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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국회의원(민주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평균 8700억원, 한-유럽연합(EU) 에프티에이로 연평균 1776억원의 농업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환자 상태에 가까운 우리나라 농어업, 농어촌, 그리고 농어민은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놓일 수 있다.
정부는 도하개발의제(DDA)와 에프티에이를 추진하기에 앞서 농어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내 농어업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다줄 중국과의 에프티에이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울뿐더러 국내에서 소비·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수산물을 우리보다 값싸게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우리나라 농어업의 장래를 담보하고 농어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축산단체들은 지난해 12월17일 정부가 발표한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대책에 대해 ‘겉핥기식 정부대책, 속 터지는 축산농민’이라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자 대표,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다고 하지만, 관련 생산자 단체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도하개발의제와 에프티에이 대책의 핵심은 피해보전 및 폐업보상금과 같은 소득보전 대책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에프티에이 대책에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고, 농민들이 피해를 보면 지원해주겠다는 입장이어서 농가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개방으로 하락한 소득을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지 확실한 대안을 내보여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체질 개선 또는 경쟁력 개선 등은 에프티에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정책들을 몇조원의 의미없는 숫자와 함께 도하개발의제 및 에프티에이 대책으로 포장하여 농어민들을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작·축산 연계로 지속가능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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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생산액의 40%에 달하는 축산의 붕괴는 곧 농촌경제의 붕괴를 뜻한다. 하루속히 축산의 새 틀을 짜기 위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첫째, 구제역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때도 초기 대응을 둘러싼 정부 부처 및 해당 지자체의 혼란이 재연되어서는 안 되며,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역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돈육 및 유제품의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입이 지나칠 경우 해당 축종은 물론 대체효과를 통해 한우를 포함한 국내 축산 전반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미래의 축산은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존립기반을 유지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축산농민과 정책담당자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즉 지나친 효율 중심의 가공형 축산에서 탈피함과 아울러 물질순환, 동물복지 등 축산의 본질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성찰을 통한 축산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설정이 불가피하다.
넷째, 축산물은 이미 국민 식생활의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축산물 소비는 늘고 있다. 그러나 쌀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따라서 늘어나는 휴경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경종과 축산의 경·축 연계가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제한된 곡물을 둘러싼 식량과 에너지의 충돌, 이상기후 및 그에 따른 가격폭등, 곡물 수출제한조치 등으로 수입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축산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 이제 축산은 국내 자원과의 긴밀도를 높이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차별화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국제화 시대에 부합하는 적절한 정책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농민 중심 농업정책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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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3일 정부는 ‘이명박 정부 3년간의 농정평가’를 내놓았다. 결론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과 미래성장동력의 발굴로 농업인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게 요지였다. 정부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엠비(MB)정권 출범 이후 농가소득은 2006년보다 못하게 되었고, 농가교역조건은 2007년 96.8에서 최근에는 83.9로 급격히 나빠졌으며, 농가경제가 빠른 속도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농어촌의 빈곤율은 계속 높아져 14.8%에 이르렀고, 농가의 빈곤율도 19.6%로 치솟아 다섯 농가 중 한 농가가 빈곤상태에 빠져 있다. 통계수치뿐만 아니라 농촌 현장을 가본 사람이면 누구도 삶의 질 향상은 운운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난 3년간 잇따른 쌀값 폭락 및 쌀대란, 채소값 폭등 및 채소대란, 구제역 재앙에서 확인되었듯이 이 정부의 무능한 위기관리능력과 정책실패 때문에 농촌과 농민은 언제나 불안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위기는 더욱 가중되었다.
