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정당 외곽지원 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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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와 정당 연결통로 역할 주목
 
정당의 공식 연구소는 아니지만, 각 정당의 이념 및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연구소들도 적지 않다. 주로 과거 정부 출신 인물이나 관련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정당 연구소들 못지않은 정책 생산과 담론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스스로 ‘친노세력’ 또는 ‘참여정부 출신’들의 지적 거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연구원의 인적 구성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 출신 인사들 주로 참여

 

참여정부 때 여성부 장관을 지낸 장하진 원장을 비롯해, 참여정부 정관계의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들이 임원진으로, 청와대 실무자들이 상근자들로 함께하고 있다. 강금원 이사장은 “미래한국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최고의 싱크탱크, 한국의 브루킹스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권찬 기획팀장은 “미래발전연구원이 시민사회의 작은 연구소와 정당 사이의 연결통로, ‘집권 경험의 사회화’를 전제로 한 ‘참여정부’에 대한 권위 있는 평가, 재집권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및 정책대안 마련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6·2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용역 형태로 <서울2010 프로젝트>의 내용 일부를 생산하기도 했다.

 

 

정책 경험 토대로 담론 주도

 

미래발전연구원 외에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광장,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공경영연구원 등도, 참여정부의 인적 네트워크와 정책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가 소장인 생활정치연구소 역시, 민주당의 가치와 정책 개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생활정치연구소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작업해 왔던 ‘생활정치’에 대한 연구 성과가, 민주당과 민주정책연구원이 야심 차게 작성한 <뉴민주당 플랜>의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로 인용된 것이다.


한국판 브루킹스·헤리티지 목표
 

미래발전연구원보다 2년 먼저인 2006년, 역시 ‘한국의 브루킹스’를 지향하며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이 출범하였다. 박세일 이사장은 한선재단이 보수이념이 뚜렷한 ‘헤리티지재단’보다는, ‘초정파적’ 성격의 브루킹스연구소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힌다. 이상래 사무총장 역시 “재단의 주요 참가자들이 보수적 성향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박세일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함께 국가발전을 논할 필요도 있다”며, 한선재단이 좁은 의미의 ‘보수’로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선재단의 구성과 활동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재단 참여자들 상당수가 현 정부 요직으로 참여했고, 박세일 이사장의 ‘선진화’ 담론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가치로 사용되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의 지식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시대정신(옛 뉴라이트 재단)이 자신을 ‘대한민국 선진화 싱크탱크’로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 담론의 포괄범위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선재단은 여의도연구소를 매개로 한나라당이나 현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보다, 언론을 통한 독자적인 의제설정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근 1~2년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과 연중기획을 진행했다. 심지어 여러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상래 사무총장은 “한선재단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의제설정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고, 연구 인력에 의한 정책생산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독일식 정치재단 모델을 따라 국가가 정당 정책연구소를 직접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 시민사회 두뇌집단들은 미국식 싱크탱크 모델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정당 정책연구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미국 싱크탱크들의 정책적 영향력에 대한 부러움이 뒤섞인 결과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와 같은 초대형 싱크탱크들이 서로 경쟁하고 선택되는 미국적 상황이 연출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 정책연구소가 정당에 대한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지식산업을 ‘육성’하면서, 다른 싱크탱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의 주장은 귀 기울여볼 만하다. 그것이 어쩌면 ‘미국식’도, ‘독일식’도 아닌 ‘한국식’ 싱크탱크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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