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녹색생활 
진안 마을만들기 주역 구자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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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군은 마을만들기와 귀농귀촌 사업 등을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을 꾸려가는 실무자 6명은 서울(2명)과 부산·대구·충남·전주 등에서 들어온 외인부대로 구성돼 있으며, 구자인 박사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팀장 격으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진 뒤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성철 도농교류센터 사무국장과 김정미 간사, 구 박사, 귀농귀촌활성화센터의 최태영 국장과 한태영 간사,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의 송인하 간사이다. 이들 중 최 국장은 2007년도 마을 간사 출신이고, 양 사무국장은 진안 마을축제 용역을 맡았다가 진안과 인연을 맺었다.
 
‘마을만들기의 메카’ ‘귀농귀촌 1번지’의 한복판에는 구자인(45·진안군 마을만들기 지원팀장)이라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농학을 전공한 박사라는데, 전혀 먹물 냄새가 나지 않는다. 촌사람 이상으로 촌스럽게 생겼고, 말하는 품새 또한 그렇다.

 

 

지역·주민·환경 고민하다 투신

 

-마을만들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삶을 고민하다가, 지역·환경·주민 셋을 내 인생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그 뒤 시민단체의 지역주민운동에 참여했고 환경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주민 주도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지요. 하지만 유동성이 크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도시에서는 주민 주도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때 일본의 마을만들기를 접하게 됐어요. 1998년부터 6년 반 동안 일본에서 지내면서 히로시마 북쪽의 산촌 지역에 있는 시마네 대학에서 마을만들기를 공부했습니다. 조사 지역이 바로 가까이 있었고 지도교수도 좋았습니다.”

 

-부산 사람인데, 진안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박사 학위를 마치고 일본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중에, 진안에서 마을만들기를 전담할 박사급 계약직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귀국해서 당시 군수를 면담하고 마을만들기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2004년 12월 정책개발팀장으로 첫 출근을 하면서 10년 정도 인생을 바쳐보자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에 지금의 송영선 군수가 마을만들기를 위한 조직 개편을 결심하면서 각종 마을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정책기획단을 출범시키고 그 산하에 마을만들기팀을 신설했습니다.”

 

-수많은 지자체들이 진안의 마을만들기를 배워 가지만, 제대로 흉내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진안과 구 박사의 특수한 사례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나는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진안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보편타당한 원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정부와 학자들이 왜 나 같은 사람을 연구하지 않는지, 솔직히 많이 불만스럽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세워도 왜 지역에서 잘 시행되지 않고 왜곡되는지, 그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그저 아이디어만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나와 우리 팀을 연구해 보면, 농촌정책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텐데요.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만들기가 왜 어려운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도 없이 단편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진안의 철학과 방식은 다른 곳의 지역개발 현장과 이론에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합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경험을 객관화해서 널리 알리겠지만, 외부의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충분히 관찰하고 분석하기를 바랍니다. 잘 배워서 활용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잖아요.”

 

행정과 민간 협력 시스템 구축

 

-지금까지의 마을만들기 성과를 정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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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 마을만들기 주역 구자인 박사

“다른 지역의 큰 성과에 비해서는 겉보기에 모자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정과 민간이 협력해서 일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지요.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마을들이 네트워크로 움직입니다. 우리는 마을 간의 협력 및 경쟁 구조를 만들어 놓았거든요. 다른 지자체를 가 보면, 마을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움직일 뿐입니다. 우리는 특정 마을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도 외부에서 자원을 수혈하는 방식으로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을만들기라는 말은 여전히 추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다른 지역의 마을만들기가 오히려 추상적입니다. 마을만들기 하면 체험마을 운영하는 것쯤으로 흔히 생각하지요. 우리의 마을 만들기는 오히려 구체적입니다. 주민들 스스로 다양한 마을 사업을 벌이고 있고, 경제와 교육·문화·복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가장 큰 성과는 주민 스스로 움직여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용담의 와룡마을과 동향의 능길마을이 대표적입니다. 그런 마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새로운 사업기회 개척을

 

-가시적인 성과가 약하다는 느낌을 여전히 지울 수 없습니다.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려고 합니다. 단기간에 농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묘수가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농촌의 하드웨어 구축에 정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파급효과는 미미하거나 일시적이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농촌에 들어와서 경제활동을 하면 농촌의 파이가 커지고 그 사람 주위로 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농촌의 사람을 키우고 그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경제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진안에 내려오면 농사지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오해입니다. 농사 말고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찾으라는 뜻입니다. 농촌에서 농사지어 먹고살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농사를 크게 한다는 사람을 잘 살펴보세요. 매출이 억대라고 떠들지만 속으로는 부채로 신음합니다. 소득의 양극화도 도시보다 심각합니다. 전업농을 지향하면 농지 임대나 보조금 지원을 두고 지역 농민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의 전문성을 살리라고 하지만, 그런 역량을 수용할 만한 시장이 시골에는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직거래 유통이나 교육·문화예술 등의 사업을 벌이더라도 아직은 수요가 많이 모자라고 성공 사례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골 지역에서의 그런 사업기회가 새로운 블루오션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의 영역에서 이런 사업 기회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입니다. 시골 지역에서는 사업 기획을 짜고 심지어 정책 지원을 받아내는 일까지도 스스로 그룹을 만들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농촌 주민들과 공생하면서 농촌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7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와 이 정도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구 박사는 작년 초 재계약을 하면서 6급으로 승진했다.)