농민들이 사전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대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항상 임시땜질식 뒷북 처방으로 일관했다. 농민들도 이제는 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부자와 대기업만 있고 대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듯이 농정에도 극소수의 부농과 기업농만 있고 절대다수 농민은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출발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농민에게서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해온 것과는 반대여야 한다. 대다수의 농민을 중심에 두는 농정으로 바꾸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어차피 ‘쇠귀에 경 읽기’와 같은 이명박 정부에는 별 기대도 없지만 다음 정부에서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식량위기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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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문제가 다시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1950년대 시작된 녹색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식량시대를 열었으나, 비료와 농약, 성장제 등 화학농법에 힘입은 녹색혁명은 오늘날 식량문제의 주범이 되었다. 화학농법은 토양의 자생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생산구조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대농 위주의 생산양식은 필연적으로 수익성에 바탕을 둔 생산집중을 가져오고, 이는 기후와 병충해에 취약한 생산구조로 고착화했다. 녹색혁명에 의한 증산은 무엇보다 저렴한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을 통해 식품소비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식량문제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기존의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식량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식량자급률 25%의 우리나라도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안보가 취약해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어 정치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정책당국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를 잡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선언적이고 일시적인 구호에 그치는 기존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어 답답하다.
식량문제의 해법으로 무엇보다 식량위기 정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범국가적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식량 조기경보시스템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조기경보체계 도입을 제시하였으나 여전히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식량문제는 곡물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에 기인한다. 과도한 영양섭취와 비효율적 식품소비행태, 비현실적인 바이오에너지 정책, 대농 위주의 생산구조 등은 언제든지 식량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며, 따라서 지속적이다. 일시적 대응책이나 요행을 바라는 정책으로는 구조적 식량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식량안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정신 살리는 게 농협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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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50돌을 맞은 농협은 농민과 국민의 신뢰 속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느냐 불신 속에 쇠퇴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신뢰 속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농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첫째,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가 농산물판매사업 활성화라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농민과 일선 조합, 중앙회가 협력하는 경제사업 계획을 빨리 수립한 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둘째, 농민 조합원의 조합운영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대의원과 임원 등 협동조합 지도자의 체계적인 육성과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 운영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농업과 농민의 비중이 낮아져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은 필수적이다. 농협은 협동조합으로서 사업을 통해 국민농업의 가치를 구현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첫째,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사업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계약생산의 확대를 통한 농산물가격의 안정화, 국산 농산물의 안심을 책임지기 위해 친환경 농업생산 확대, 친환경 물류센터 운영 및 학교급식 사업의 성공적 운영 등을 주도해야 한다.
둘째, 생색내기식 도농교류에서 탈피하여 일상적 도농교류를 책임져야 한다. 특히 시장의 파괴성을 극복하려는 협동조합운동에 대해 협동조합의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도시 생협의 육성지원, 다양한 유형의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한 금융지원제도 마련 등 협동조합간 협동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상의 과제를 잘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협의 직원은 협동조합운동가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한 협동조합형 인재 육성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농협은 농민과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여 한국 농업의 큰 대들보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 일꾼 육성 프로그램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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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새로운 주체를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지속가능한 농촌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첫째, 지역 리더의 발굴·육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시행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개인의 자기지향적 교육, 개별경영 안정화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과 이웃을 고려하고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 함양, 지역의 비전을 찾아가는 정체성 강화, 지역자원의 활용을 위한 지역자원 찾기, 지역발전계획 수립능력 향상, 분야별 전문지식 습득 교육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역단위의 경영능력 강화,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통조직화, 공동이용조직의 운영능력 함양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리더의 실천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리더의 발굴을 위한 소규모의 상향식 실천 정책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역 리더가 중심이 되어 지역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토록 함으로써 지역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고 지역주민이 원하는 지역개발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역량이 증대(learning by doing)될 수 있는 정책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한국형 리더’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외부로부터의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 ‘역량 강화’란 개인, 조직, 사회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인데, 최근에는 지역 스스로의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을 때 외부로부터 인적자원을 초빙하여 지역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개방형 공무원 제도’가 그것이다. 개방형 공무원이란 일정 기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전문가를 말하는데, 이처럼 지역 외부로부터 인재를 초빙하여 지역개발을 창의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서 전북 진안과 완주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