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넘어 재분배 기능도 맡아야
등록 : 20111220 11:21 | 수정 : 20111220 11:24
한국형 사회적기업 모델 찾기

» 12월16일 고려대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학술대회에서 한상진(오른쪽) 울산대 교수가 사회적기업의 발전과 보편적 복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위기에 봉착한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사회적기업이 무엇을 배웠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발전모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와 함께 12월16일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한국형 사회적기업의 발전 모델을 탐색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인 김홍일 성공회 신부의 기조강연과 사회적기업 현황과 과제, 사회적기업과 지역복지 두 세션으로 발표와 토론이 4시간가량 열띠게 진행됐다.

‘사회적 기업가, 지역 그리고 새로운 경제’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김홍일 신부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경제의 의미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사회적기업의 현황과 과제’로 첫 세션이 시작됐다. 먼저 ‘한국에서의 사회적기업의 발전과 보편적 복지’라는 주제로 발표한 한상진 울산대 교수는 사회적기업 육성 목표는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재분배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모델은 유급 노동의 일자리 창출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주로 인건비 지원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사회에서의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이 지속가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가 무상급식센터 직접 운영


한상진 교수는 최근의 사회적 쟁점인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사회적기업의 재분배 기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울산 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센터의 사례를 그 맹아적 시도로 꼽았다. 무상급식센터는 울산 북구청 농수산과의 한 부서로 행정 직영 형태로 운영한다. 센터는 지역 농산물 우선의 원칙 아래 2011년 9월 관내 생산자들로 구성된 ‘친환경 먹거리 작목반’을 통해 관내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한상진 교수는 “울산 북구의 사례는 보편적 복지 확대의 요구 속에서 새로이 창출되는 사회적 시장을 지역 환경운동단체와 연대해 사회적 경제로 조직화하려는 창의적 시도”라며 “이런 실험은 복지국가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적기업 정책의 특징과 도전’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조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정책의 문제점을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사회적기업 정책과 비교해 설명했다. 먼저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양적으로는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 3개국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목적을 균형 있게 적용하는 반면에, 한국은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영국·프랑스·이탈리아·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 비교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지원보다 지원시스템 구축돼야


조상미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의미는 사회 전체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협소한 인식을 벗고 사회적기업의 내용을 다양화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원방법의 문제점으로는 인건비 보조와 세금 면제 등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있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조상미 교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위한 각종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출이나 투자와 같은 자본조달 인프라를 마련해 민간과 공동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사회적기업 기금 조성 후 프로그램을 공모하거나 사회적기업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동연계 복지정책과 결합된 정책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이다.


조상미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사회학적 변동을 겪고 있고, 이에 따른 고실업과 사회서비스 확대 욕구 그리고 복지지출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지원체계가 확립되어, 사회적기업의 유형도 좀더 다양화되어야 사회적기업의 양적·질적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들도 서비스공급 과정 참여 필요


두번째 세션 ‘사회적기업과 지역복지’는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김종수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거버넌스 관점에서 충남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충남의 사회적 경제 정책 형성에 영향을 끼친 주요 행위자들에는 충남도, 의회, 센터, 당사자 조직 등이 있고 이들 간의 거버넌스가 충남 사회적 경제 정책의 성격을 결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는 충남의 기구는 충남사회적경제태스크존스를 비롯해 충남도의회 사회적경제연구소,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과 같은 공공 조직과 충남사회적기업협의회, 충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의 민간단체가 있다.


