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민주당 정권 교체 이후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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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다노 유키오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지난 7월11일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패배한 것으로 예상되자, 침울한 표정으로 간 나오토 총리의 얼굴이 들어 있는 포스터 옆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경제는 침체되고 있다. 정치의 침체도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그 전망은?

 

 

버블경제 꺼지자 자민당 정권도 붕괴

 

일본의 거품(버블)경제는 1990년에 붕괴되기 시작하여 1992년에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한 경제위기에 맞서 국민들은 정치개혁과 경제재건을 위해 자민당 정권을 끝내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실현한다. 1993년 8월 호소카와 내각이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비자민당 연립정권의 재임기간은 겨우 263일이었다. 그 뒤 자민당이 다시 집권에 성공했지만, 1955년 이후 계속되었던 자민당 일당 주도 정권으로는 돌아가지 않았고, 긴 시간에 걸친 붕괴 과정에 들어섰다.

 

동시에 일본 경제도 긴 침체기에 들어섰다. 정치와 경제의 침체가 확실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시장의 불안이 경제위기를 가져왔을 경우, 정치의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기대가 정치와 만났을 때, 만약 정치가 불안하다면 그것은 경제위기를 증폭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가 정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오히려 정치가 기동력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20년(최근에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20년이 20년으로 끝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의 정치와 경제 관계를 간단하게 도식화해 봄으로써 어떤 정치를 필요로 하는지 검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올해 6월에 탄생한 간 나오토 정권에 일본인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반대하는지 살펴보자.

 

 

 

정책·시장 모두 실패한 복합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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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20일 일본 건설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펼침막을 들고 도쿄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든 불황의 원인은 역설적으로 호황에 있다. 모든 거품경제의 원인은 거품경제의 형성에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말의 유희가 아니라 불황의 유형은 호황의 유형에 의존함을 뜻한다. 20년에 걸친 불황은 새로운 불황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거품 붕괴 뒤 나타난 이 불황에 처음 붙여진 이름은 ‘복합불황’이었다. 종래의 불황에 금융불황이 덧붙여진, 새로운 형태의 불황이라는 의미였다. 또 불황 탈출의 단골 처방전인 재정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금융정책도 실패를 반복하는 등 정책과 시장의 실패가 복합되었다는 의미에서 이것이 복합불황임을 서서히 알아가게 됐다.

 

최초의 실패는 금융정책이다. 고도성장 경제가 거의 끝나가면서, 국제수지의 제약에서 자유롭고 자율적인 금융정책이 가능하게 됐다. 엔고 불황, 국내 산업 공동화의 두려움에 휩싸인 일본 정부와 은행은 과도기적 신용확대책을 발표했다. 1차 세계대전의 초고도 인플레이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전체의 인플레는 비교적 잘 통제했으나, 인플레의 불꽃은 자산 인플레에 집중적으로 옮아 붙었다. 특히 지금까지 신용창출의 기반이 되었던 토지의 가격 급상승은 경제 전체의 왜곡을 가져오게 됐다. 주가도 마찬가지 양상으로 상승했다.

 

과도한 신용 확대 후에는 급격한 금융 축소가 뒤따랐다. 거품은 완전히 붕괴했다. 토지본위제로 불리던 신용창출 양식에 기초를 둔 금융기관은 지가 하락으로 부실채권이 산처럼 쌓였다. 거품 뒤에는 심각한 불황이 도래한다. 일본 정부와 은행은 1993년 전통적인 재정확장정책으로 회귀하고, 금융완화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자 정치가 움직였다. 1993년 8월에 비자민 연립정부인 호소카와 내각이 들어섰고,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강력한 금융완화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자금은 적절한 흐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내수 확대는 쓸모없는 공공사업의 반복으로 나타나게 된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은 수요 확대 경로마저도 단절시켰다. 경제정책의 효과는 한정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재정정책에서는 기득권층을 묶고 있는 자민당이 아직 강하다.

 

1996년에는 자민당 단독정권(하시모토 내각)이 부활했고, 정권교체는 다시 모든 것을 되돌렸다. 자민당 정권은 또다시 정책의 과오를 범한다. 금융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가 분명치 않은 재정정책은 포기되었고, 소비세를 올려 증세를 했으며 긴축재정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도산을 했고, 이는 패전 뒤 처음 맞는 본격적인 금융공황이었다.

 

1998년 이후 재정 문제 본격 대두

 

국민의 판단은 1998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드러났다. 자민당은 대패했고, 하시모토 총리는 퇴진한다. 참의원은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양원제는 양원 모두 정권에 직결돼 있다. 그로부터 12년 뒤 소비세를 쟁점으로 한 참의원 선거가 이제 막 출범한 간 나오토 정권에 통렬한 타격을 준 것과 같은 구조였다.

 

이처럼 일본 정치를 관찰할 때는 양원의 관계에 깊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의원의 임기는 6년이고, 3년마다 반수씩 선거를 하는 미국의 상원과 비슷한 제도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로 한꺼번에 변화하지는 않는다. 실제 자민당은 이번 선거 이후 지금까지 단독으로 참의원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치의 변화는 매우 온건하게 이뤄진다.

 

자민당이 대패한 1998년의 참의원 선거 후 임시국회는 ‘금융국회’로 불렸다. 거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안정화를 이뤄내기 위한 제도가 심의됐다. 양원에서 모두 불안정했던 자민당은 이제 막 결성된 민주당의 수정안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이는 민주당이 정책의 주도권을 거머쥔 순간이기도 하다.

