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동아시아기업의 지속가능경영-중국]
‘무역장벽’ 외치던 정부, 기준 만들어 바람몰이

바오산철강 동물원 갖춘 ‘화원공장’
올림픽ㆍ엑스포 CSR 촉매제 될 듯


상하이 북동쪽에 위치한 바오산철강. 마치 숲 속 한가운데 공장이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달하는 공장부지에서 그중 41%가 녹지다. 공장을 꽃밭처럼 꾸몄다고 해서 중국인들은 이곳을 ‘화원공장’이라 부른다. 더욱 특이한 점은 공장 안에 동물원을 만들어 꽃사슴, 낙타, 공작 등을 기르는 것이다. 다이지안(戴堅) 환경자원부 부부장은 “배기가스, 분진 등 환경오염에 민감한 동물들을 길러 환경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2005년에는 녹화사업이 가장 잘된 공장에만 부여하는 국가지정 환경우호기업에도 선정됐다. 이런 바오산철강을 보려고 중국 전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단골 코스가 됐다. 장삿속 밝은 중국인들답게, 1997년부터는 아예 상하이항에서 공장까지 3시간짜리 관광코스도 개발했다. 맹하이바오(孟海彪) 커뮤니케이션부 책임자는 “지난해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바오산철강은 중국의 대표기업이다. 조강 생산능력이 연간 2800만톤으로 세계 5위이다. 철강산업은 에너지와 자원 사용량이 많고,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도 많다. 환경경영에 힘을 쏟지 않으면 바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다. 바오산철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조강톤당 2.1톤(2006년 기준)으로 신일본제철의 1.83톤이나 포스코의 2.07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폐기물 배출량은 조강톤당 0.48톤으로 신일본제철의 0.56톤이나 포스코의 0.65톤에 비해 오히려 적다. 다이지안 부부장은 “수치가 좋다고 꼭 환경경영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환경경영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CSR)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바오산철강뿐만 아니라 국가전력공사, 차이나모바일, 하이얼, 레노버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모두 CSR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가전력공사가 벌이고 있는 ‘모두에게 힘을’이라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벽지에 무료전기를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중국의 대기업들이 2006년부터 앞다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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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회사법에 CSR 조항 명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SR을 선진국의 무역장벽으로 간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 변화의 강력한 추동자는 중국정부이다. 중국정부는 수출주도형인 경제체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는 CSR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보고, 2006년 ‘중국기업의 CSR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또 회사법을 개정해 CSR 조항을 명시했다. 중국 회사법 제5조는 “회사는 경영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법률과 행정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사회 공공도덕과 상업도덕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중략) 사회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다국적기업연구센터의 왕지레 교수는 “중국은 유상(儒商)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상인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히 여겼는데, 개혁·개방 이후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정부가 CSR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체제유지 때문이다. 30년간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중국사회는 계층간, 지역간 격차가 심각하다. 환경오염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다. 베이징 외곽으로 나가 땅을 파면 몰래 파묻은 환경오염물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 중국 런민대의 카오더부 교수(경제학)는 “올해 시행에 들어간 신노동법에서 종신고용 규정, 파견근로 종료시 경제적 보상 등 노동자 보호조항을 넣은 것도 CSR 강화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CSR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베이징대, 칭와대 등 중국의 5개 유명대학의 학생 25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장가항 국제학교 건립에 1천만달러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지방의 초등학생 100명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사생대회를 열고, 자금성도 구경시켰다. 손정렬 부장은 “보여주기식 CSR은 곧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에 조용하고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고용 마스코트 제작업체 탈락되기도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상하이 엑스포는 중국기업의 CSR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도 이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CSR 요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정부는 올림픽 마스코트 제작기업 2곳이 미성년자를 고용했다며 유럽연합이 항의하자 이들 업체를 탈락시켰다. CSR 컨설팅기관인 신타오의 꿔페이완 대표는 “CSR을 제대로 안 하는 중국기업은 바로 공격당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CSR을 더욱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감안할 때 중국기업들의 CSR 수준은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들이 지금껏 한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기업들에게 CSR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베이징·상하이/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기업 스스로 나서는 단계 아직 멀었다”

꿔페이완 신타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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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는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중국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CSR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의 CSR 컨설팅기관인 신타오의 꿔페이완(郭沛源) 대표는 자신 있게 말했다.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신타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중국의 CSR 현황과 전망,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의 CSR 현황은?
 “2004년까지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몇 곳에 불과했는데, 2006년에는 30여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실적은 현재 집계 중이지만,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업들이 보고서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CSR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영기업 중심으로 CSR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중국정부는 2000년대 초까지도 다국적기업들의 CSR 요구를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간주했다. 정부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수출국가이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려면 CSR 관련 국제표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 CSR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만든 물건은 값이 아무리 싸도 사주지 않는다. ”

-중국정부가 ‘제11차 5개년 계획’에서 천명한 ‘조화로운 사회건설’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중국정부는 화합사회를 위한 신과학기술과 신발전 개념을 강조한다. 모두 CSR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중국의 CSR 수준을 평가한다면?
 “개방·개혁이 이뤄지기 이전 중국기업들은 국민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돌봐줬다. 심지어 직원 자녀의 결혼까지 챙겼다. 그러나 시장경제로 전환한 뒤에는 직원들에게 해주는 것이 더 적어졌다. CSR 관점에서 보면 20여년 전 기업들의 역할이 더 컸다. 현재 중국 국영 기업들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제품생산에만 신경을 써서는 안 되고, 다국적기업들의 CSR 수준에 맞춰야 한다.”

-CSR 모범사례를 소개한다면?
 “바오산철강의 환경경영이 대표적이다. 바오산은 정부의 환경보호 활동에도 자금 지원을 하고, 전국의 대학에 장학금도 준다. 이동통신회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서부 낙후 지역의 교육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건설과 인터넷분야의 대표기업 100여개가 모여 내몽골의 사막화 방지사업을 지원하고, 비정부기관(NGO)을 후원하고 있다. ”

-앞으로 과제를 꼽는다면?
 “중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CSR을 부담으로 생각한다. 기업 스스로 CSR에 나서는 단계가 아직 아니라는 얘기다. CSR을 잘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또 사회공헌을 위해 돈만 내면, CSR을 다하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사회공헌은 CSR의 일부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CSR 전담조직이 있는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기업 내 CSR 관리 시스템이나 인력이 부족하다.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선진국에서는 CSR을 잘하는 기업이 만든 물건은 값이 비싸도 사준다. 그러나 중국 국민들은 값싼 물건만 찾는다.”

베이징/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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