사회적 경제에서는 시민들을 정부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정부서비스 공급 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제인 거버넌스의 개념도 시민의 역할을 주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각 주체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처음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주체들이 상호 논의를 통해 충남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결정할 정도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김종수 책임연구원은 “지역에서 다양한 조직들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상호 보완할 때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을만들기는 공동체 복원 방식으로


마지막 발표에 나선 전주기전대 지역혁신센터 임경수 교수는 마을만들기 운동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와 사회적기업을 조망했다. 그는 마을만들기를 ‘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정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정치, 문화, 예술, 건축,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실험을 해왔다. 하지만 비슷한 사업이 남발되어 마을 간에 지나친 경쟁이 있는 경우가 많고, 소득원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임경수 교수는 “마을이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공동체 복원을 통한 사람 중심의 지역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사회적 경제를 향한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사회적 경제와 연관해 발전하려면 경쟁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시장을 벗어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마을만들기를 지역비즈니스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부보다는 지역 내부 시장을 먼저 들여다보고, 지역경제의 흐름과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며 “마을끼리 서로 연결해 단일 아이템의 한계를 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경수 교수는 마을만들기 운동이 노동을 공공화하는 다양한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기업 등으로 발전해, 여기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바탕으로 토지공공화 비즈니스(공공토지·주택 은행, 공동토지 신탁 등), 금융공공화 비즈니스(신협, 공공부조, 지역화폐 등) 등으로 확대 발전할 것을 기대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결국엔 ‘사람’ 문제…사회적기업가 육성에 미래 달렸다


전문가 제언 | 김홍일 성공회 사제·사회투자지원 재단 이사


» 김홍일 성공회 사제·사회투자지원 재단 이사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새 화두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람(사회적 기업가), 사회적 경제와 지역, 그리고 공동체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해보겠다.


일본의 한 원로 협동조합가에게 협동조합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말하라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분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키 퍼슨’(Key person)이라고 대답했다. 몇 년 전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마련한 ‘사회적 경제 투어’에 참석해 한국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성공 사례들의 배후에는 그것을 가능케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적 기업가’다.

사회적 기업가는 지역사회와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를바라볼 때 ‘그 일이 될까, 안 될까?’를 묻지 않고 ‘어떻게 가능할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며 공동체를 일구고 지역을 변화시켜 가는 사람들이다. 누가 어떤 동기와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적기업을 형성하여 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다르게 형성되고 발전할 것이다. 어떤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고 양성할 것인가는 결국 사회적기업을 어떻게 생각하며, 왜 사회적기업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가’의 발굴과 양성에 더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에 한국 사회적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역사회 참여·협동·소통 끌어내야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특히 사회적기업의 발전은 양적 확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보완하여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회적기업의 확대라는 물량적 접근을 넘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는 일이다.


사회적기업은 국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공공부문이나 시장적 접근 방식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여 나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은 무엇보다 지역의 필요와 욕구의 발견, 그리고 이를 해결하여 나가기 위한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의 연계와 협력체계 구축, 참여 주체들의 참여와 협동 그리고 소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형성은 ‘사회적 필요’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이 서로 연관된 존재로서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참여를 통해 이기적 자아라는 작은 자신의 모습보다 더 큰 진정한 자아, 공동체와 깊이 연관된 존재로서의 참된 자아를 형성하여 나가는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심’ 넘은 공동체적 인간 육성을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교육’이다. 1990년대 초 빈민지역에서 생산공동체 운동을 시작하였던 주체들의 문제의식의 한 축에 ‘주민교육’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0년 빈민지역에서 처음 건축일꾼 ‘두레’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공동체를 조직하고, 건축 직거래 운동을 시작하였던 허병섭 목사는 빈민 목회자인 동시에 민중교육가였다. 공동체는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 주체들이 지니고 있는 영혼의 잠재성, 연대의 잠재성을 불러일으키는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새로운 경제를 꿈꾼다. 인간을 ‘이기적 개인’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고전경제학과 달리 새로운 경제는 인간이 이기적인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인간의 잠재성에 더 깊이 천착한다. 새로운 경제는 경제가 생활과 분리되어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경제를 생활과 사회윤리, 생태적 가치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가치균형에 주목한다.


새로운 경제는 또한 성공을 부와 풍요로움의 획득이라고 생각하는 단선적 관점을 넘어서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경제주의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생존, 보호, 애정, 이해, 참가, 여유, 창조, 자기인식, 자유 등 다면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이러한 꿈과 비전은 결국 경쟁과 배제의 문화를 거슬러 살아가려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민, 새로운 의식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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