 

“일반 공무원들과는 오히려 잘 지냈는데, 다른 계약직 팀원들과의 관계가 처음에 불편했습니다. 개중에 영상 세트장을 유치한다느니 하면서, 겉치레 행사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거든요. 정치적 효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지요. 사실, 계약직 지방공무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3000명에 이릅니다. 이웃한 무주와 장수에도 각각 30명과 20명이 있지요. 그런데도 계약직 공무원의 성격과 역할을 분석한 논문이나 연구자료 한 편 없는 실정입니다. 계약직들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대부분 8~9급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을 뽑기 전에 채용의 필요성과 업무를 분명히 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과감하게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본인에게도 좋고 주민들에게도 좋습니다.”

 

 

진안/글·사진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귀농 희망자들에게 주는 구 박사의 조언

시골 살기 앞서 철저한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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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군 귀농귀촌 추이

 

흔히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많은 도시민들이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겪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농업의 산업적 경쟁력은 취약해져 있고, 농촌의 현실은 사회적 약자를 품어안을 만한 여유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도시민들이 농촌에 들어와 마을의 분란을 만들고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수없이 본다.

 

시골에 살겠다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귀농귀촌의 동기가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개는 급작스런 선택을 한 것이어서, 가족의 동의가 부족하고 준비 과정이 짧으며 낭만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좋은’ 사람이 들어와 주민들과 공생하면서 농촌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을 몇가지 하고자 한다.

첫째, 시골에 내려오기 전에 주변의 생협에 가입해 조합원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도농교류 체험행사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면서 농업과 농촌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가능하다면 특정한 농촌과 직거래하는 작은 생협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도시의 귀농학교를 다녀야 한다. 귀농을 꿈꾸는 ‘동지’를 만나고 비슷한 취향의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현장을 돌아보는 동안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셋째, 가족과 함께 텃밭농사를 지어보는 것이 좋다. 농촌 출신이라 해도 지금의 농사 작목이나 기술이 아주 많이 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유기농업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다. 주말마다 호미질을 해보면서, 가족과 함께 귀농하는 것이 가능한지, 내가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농촌에 접목시키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농촌은 겸업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부 사이의 역할 분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장사를 하던 사람이라면 농산물 유통으로, 요리를 좋아한다면 식당이나 펜션으로, 학원 선생님이라면 대안교육이나 방과후학교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몇년은 고생할 수 있지만, 그런 고생 없이 농촌에 뿌리내리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새롭게 배워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미리 실습도 해보아야 한다.

 

다섯째, 귀농이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라는 말이다.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면 마을 속으로 들어가되, 사람과 관계 맺기가 항상 힘들었다면 무리해서 마을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몇년 늦더라도 ‘평화를 동반하는 귀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인터뷰 송영선 진안군수

 

“지도자 양성과 주민 교육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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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선 진안군수

진안의 마을만들기 이야기를 꺼내자, 송영선 군수는 대뜸 “구자인 박사 하자는 대로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송 군수의 확고한 결심이 없었다면 오늘의 진안 마을만들기도 구 박사도 있을 수 없었다. 농촌 지자체에서 단기 성과도 불투명하고 토목공사도 없는 일에 예산과 조직을 뒷받침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전임 군수의 업적을 이어받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솔직히 군수에 취임할 때만 해도 마을만들기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구 박사의 설명을 듣고 전국 최초로 마을만들기팀을 신설하기로 결심했지요. 군수가 바뀌면 정책도 다 바뀌는데, 진안군만은 연속성을 갖고 좋은 정책을 이어가더라는 외부의 평가가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을만들기가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인기 정책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거를 신경 써야 하는 군수로서는 모험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의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마을만들기가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니까 이해하고 따라오는 것이지요. 공동체를 만든답시고 부역이나 하라고 하면 결국 깨지고 말겠지요. 어제는 무거마을에서 점심을 했는데 마을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합디다. 마을 간사 출신으로 이장을 맡은 이가 친화력으로 이끌어 나가니까 마을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소득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제 시작입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마을에서 주민 사업을 하는 곳을 보니까, 더디더라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이 보입디다. 잘되는 곳은 잘되는 곳대로, 처음 시작한 곳은 처음 시작한 곳대로 진화를 거듭하도록 밀어줄 생각입니다. 마을 축제도 2008년보다 2009년에 참여팀이 더 늘어났어요. 1년 전보다 조금 발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도자 양성과 이를 위한 주민 교육이지요. 콩나물에 물을 주었을 때 물은 다 빠져나가지만 콩나물은 어느새 쑥쑥 자라지 않습니까. 교육의 힘도 그렇습니다. 손에 쥐여주어도 모르는 사람은 모릅니다. 마을만들기가 뭐고 공동체가 뭔지 교육을 통해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가장 큰 목적은 공동체이지만 물질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소득 오르는 방향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사업보다는 실제 소득이 오르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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