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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다야크 다스는 시민사회운동이 정치와 정책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방콕에서 민주주의와 선거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국제조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동방연대기>(the Eastern Chronicle)와 같은 인도 주요 신문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아시아엔지오학 석사이며, 생명과학 석사학위도 가지고 있다. 관련 분야의 여러 권의 저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말 외환위기 경험서 배워
글로벌 경제 붕괴의 충격으로 구미 경제가 휘청거리는 반면 동남아시아는 경제상황 악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격랑을 헤쳐나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가 세계적 경제침체에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1997~98년과 같은 위기는 면한 것도 확실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에 동남아시아가 보여준 경제유지 능력은 지난 세기말의 외환위기 경험에서 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미 경제가 신용위축의 압박에 눌려 허덕이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동남아시아 경제가 굳건했던 이유에 대한 견해는 다양했다. 많은 사람들은 동남아시아가 지난 외환위기의 경험으로 선진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고위험 대출이나 파생상품 투자를 피한 것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의 ‘동남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2010)’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동남아시아 경제의 역동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였다고 표현했다. 또한 보고서는 동남아시아가 이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지난 위기 이후 금융, 거시경제 정책이 뚜렷하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강한 회복을 이뤘다. 보고서가 분석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등 여섯 나라의 2010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7.3%로 2009년의 1.3%에 견줘 훨씬 높았다. 보고서는 이들 나라의 2011년 성장률은 더욱 좋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많다. 특히 향후 균형있는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물론 아세안이 여러 문제 해결에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내 국가들의 상호관계를 증진하려는 아세안의 창조적인 노력은 칭찬할 만했다. 회원국의 정치적 불안정, 비민주적인 정부와 기본권 침해, 미얀마나 라오스, 베트남 같은 국가에서 행해진 인권 침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적 불균형을 의논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성과를 보였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지역의 안정을 추구하고 인접국과의 교역을 늘리는 문제에서 아세안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이런 노력은 역내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중국·인도와 손잡고 새 활로 찾아
한 예로 아세안은 중국, 인도와 같은 핵심적 파트너와의 교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데 전향적으로 노력했다. 지난 1월23~25일 10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중국 외교부장과 상호 경제성장 계획을 의논하기 위한 회담을 타이와 중국에서 열면서 1750㎞에 이르는 쿤밍방콕고속도로(R3A)를 시찰했다. 수린 핏수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중국과의 연계를 통해 상품교역, 관광산업, 서비스부문이 크게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2010년 2928억달러로 전년도보다 37.5%가 늘었다. 이제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에 이은 또하나의 경제대국인 인도도 아세안을 통해 동남아시아 경제에 투자하는 정책 형성에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 지난 2월 인도와 말레이시아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간의 경제적 결속이 증가하고 있는 사례이다.
수출·내수·부양책 3박자 들어맞아
선진국들은 이제 동남아시아가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탄력적인 경제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타이, 싱가포르와 같은 중국과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있는 수출의존형 경제들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의 혜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과 같이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은 경기 하강의 초기 단계부터 효과적인 금융부양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역시 위기에 탄력적임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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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신용위축과 같은 경기침체는 지역의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얼마 전 타이와 말레이시아에서 나타난 동요는 이들 나라의 정치시스템이 아직 취약함을 드러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역내 다른 국가들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타이와 캄보디아 국경, 타이와 미얀마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규모 충돌이 전면적인 군사행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러한 사태들은 경제성장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경제의 잠재력이 글로벌 붕괴의 압력에서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국지적 분쟁 문제를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부패한 정치 시스템이 불안 요인
동남아시아 경제 전문가들은 역내 정치시스템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부패해 있으며 이것이 경제에 잠재적인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부패한 정치시스템은 금융거래를 수행할 수단을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이 된다. 부패한 시스템에서는 외국 투자자들이 정보와 기회를 얻기 위해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관계가 공식적인 통로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시장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 외국 투자자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관계가 공식적인 통로보다 중요한 동남아시아 나라에는 싱가포르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다른 문제는 정보기술과 자본흐름에 대한 거버넌스 구조가 정책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정정책 연구가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모으지 말고 정책 변화에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 기본적으로 외부의 것을 도입하는 데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남아시아는 역내에서도 매우 다양하지만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경제적 거버넌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제프리 언더힐은 ‘정치·경제와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동남아시아 안에서 이 두 가지 카테고리를 분리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쟁은 정치·경제 시스템이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동남아시아 개혁에 대한 서구적 사고는 잘못일 수 있다. 성장 재균형 과정에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기에 앞서 신자유주의가 동남아시아 시스템에 완전하게 적응했는지를 신중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시아는 금융시스템 관리에 상당한 수준을 보였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는 힘이었다. 동남아시아의 탄력성을 보는 시각은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다. “역내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에서 지난 10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표현하는 전문가도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의 견조함에는 두 요인, 즉 경제하강 초기에 아세안을 통한 과감한 재정 금융부양 정책과 중국의 조기 회복이 크게 공헌했다.
공공자원 재분배와 조화 이뤄야
정치적·경제적 프로세스에서 아세안의 지도적 역할은 2010년 4월 하노이에서 열린 16차 아세안정상회담에서 잘 나타났다.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 인도, 일본 등의 인접국들은 ‘성장 재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장 재균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내 성장 패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장 재균형 노력은 경제적·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증가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공자원 재분배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성장 재균형은 동남아시아가 핵심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생산과 교역 네트워크가 국내 잠재수요를 살리고 지역내 교역을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이용가능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질적 접근을 채택할 필요도 있다. 저렴한 비생산적인 미숙련 노동력에 의존하는 양적 접근만을 추구한다면 다시 위기에 빠져서 강요된 정책 변화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서 경제회복의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중·단기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의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더욱 효과적인 정책을 확실하게 구상해야 한다. 이러한 성장을 위한 핵심 요인은 인적자본, 사회간접자본, 교역과 금융시스템의 발전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