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캐나다 유기농 현장을 가다 
현지대담/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태근 흙살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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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오른쪽)과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캐나다 밴쿠버 외곽의 헤즐미어 유기농장을 돌아본 뒤 농장 식당에서 한국 유기농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달 중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김성훈(71) 전 농림부 장관과 이태근(51) 흙살림 회장을 함께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유기농 전도사인 김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친환경농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관련 정책의 틀을 잡았으며, 이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유기농업 연구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대담은 현지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있던 김 전 장관이 이 회장이 참여한 캐나다 유기농 연수팀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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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유기농 현장을 가다

외국유기농 수입은 친환경 어긋나

 

김성훈 김대중 정부 초기 친환경농업 육성법을 제정하면서, 유기농 대신에 친환경이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범주를 넓혀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 유기농의 4단계로 설정했지요. 사실, 유엔에서 말하는 친환경(environmentally-friendly agriculture)은 당연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을 뜻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남용하던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 (농약을 조금 덜 쓰는) 저농약과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화학비료는 덜 쓰는) 무농약 단계를 최종 목적지인 유기농 이전에 두었던 것이지요. 국제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으로 가도록 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이었습니다.

 

이태근 처음 친환경법을 제정할 때는, 저농약과 무농약 인증을 각각 5년과 10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그 뒤에는 모두 유기농으로 간다는 방침이었잖습니까. 그런데 10년이 지난 올해에야 저농약 인증을 중단하는 조처가 겨우 취해졌습니다. 무농약 인증은 그대로 남아 있죠.

 

사실, 지난 10년 동안 친환경 시장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10년 전에 고작 유기농가 1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전체 친환경 농가가 5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농가의 80%가 저농약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나머지 15%도 무농약이고, 진짜 친환경인 유기농은 5%에 불과합니다. 이제 문제는 질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의 질적 변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친환경농업 육성법을 유기농업 육성법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세계유기농대회를 여는 나라에서 무농약까지 친환경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창피한 노릇입니다. 우리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고 들었는데, 차제에 유기 농산물뿐 아니라 유기 가공식품까지 통합해서 지원하는 법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다만, 외국의 유기농 인증을 동등성 원칙에 따라 수용하자는 외교통상부의 발상은 위험합니다. 수만㎞ 운송으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농산물 수입을 용인하는 것은 생태계를 살리자는 유기농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종자에서 농업철학까지 완벽 실천


이 지금까지 우리는 농약과 화학비료만 안 쓰면 유기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 와서 보니, 고개가 숙여지네요. 이 사람들은, 종자와 퇴비 순환, 유통, 가공, 그리고 생태계를 살린다는 철학까지 철두철미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유기농은 아직 진정한 유기농이 아닙니다. 유기 종자도 쓰지 못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유기농업도 관행농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나오니까, 유기 농자재를 그저 많이 투입하면 좋은 줄 알거든요, 여기서는 자기 농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퇴비를 만들어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기 농자재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구입한 것은 투입을 최소화하지요. 우리 농민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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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유기농 하면 안전한 식품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이상 중요한 가치는 흙을 살려서 환경생태계를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유기농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생명의 뿌리와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넘칩니다. 그런 가치의 성숙이 유기농 하는 사람의 기본 전제입니다. 자기 농장에서 직접 퇴비를 못 만드는 사람은 유기농 할 자격이 없지요.

 

소비자들은 유기농을 믿고 그 가치에 감동하기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캐나다에서 유기농은 이제 소수의 대안이 아니라, 전체 식품시장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밴쿠버의 도시농업에서도 보았지만, 소비자들은 농민을 믿고 1년치 농산물 대금을 선납합니다. 비가 와서 채소를 배달받지 못하거나 불량품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유기농가를 전적으로 믿기 때문이지요.

 

인증은 민간이, 관리감독은 정부가

 

 유기농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유통이 튼튼하게 뒷받침돼야 합니다. 유기농의 성패가 유통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관 재임중에 경제부처와 심한 갈등을 빚으면서도 소비자협동조합법 제정을 강하게 주창했습니다. 결국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지금의 생협들이 출범할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나마 만들어졌고, 친환경 시장 확대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뒤로 소비자 유통을 강화하려는 후속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을 감동시키려는 농민들의 노력도 부족했습니다.

