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디즈니랜드

HERI 2011. 06. 24
조회수 7239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에덴 프로젝트 성공 비결
상상력으로 지역과 지구적 문제 연결…로컬푸드 먹고 공정무역 커피 마시고
식당 메뉴판엔 생산농가 이름…연극·행위예술로 이슈 제기


» 방문객들과 함께 고대 콘월의 공동체 회의 장면을 연출하는 모습. 에덴프로젝트 제공
에덴 프로젝트는 재미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색의 공간이다. 높이 55m의 거대한 온실 안팎에서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사과로 사이다를 만들고, 미니 밴드 공연을 즐긴다. 컨베이어벨트로 대량 생산되는 값싼 수입 바나나 수확의 현장을 경험하고, 유기농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 무대에 올라본다. 식당에서는 생선과 채소의 생산자 이름이 적힌 로컬푸드 메뉴를 즐기고, 기념품 가게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구입한다. 봉지를 열어 물을 붓기만 하면 화초가 자라나는 ‘포켓 가든’이라는 아이디어 상품도 잘 팔린다.

에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이다. 지역민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되, 기후 변화라는 지구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로컬 푸드를 선도하면서 지구인을 하나로 묶는 다양한 교육·자선 및 저개발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야간 공연 불빛이 찬란한 에덴의 여름밤. 에덴프로젝트 제공

사람과 식물 ‘설명’보다는 ‘교감’

식물의 이름표나 설명글을 에덴에서는 볼 수가 없다. “사람과 식물의 관계를 이해하자는 것이 에덴의 설립 목적이잖아요. 그저 설명글을 붙여놓는 것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어요. 에덴 사람이 직접 설명하고 관람객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사람과 식물,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깊게 하자는 뜻입니다.” 가이드인 먼로 셰퍼드의 설명이다. 유기농 의류 패션쇼처럼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벌어진다.

이벤트 및 전시 담당 매니저인 케이트 프랜시스는 “매일 새 프로그램을 공연하는 것은 에덴을 여러 번 찾아도 항상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온실 내부도 계절별로 테마를 바꿔 1년에 세 차례씩 전면적으로 재배치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에덴의 전체 방문객 중 38%가 두 차례 이상 찾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7차례 이상 방문자도 11%에 이르고 있다. 통계분석 매니저인 앤드루 재스퍼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계속 개발하면서, 에덴 안에서의 체류 시간도 점점 길어져, 초기의 평균 3시간40분에서 2008년에는 4시간20분대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조 엘워시 해석 및 전시 담당 국장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7%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피부에 와 닿게 일러주는 것이 에덴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우리는 대안을 이야기한다”며 “열대우림이 왜 중요한지, 식물을 왜 키워야 하는지, 왜 자동차를 적게 타야 하는지를 놓고 연극이나 행위예술을 하거나 음식 만들기 등의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고 말했다. 음식·주거·환경 등의 핵심 이슈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지식팀의 댄 라이언은 환경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정보를 생산한다. 그는 “에덴의 이벤트나 전시물은 대부분 사람과 식물의 관계를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그에 필요한 새로운 환경 정보를 개발해 공급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본가들이 생각하는 환경의 문제와 환경론자들이 생각하는 환경의 문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콘월 지역의 농작물 품질 개량을 연구하는 에덴 직원들. 에덴프로젝트 제공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로컬, 로컬, 로컬

원래 농부였던 앤드루 오머러드는 에덴 프로젝트에서 지역 농민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은 상업 작물의 전시 마케팅을 지원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보리빵의 상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페루 감자를 수입해 품종을 개량한 뒤 칩스 과자를 생산하도록 농민들을 지원한다. 칩스 과자에는 버츠라는 마을 브랜드를 붙여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시멘트 대용으로 쓰는 친환경 헴프벽돌 생산 기술을 농민들에게 보급하는 일도 한다. 농민들은 헴프 재배로 수입을 올린다.

구내식당 매니저인 토니 헨쇼는 “식자재 구입의 최우선 순위는 코니시(콘월산)이고 다음이 품질”이라고 말했다. 콘월 농산물 구매 비율이 82%에 이르는데, 꽃과 커피·차·핫초코 등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것만 외지에서 들여온다. 토니 헨쇼는 “에덴은 로컬푸드의 리더”라며 “지역 식당들도 에덴을 모방하면서 로컬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농가 이름을 써놓은 에덴 식당의 로컬푸드 메뉴 또한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에덴의 브랜드와 유통의 힘이 커지면서, 에덴에서 판매를 시작해 크게 성공하는 사례도 여럿 나타나고 있다. 운영 매니저인 조지 엘워시는 “한 우유 농가의 땅에서 나온 생수를 에덴에서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그 농가가 이제는 큰 생수회사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큐레이터인 이언 마틴은 “지역 주민은 하루 티켓으로 1년 관람을 할 수 있다”며 “콘서트 등의 주민 행사가 자주 열리며, 주민들은 공연장을 관광객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다른 철에는 여러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주민들이 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에덴의 직원 성가대는 주민 성가대와 합동 공연을 이곳에서 벌인다.

콘월/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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