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 첫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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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주말 이틀 내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ISO 26000,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 가이드라인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를 모두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었고, 여기에 각 나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제시했다.
결국 하나의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이 만들어졌다. 최초의 동아시아 지역 공동 평가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0곳 중 일본 20곳, 한·중 5곳씩
평가 실무를 주관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이 모델을 통해 석 달 동안 한중일 기업 평가 및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전문가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거쳐, 가장 사회책임경영이 우수한 기업 30곳을 골라 ‘동아시아 30’으로 선정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한국의 기아자동차,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일본의 코스모석유 등 30개 기업 중 20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5개씩이었다.
일본 기업은 일단 사회책임경영 성과 보고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 대상 기업(에프티에스이 전세계 지수, FTSE All World Index)은 한국이 109곳, 중국이 134곳, 일본이 465곳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보고하는 기업은 한국 59곳(54%), 중국 54곳(40%), 일본 339곳(73%)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은 출발선부터 앞서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한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보고서 발간 비율은 중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국은 아직 신흥시장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미 선진 시장이라, 전세계 사회책임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있다. 이 두 나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보고율이 비슷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동아시아 30’에 든 일본 기업들은 특히 환경영역 점수가 가장 높았다. 일본 기업은 환경경영 시스템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업종별로는 27곳이 제조업이고 3곳만이 비제조업이었다. 특히 소니·산요·파나소닉·삼성SDI와 같은 전자·전기업과 한국가스공사·도쿄가스·규슈전력·시노펙 등 전기·가스·오일 공급사, 엘지화학·세키스이화학공업 등 화학업종이 ‘동아시아 30’에 많이 올랐다.
환경·거버넌스 비해 사회 약해
동아시아 30 기업의 영역별 수준을 살펴보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세 영역 가운데 환경과 거버넌스가 각 100점 만점에 77.8점과 77.3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사회가 66.9점으로 가장 낮았다.
사회영역의 세부지표를 들여다보면, 30개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보장’(51.7점)과 노동조합(58점)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 창출과 보장’에서는 한중일 3개국이 공통으로 취약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고, ‘노동조합’의 경우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20개 평균 65점)를 받았으나 한국(5개 평균 40점)과 중국(5개 평균 50점)이 낮은 점수를 받아 낮게 평가됐다.
‘동아시아 30’은 ‘한국 CSR 30’, ‘중국 CSR 30’, ‘일본 CSR 30’ 등 나라별 30개 우수기업 리스트도 포함한다. 또 세 나라를 통틀어 영역별로 가장 우수한 ‘동아시아 환경 30’, ‘동아시아 사회 30’, ‘동아시아 거버넌스 30’ 등의 리스트도 포함된다.
매년 우수기업 선정 발표키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와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앞으로 해마다 동아시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해 우수기업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30’은 우선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아시아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함께 반영된, 권위있는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지향한다. 앞으로는 유럽 연기금 등 사회책임 투자자들이 아시아 기업에 투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 사회책임투자 지수로 나아갈 것이 기대된다.
동아시아 기업이 세계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지역의 맥락을 포괄하는, 책임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동아시아 30’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동아시아 30’ 전체 리스트는 한겨레경제연구소 누리집(www.heri.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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