 

이 유기농 전문연구소를 꼭 만들었으면 합니다. 농촌진흥청에 유기농업과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별도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적정 투입을 앞세우는 농진청이 유기농 연구의 선봉에 서기는 어렵습니다. 또 인증사업에서는 정부가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민간 인증기관에 인증사업을 맡기고, 정부는 인증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인증기관의 차별성과 유기농의 고급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장관은 농민편에서 싸울 각오해야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본령에 충실해야 하고, 농민의 입장에서 농정을 펴야 합니다. 예산과 통상을 책임지는 경제부처와는 태생적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습니다. 약자인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야 합니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농식품부 장관 해서는 안 됩니다. 경제부처 뒷받침하려면, 농식품부의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가족농이 농정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족농을 전문화하고 협동화시키면 대농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규모 경영의 이점을 확보해 줘야 합니다. 기업농을 도입하는 것은 대안이 아닐뿐더러, 기존의 가족농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식물공장 운운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빌딩 지어서 농사짓자는 것인데, 대량의 화학물질과 콘크리트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지금 시대의 농식품부는 농식품부이면서 환경부이고 소비자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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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근 흙살림 회장

 농민 중심의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농민들이 농산물 생산과 가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농민들이 홈메이드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까다로운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농가에서 가공사업을 할 수 있어야, 가족농이 번창할 수 있지요.

 

우리 유기농이 진정한 유기농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유기 종자의 자유로운 유통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종자회사에서만 종자를 판매할 수 있고, 종자회사에서는 유기농 종자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시중에서 유기 종자를 구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쌀 감산 정책은 방향 잘못 잡은 것

 

 우선은 북한에 보내야죠. 북한으로 빠져나가면 단기적 공급과잉은 금방 해소됩니다. 근본적으로는 애그플레이션(식량 인플레이션)이 상습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전에는 7~8년 주기였는데, 지금은 2~3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쌀 감산 정책은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연 30여만t의 최소수입물량을 고려하면, 쌀은 남아돌지 않습니다. 통일을 대비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지금 정도의 생산량은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쌀생산 줄인다고, 논을 밭으로 바꿔놓으면 다시 논으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우리 곡물 중 유일한 자급품목이 쌀이잖아요?

 

 

밴쿠버/ 진행·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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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가 투입되지 않은 풀만 먹여 기른 쇠고기.

“30개월 쇠고기 미국서도 외면”

비싼값 주더라도 풀 먹인 거나 24개월 이하 찾아

“제발, <조선> 기자들 공부 좀 하라 하시오!”

 

대담 말미에 <조선일보> 보도 얘기를 꺼내자, 김성훈 전 장관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65만명 광우병 사망 외치던 그가 햄버거 먹으며 미국여행”했다고 보도했고, 김 장관은 한 달 뒤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들른 햄버거 가게는 100% 유기농 풀만 먹인 쇠고기만 쓰는 ‘버거라운지’와 18~24개월 미만의 프리미엄급 쇠고기만 쓰는 ‘인앤아웃’이었다”며 “지난 6월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데리고 갔던 햄버거집도 비슷한 쇠고기를 취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버거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기에, 이 사람들이 왜 이러나 신기해서 나도 먹어봤던 것”이라며 “이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풀만 먹여 기른 쇠고기나 24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기간 중 방문했던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 등의 유기농 유통점에서는 곡물사료도 쓰지 않고 풀만 먹여 기른 쇠고기(Grass-fed Beef)나 야생에서 자란 들소 고기가 식육매장 진열대를 잔뜩 채우고 있었다. 보통의 쇠고기보다 파운드당 1달러가량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었으며, 닭고기와 돼지고기·거위고기 등 모든 식육류에는 항생제 무투입(No Antibiotics Ever)이라는 표시가 강조돼 있었다. 심지어는 도살 과정에서 약품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수의사 이름의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다.

 

또한 홀푸즈마켓에서 파는 달걀은 공장식 사육이 아니라 들판에 놓아 기른 달걀(Cage Free Eggs) 일색이었다.

 

김 전 장관은 “미국에서 광우병 논란이 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자국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풀 먹인 쇠고기를 수입하라면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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