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몸집 커진 CSR, ‘전략’으로 체질 바꿔야

HERI 2011. 06. 24
조회수 11237
[동아시아기업의 지속가능경영-한국]

몸집 커진 CSR, ‘전략’으로 체질 바꿔야

유한킴벌리 ‘사회 위한 투자’ 뿌리 튼튼
‘삼성사태’ 전략적 CSR 중요성 부각


국내 생활건강용품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로 14.4%를 기록했다. 국내 제조업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좋은 실적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도 유독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업이 있다. 2001년 처음 시작한 디지털청정날염(DTP) 부문이다. DTP는 디자인에서 날염까지 전 공정을 디지털화한 친환경 시스템이다. 지난해 48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5월까지 적자가 18억원에 이른다. 쓸데없는 사업을 한다는 다른 부서의 불만 속에서도 이 사업이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지 때문이다. 이은욱 부사장은 “활력을 잃은 국내 날염산업에 국제 경쟁력을 갖게 할 획기적인 친환경 기술”이라면서 “환경경영을 실천하는 회사로서 일종의 사회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일찍부터 이윤창출 과정에 사회책임경영(CSR)을 접목시켰다. 재생펄프를 원료로 사용한 화장지 ‘뽀삐’가 선을 보인 것은 1980년이다. 천연펄프에 비해 원료비는 덜 들지만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큰 재생펄프 화장지를 만든 이유는 폐지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뽀삐는 곧 위기에 부닥친다. 사내에서는 천연펄프 화장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경영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재생펄프를 쓰면서도 품질이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품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도 되돌아오기 시작했고 다른 제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됐다.
 
“윤리경영 못 하면 돈 쏟아붓는 사회공헌 무의미”
미국의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을 주창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에게 ‘전략적 CSR’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전략적 CSR은 좋은 경영성과를 거두면서 준법·윤리경영도 제대로 실천하고,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를 사회의 필요에 맞게 전개하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훌륭한 경영자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데, 그것이 바로 훌륭한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상당수 경영자들은 아직 이윤창출 자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조차 “건전한 기업활동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낸 기업에게 또 나머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주장은 무리”라는 말을 버젓이 한다.
 지난해 터진 ‘삼성사태’는 전략적 CSR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삼성은 뛰어난 경영성과로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명성을 누려왔다. 삼성의 지난해 사회공헌 예산은 4500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최대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비자금 사태가 터진 뒤 올해 4월22일 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때까지 사회공헌 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경영진의 불법, 비리가 드러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오히려 “돈으로 치부를 가리려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한준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연구들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회공헌에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기업 CSR 위원회 잇따라 도입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전략적 CSR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3월 회장단회의에서 CSR 강화 선언에 이어 기업별 CSR위원회 설치에 관한 논의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 5곳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신설하고, 정몽구 회장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이사회 산하에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해 전략적 CSR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전사적 차원에서 CSR 전담조직을 두고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CSR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었다. 국내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CSR이 글로벌 경제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고 말한다. 또 이런 글로벌 추세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 구축 등 한발 앞선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데 동의한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양적 발전을 토대로 내실도 기해야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말뿐이 아니라 실천으로 전략적 CSR을 보여줄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기업경영 자체가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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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다양한 목소리 귀기울여야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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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봉사단 조직과 공익재단 설립이 활성화되고 있고, 사회공헌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의 경우 세전 이익 대비 2%선을 넘어서고 있어 미국의 기업들에 비해 지출 규모도 2배를 넘는다.
 그러나 이 같은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존경심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일부 기업에서 드러난 분식회계나 세금포탈, 그리고 불공정거래 행위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분명히 사회로부터 칭찬과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것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환경·인권·윤리를 아우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의 연관성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보다는 보상적, 자선적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그 결과 많은 사회공헌 활동들이 기업윤리나 환경, 인권 등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와는 분리된 채 단기적 시각에서 이미지만을 높이기 위한 홍보 위주의 활동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엔을 비롯해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등 국제조직들에 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표준화 작업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인 범주 안에 환경, 인권, 윤리, 지역사회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점 중의 하나가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의 관계이다. 기업은 종업원, 주주,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데, 이들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GRI의 국제대회에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보고양식과 내용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활동을 규정하는데,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사회공헌 활동의 긍정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과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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