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시민주주기업 1호 출범…첫해에 벌써 급여·이익 ‘최고’

[녹색생활] 99%를 위한 성남시의 특별한 실험


» 직원들이 시민이고 주주인 ‘시민주주기업’에서 성남 일부 지역의 쓰레기 수거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1호 시민주주기업인 나눔환경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나눔환경, 주민생협 제공
경기의 성남시민 50명이 의기투합했다.

십시일반으로 자본금 1억원을 모아 폐기물처리업체 나눔환경을 설립했다. 많게는 1800만원에서 적게는 30만원까지, 각자 힘닿는 대로 출자했다. 올 2월에는 시의 용역사업을 따내고 3월부터 매일 밤 수내2·3동과 금곡동 및 정자3동의 쓰레기를 수집해 가는 일을 시작했다. 나눔환경은 첫해부터 8%의 순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성남에서 ‘99%를 위한 특별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주주이고 양질의 시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민주주기업의 실험이다. 나눔환경은 성남의 1호 시민주주기업으로, 사업 첫해부터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폐기물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경영자가 사업 첫해에 직원 급여를 많이 지급하고도 두자릿수에 가까운 순이익을 예상하는 것이다. 직원 급여와 복지는 전체 16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직원 24명 모두가 주주이다.


한용진 대표는 “신생기업인데도 서비스와 친절도 등 종합평가에서 전체 16개 업체 중 5위에 올랐다”며 “경력자 급여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초임자 급여는 업계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성남지역 문화예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폐기물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


시민주주기업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낳은 공동체 경제의 가시적인 성과물이다. 기존 업체와 관의 유착에 묶여 있던 예산을 시민의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는 쪽으로 건강하게 돌려놓은 것이다. ‘성남 만남의집’의 장건 이사장은 “나눔환경의 작은 성공은 그동안 지역 이권사업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새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말했다.


» 성남 협동조합의 터줏대감인 주민생협 매장. 공정거래 커피점도 함께 운영한다. 나눔환경, 주민생협 제공
주주배당 없고 수익은 재투자


성남시에서는 정해진 조건을 갖춘 시민주주기업들에 용역입찰에서 가산점을 주고 있다. 노동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보다 훨씬 까다로워서 ●시민주주가 20명 이상으로 70% 이상이 성남시민이어야 하고 ●총매출의 50% 이상을 직원의 직접노무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등의 추가 조건을 맞추어야 한다. 일부 사회적기업처럼 사실상의 1인 기업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자본규제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수익률이 9.06%보다 높아서는 안 되고 주주 배당이 없다는 조건도 붙였다. 회사에 이익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직원 급여를 높이거나 추가 고용창출을 위한 재투자 또는 공익사업에 환원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나눔환경은 올해 순이익이 예상되자, 이동스팀세차 사업에 1500만원을 신규 투자하고, 4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또 직원과 가족으로 나눔봉사단을 조직해, 매달 한 차례 지역의 노숙자들을 위한 배식 봉사에 나서고 있다.


나눔환경으로 옮겨온 경력 7년의 강동천(51)씨는 “그전 회사보다 작업화도 조끼도 튼튼한 것을 지급하고, 복지가 좋다”며 “직원 24명 중에 청각장애인와 언어장애인이 1명씩 있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많이 뽑고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1호 시민주주기업인 나눔환경이 좋은 성과를 내자, 중원기업이란 기존 업체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파급효과도 생겨났다. 시에서는 기존 업체들의 사회적기업 또는 시민주주기업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나눔환경의 성공에 힘입어 2호·3호 시민주주기업들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두레환경과 우리환경은 이미 시의 거리청소 용역을 따냈으며, 사업 진출을 준비중인 시민주주기업도 5곳에 이른다.


» 성남 협동조합의 터줏대감인 주민생협 매장. 공정거래 커피점도 함께 운영한다. 나눔환경, 주민생협 제공

“세상 바꾸는 작은 첫걸음 뗐다”


성남시는 ‘천당 아래’라는 분당과 저소득층이 많은 옛시가지로 확연히 나뉜다. 1970년대부터 주민신협과 주민생협 등의 협동조합운동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시민주주기업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각종 ‘협동사회경제’ 기업 40곳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시장만능과 승자독식의 자본주의경제를 바꾸려는, 지역주민들의 작은 실험이 줄기차게 이어져온 것이다. 한용진 대표는 “이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첫걸음을 뗐다”며 “99%의 주민들이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공동체 경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성남/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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