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대지진 이후, 새로운 일본이 움튼다

[HERI Review]미리 보는 ‘2011 아시아미래포럼’-첫날

기조연설1 >>데라시마 지쓰로


2001년의 ‘9·11’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임기 말까지 미국을 ‘네오콘’의 시대로 밀어넣었듯이,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도 위기 이전과 다른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다. 자위대의 위상 강화를 외치고 독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셔널리즘이 강화되는 모습도 보인다. 지각뿐 아니라 사회의 토대를 함께 흔든 이 지진은 일본과 이웃나라의 관계, 그리고 아시아 전체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존 문명사회 재검토하는 계기로


일본의 논객으로 통하는 데라시마 지쓰로 이사장은 기조강연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짚는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문명사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싹트고 있다고 말한다. 시위를 잘 하지 않던 일본인들이 원자력 공포를 체험한 뒤 수천, 수만 명씩 거리로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 정책을 바꿔 나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 뒤 도쿄전력이 기업으로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영적 판단 때문에 낡은 원전 모델을고수하다 사고가 커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정책 관련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재규제는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통제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가 강화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계획경제까진 가지 않더라도, 규제와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본다.


각종 부품 공급 업체가 밀집해 있던 도호쿠 지역이 지진해일로 쑥대밭이 된데다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겹쳐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과 산업 공동화가 촉진될 수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아시아 전역에 일본 기업이 진출해 새로운 사업 모델과 협력관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중국이 잘되면 일본도 이득


그는 한국과 중국이 잘되면 일본도 이득을 보는 것처럼 동아시아의 국민들이 상대방의 성공을 축하해 주며 공동체를 일궈 가자고 제안한다. 패전 이후 2차 대전을 일으킨 것을 철저히 반성한 독일은 프랑스 등과 협력해 유럽연합의 주도국이 되었듯이 일본도 한국, 중국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데라시마 이사장은 “아쉽게도 그것을 하지 못하고 21세기를 맞은 것이 일본의 비극”이라며, 한·중·일이 마음을 열고 껄끄러운 부분까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어려우면 작은 노력이라도 해 나가며 우정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데라시마 지쓰로(64)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은 경제평론가로 1970년대부터 필명을 얻어 현재 일본 대표 논객 가운데 한 명이다. 정계에도 발이 넓어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 민주당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다. 집권 민주당의 대외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하토야마 전 총리가 재임 당시 내세웠던 ‘동아시아 공동체론’의 윤곽을 짜기도 했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미쓰이물산에 들어가 워싱턴사무소장과 본사 상무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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