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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집권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해밀턴 프로젝트였지만,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한 이후 오히려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프로젝트의 주요 멤버들이 오바마 행정부로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백악관 수석 경제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그린스톤이 프로젝트 책임자를 맡으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바마의 경제정책들이 최근 보수화되고 있는 것이, ‘기업친화적’ 성향이 강한 해밀턴 프로젝트 부활과 맞물려 있다는 미국 진보진영의 비판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해밀턴 프로젝트가 미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 전망과 일정으로 진행된 대규모 협동연구 프로젝트였다면,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기회 08’(Opportunity ’08)은 전형적인 대선용 프로젝트였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과 공동으로 기획되었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만이 아니라 다른 싱크탱크 소속 연구자들도 대규모로 참여했다. 또한 그동안 브루킹스연구소가 해 오던 전통적 방식(두꺼운 단행본 출판)을 넘어, 진행 과정을 방송과 누리집, 동영상, 지역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개하고,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려 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마이클 오핸런 연구위원은 “‘기회 08’은 브루킹스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이고, 민주당 후보의 정책 의제 선정에 우선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대선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 싱크탱크들의 협력은 훨씬 다양했고, 비교적 긴 호흡으로 진행됐다. 2006년 처음 열린 ‘진보 진영 원탁회의’(Progressive Roundtable)에는 50개 이상의 사회운동조직과 싱크탱크들이 참여해 17개 진보 의제를 함께 선정했다. 2007년 12월에는 25개 진보 싱크탱크 대표들이 모여 ‘진보적 아이디어 네트워크’(Progressive Ideas Network)를 결성하고, 다음 정권 인수위원회에 제출할 ‘이행 프로젝트’ 운영을 결정했다. 그리고 1년 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인수위원회에 ‘크게 생각하기: 새로운 시대의 진보적 아이디어’라는 무게 있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작지만 뛰어난 ‘네트워크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했던 싱크탱크가 샌프란시스코의 코먼윌연구소였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들의 협력과 연대는 보수진영 싱크탱크들에서 더욱 일찍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미국 전역을 종횡으로 잇는 보수 싱크탱크들의 협력 구조 중심에 헤리티지재단이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매년 전국 각지로부터 수백명의 보수 싱크탱크 대표들과 사회운동가, 공익변호사, 블로거, 기부자, 선출직 공무원들을 워싱턴 디시로 초청하거나 특정 지역으로 모아, 보수적 가치와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자신이 가진 엄청난 ‘자원’과 ‘영향력’을 전국의 보수 싱크탱크들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자원은행’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2010년 4월 마이애미에서 33회째를 맞았다. 당시 행사의 파트너 가운데 하나가 ‘주 정책 네트워크’(State Policy Network)라 불리는 조직이었다. 1992년 설립된 이 단체는, 미국 각 주에 위치한 ‘자유시장주의’ 지향 싱크탱크들을 모으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조직의 정식 회원이 되면 각 주의 사정에 맞게 보수적 정책들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다.
헤리티지재단과 주 정책 네트워크가 중심이 된 미국 보수 싱크탱크들의 종횡 네트워크는, 다시 정당과 의회, 사회운동, 언론과 연결되어 ‘단순 개별 합’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