 

다른 형태의 확장주의적 재정정책에 박차가 가해졌다. 적극적인 국채 발행으로 재정이 확대됐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난 정부 장기채무는 이때 본격화한 것이다.

 

그 후 자민당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정권을 연명시킨다. 2000년에 공명당과 연립하여 참의원을 안정시켰다. 2001년에 고이즈미를 총리로 선출해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그것이 자민당의 추락세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8월30일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에 압승을 거둬 480석 가운데 308석을 얻었다. 1996년 소선거구 비례병립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 만에, 교체가 가능한 양대 정당제의 틀이 비로소 만들어졌다. 국민은 자민당에 없는 모든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비틀림’은 해소됐고 리먼 쇼크 후의 정치 침체에서 당연히 탈출할 줄 알았다.

 

정권교체 이후 성과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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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와라 도시오 지방자치총합연구소 연구원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성장의 새로운 전략에 힘을 기울였고, 정책 마련을 끝낸 뒤에는 이미 참의원 선거가 다가왔다. 결과는 대패였다. 참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 정권이 정권교체 이후 10개월간 손댄 성과 상당부분이 없던 일이 됐다.

 

국회는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희망이 있다면 1998년의 금융국회처럼 야당이 대활약을 해주는 것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야당인 자민당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민당은 야당에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국회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과 관계없는 부분에서부터 조금씩 진전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15일 간 내각은 부대신(차관)에서 정무관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긴 하나 처음 있는 일이다.

 

8월10일에는 한국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무라야마 담화를 따르는 것이었으나 무라야마 총리가 사회당 출신 총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민당 정권에서라면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법률이 필요한 재일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통과될지 불분명하다.

 

간 총리는 소신 표명을 통해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사회보장’을 선언했다. 소비세 증세가 좌절됨으로써 강한 재정은 봉인되었지만, 엔강세 경향을 보면 수출에서 강한 경제 재구축은 현실화할 듯하다. 간 총리 본인은 엔저론자이지만 정치가 이것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율적인 회복을 바라는 형태가 될 것이다.

 

사회보장은 앞으로 20년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제도의 설계는 이번 국회 구성을 통해 반드시 논의돼야 할 분야가 되었다. 국민의 염원도 거기에 있다.

 

스가와라 도시오 지방자치총합연구소 연구원

현재 공익재단법인 지방자치총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정정책과 지방자치제도, 특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공공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요코하마국립대 경제학연구과를 수료하였고, 대학원에서 시민사회론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 싱크탱크 톺아보기

 

일본 두뇌집단 규모 아시아 2위…내실은 ‘갸웃’

일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싱크탱크를 갖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대외정책연구소(FPRI)와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맥간 교수팀이 세계 6300여개 싱크탱크를 분석한 결과이다. 주요 기업의 조사기관에서 시작된 일본 싱크탱크의 조사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총합연구개발기구(NIRA)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일본과 세계 싱크탱크 현황 분석 자료는 일본 사회 특유의 꼼꼼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싱크탱크가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점수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일본에는 진정한 싱크탱크가 없습니다.” 스즈키 다카히로 조사이국제대학 교수가 2006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일본의 싱크탱크와 정책형성’에 관해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스즈키 교수는 400여개의 일본 싱크탱크가 정책 형성에 그다지 큰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하며, 시민의 정치참여를 촉진해 정치의 독점을 방지하는 민주주의 도구 역할을 아직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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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싱크탱크의 역사

 

 

1970년대 이후 적극 육성 나서

 

일본의 싱크탱크가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무라연구소와 미쓰비시연구소 설립에 이어 많은 싱크탱크들이 생겨난 1970년대는 일본 싱크탱크의 원년이라 불린다. 당시 미국 싱크탱크의 일본 진출 움직임에 일본 관료조직은 장래 공공정책이 미국 싱크탱크에 의해 장악될 것을 우려해 국내 싱크탱크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싱크탱크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일본의 싱크탱크 역사가 막을 올린 셈이다.

 

198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금융계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싱크탱크 설립 붐이 전국을 휩쓸었다. 1990년대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싱크탱크가 설립됐다. 흥미롭게도 지방자치단체 노동조합들은 이보다 훨씬 일찍 연구소 설립을 시작한다. 이미 1974년 지방자치총합연구소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지방자치와 시민사회 관련 연구조사, 정책 대안 제시에 적지 않은 성과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증가에 비례해 질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일본 싱크탱크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상호교류 않고 독립성도 미흡

 

“일본 싱크탱크들은 상호간 교류를 거의 하지 않아 ‘고립적’이면서, 정부나 기업 등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영리를 추구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비영리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제언은 행하지만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민간 비영리를 표방하면서 기부를 기대하지도 않고 받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이영근 미래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이 일본의 대표 싱크탱크 10여곳을 직접 방문 조사하면서 찾아낸 일본 싱크탱크 발전의 걸림돌들이다.

 

하지만 일본 싱크탱크 영역에서도 변화와 실험들이 발견된다. 2000년 이후 들어선 내각에 싱크탱크 대표나 관련 학자들의 참여가 늘면서, 관료에 의해 독점됐던 정책 영역이 조금씩 개방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다시 학계나 싱크탱크로 돌아오면서 민간의 정책연구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2005년 민주당계 싱크탱크 ‘플라톤’이, 2006년 자민당 계열의 ‘싱크탱크 2005·일본’이 창립되어, 정당을 매개로 한 싱크탱크의 정책 참여가 시도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민주당 집권 이후 ‘플라톤’은 정책입안을 정부로 일원화한다는 당의 방침으로 문을 닫았고, ‘싱크탱크 2005’는 재정난으로 활동을 축소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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