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홍철 지역발전위원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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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개월간 수도권 이남 지방자치단체들에선 환호와 격앙, 허탈과 분노가 반복되었다. 동남권 신공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과학벨트 유치 등과 관련해 지자체장, 지역 국회의원들의 삭발과 단식이 줄을 이었다. 이런 와중에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이 다섯 달 남짓 공석이었던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현 정부 지역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역발전위원회는 지금까지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6월10일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실에서 두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아마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중앙과 지방은 서로 잘 모르거나, 상반된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중앙정부는 이슈를 던져놓고 나눠 가지기 경쟁을 하라는 식이고, 지역 정치인들은 무리한 약속을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하지만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상황에서 그건 모두에게 다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지방이 스스로 클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홍철(66·사진)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이 2기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획단에 지방공무원 참여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전국의 시장, 군수, 지사들을 만났고, 지역 언론과 인터뷰도 많이 했다. 지역발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지방과 소통이 잘되도록 위원회 사무처 격인 기획단도 개편하였다. 중앙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소 연구원들만이 아니라 지방 공무원과 시도연구원에서도 파견을 받아 기획단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에는 지방 공무원의 참여가 한 명도 없었다. 홍철 위원장은 기획단원 45명 가운데 일부 중앙부처 인력을 복귀시키고 지자체(5명)와 시도연구원(3명)에서 새로 충원하였다. 기획단이 지방의 목소리를 듣고, 지방을 대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발전위원회의 ‘코디네이터’ 구실을 좀더 잘하려 한다. 지역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부처별로 사업이 다 있지만 이들 사이의 소통과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경제권 개발은 세계적 추세
 

홍철 위원장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소통과 조정 방안은 무엇일까? “지금은 ‘연계’와 ‘협력’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부처마다 칸막이를 치고, 벽을 쌓고 있습니다. ‘광역경제권’ 개념 자체가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을 하나의 경제단위로 형성하는 것인데, 막상 사업은 부처별로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매트릭스를 통합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조직 개편으로 연계 협력국이 신설되었다.

 

그는 지역발전위원회의 업무 가운데 중점을 둘 분야로 광역경제권 개발을 꼽았다. “전국을 수도권, 동남권 등으로 나누는 ‘5+2 광역경제권’ 정책은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입니다. 30개 선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지방소비세 제도를 도입했고, 포괄보조금 제도도 시행중입니다. 문제는 광역경제권 정책이 가시적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겨우 주춧돌을 놓는 정도까지 되었지만, 앞으로 기둥 세우고, 벽까지 올리려면 5년으로도 부족합니다. 저는 ‘5+2’가 앞으로 ‘2+1’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부권’과 ‘남부권’, ‘제주도’로 구성되고, 통일 이후엔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권이 되겠지요.”

 

홍 위원장은 현 정부의 지역정책이 ‘광역’만 중시하고, ‘기초’에 대한 지원과 고려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용어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초광역, 광역, 기초로 분류해서 말하는데, 사실 현 정부의 지역정책 슬로건은 결국 ‘5+2 광역경제권’으로 요약됩니다. 초광역은 광역경제권들 사이의 연계·협력 체계이며, 기초생활권은 광역경제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계·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각각 다른 것처럼 여기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분산정책이 지역갈등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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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이미 있는 종합발전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1억~2억씩만 더 들여도 기초생활권 차원의 프로젝트들은 훨씬 큰 연계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남 4개 시군과 전남 5개 시군이 ‘남중권 협의체’를 만들어 섬진강 테마로드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경북 봉화, 영양, 청송과 강원도 영월이 참여해 만든 ‘외씨버선길(by2c)’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상하는 지역정책의 열쇳말로 그는 ‘협력’을 꼽으며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균형’은 물론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똑같이 잘살기란 어렵고, 자기 현실에 맞게 골고루 잘사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지방보통시민’은 안정된 일자리, 고액과외 안 시키고 대학 보낼 수 있는 교육 여건, 병원, 승용차 주차공간, 편리한 대중교통 환경과 안전한 방범 등을 원합니다. 사실 과학벨트 같은 것은 이들의 삶과 직접 관련은 적습니다. 과학벨트가 유치되면 엄청나게 잘살고, 안 오면 죽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너무 심합니다. 분산정책은 엄청난 비효율과 갈등을 수반하는 정책입니다. 더욱이 그렇게 풀린 돈의 절반 이상은 서울로 들어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분산정책은 답이 아니라 보고, 연계·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을 핵심 정책으로 삼았습니다.”

 

국가·지역사업 명확히 구분해야

 

홍 위원장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과학벨트 유치 등 심각한 갈등을 유발했던 사안들이 국책사업에서 비롯됐다며 그 해결 방법으로 지방분권을 제시했다. “최근 지역갈등은 근본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국책사업을 공모제나 특별법 형식으로 결정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탈락한 지방자치단체 쪽의 불만이 커진 것이죠. 결국 지방분권이 근원적 해결 방법입니다. 그런데 지방분권은 국회의원들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권한을 잃기 싫은 것이죠. 하지만 또 한편으론 중앙정부와 각 부처가 더 소신껏 결정을 해야 합니다.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합니다.”

 

그는 위원회를 만들고, 부처에서 책임지며 신속하게 결정한 과학벨트건을 바람직한 사례로 덧붙였다.

 

국책사업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국가사업’과 ‘지역사업’의 구분을 강조했다. “예컨대 과학벨트는 특정 지역 육성사업이 아닙니다. 국가사업이 결정된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지역사업이 이뤄지는 것이고, 그것을 지역발전위원회가 합니다. 국가가 결정할 사업은 국가가 결정하고, 지역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이 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는 지역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권이 바뀌고, 용어가 바뀌어도 정책의 흐름과 기조는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내생적 발전 소홀…주민과 호흡해야
홍 위원장이 본 지역싱크탱크

 

홍철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의 화려한 경력의 한 축은 다양한 ‘연구원’ 관련 경력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지역 스스로의 내생적 발전을 강조해 왔다. 그에게 ‘지역의 정책생산능력’, ‘지역 두뇌집단’, 특히 오랜 기간 이끌어 왔던 광역시도연구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도연구원의 임명권자는 시장, 도지사들이다. 이들의 관심은 대체로 중앙에서 예산을 끌어오는 일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지역민들에게 홍보하는 일에 쏠려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시도연구원이 지역의 내생적 발전을 위한 창조적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뒷골목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지역의 역사와 문화라는 고유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할 여력도 없고, 잘 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역시도연구원이 제대로 된 ‘지역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선 연구원들과 지역민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회관 짓고 연구센터 설립하는 식의 ‘하드’한 접근만이 아니라 훨씬 더 ‘소프트’한 쪽으로 자원과 노력이 투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제한된 정책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시도연구원과 공무원, 지역 대학, 시민단체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지방에서 창의력을 갖춘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홍철 위원장 약력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방연구원, 국토연구원을 거쳐 대통령 경제비서관(1984~1990),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기획관리실장 및 차관보,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국토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2000년 이후 인천발전연구원장, 인천대 총장을 거쳐 2004년부터 2011년 3월까지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지냈다. 국토연구원장 당시 제4차 국토종합계획 작성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지방 현실과 이론을 접목시켜 내생적 지역발전 전략 정립에 힘쓰고 있다. <지방보통시민이 행복한 나라>(2011)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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