르려 하자 우쿨렐레 하나 달랑 들고 이 표어로 맞선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의 위선을 풍자한다. “당신들은 지구보다 변소를 더 생각한다”고.

영화는 미래와 후손을 위해 머문 자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시민의 의무가 어찌 화장실에 머물겠느냐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의 ‘머문 자리 딜레마’를 꼬집는 반전인 셈이다.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기를 권하는, 그래서 화장실 밖의 머문 자리 역시 더 더럽힐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세상 아닌가.

재활용, 생태적 생산, 윤리적 소비 망라

그런데 이 불편한 물음을 회피하지 않고 머문 자리의 딜레마를 푸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 머문 자리를 화장실 밖에서 알록달록하게 실천하며, 아름다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환경 사회적 기업가’가 그들이다.

이들의 실천 조직인 환경 사회적 기업은 자원의 재활용과 에너지 부문, 생태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의 영역을 망라한다. 재활용 부문은 버려진 자원에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폐가전 제품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도시 광산’ 등 신개념을 추가하며 진화한다.

태양광 발전을 하는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친환경과 공정무역의 착한 생산과 소비도 농산품에서 공산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활동 영역과 이름은 달라도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머문 자리를 더럽히지 말고 지구를 더 생각하자는 밑바탕은 같다.

제안은 시민, 얼개는 정부, 금융은 뒷받침

누군들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마다하겠는가. 문제는 마담 프루스트의 말마따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구를 변소보다 더 생각할 수 있겠느냐다. 화장실 표어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나는 화장실 문화가 표어만으로 바뀐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이 시민에게 아름다운 머문 자리를 권유하고, 여기에 정책과 자원이 체계적으로 결합했기에 가능했다.

정책은 시민이 만드는 것이지만, 시민의 창의를 북돋우는 사회적 상상력의 매뉴얼이기도 하다. 머문 자리의 상상력을 화장실 밖으로 끌어내는 정책의 얼개가 짜이고, 시민의 창의를 해방하는 사회적 금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책과 금융이 환경 사회적 기업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화장실에 갇히지 않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실천한다. 지구를 생각하면서 다양한 부문과 영역에서 머문 자리를 돌보는 게 환경 사회적 기업이다. 작은 실천의 영역에 큰 생각을 가두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유기농 채소나 공정무역 커피를 사고파는 주된 이유가 개인의 웰빙이라면 윤리적 소비나 연대의 살림이란 구호는 화장실 표어처럼 박제화될 수 있다. 아름다운 시민의 관계 맺기보다 시장으로 내몰린 채 작은 실천에 분투해야 하는 환경 사회적 기업가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유병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지난 1980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00년의 협동조합 결의문’에서 “만약 협동조합이 다른 영리회사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 이상으로 이룬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한가?”라는 성가신 물음을 던졌다. ‘참된 목적’을 잊지 말라는 35년 전의 이 당부는 마담 프루스트의 외침과 호응하며 ‘머문 자리의 딜레마’를 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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