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등록 : 2012.07.03 11:23

[HERI CSR]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동향

지난 2010년 말, 93%의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하며 ISO26000(사회책임국제표준) 제정이 확정되었을 때 큰 관심을 끈 것은 그간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오던 중국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 글로벌 환경에서 사회책임경영은 무역장벽이라 주장을 해왔던 중국의 인식이 달라지는 신호로 보여진다. 최근 사회책임경영의 후발 주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중국에는 많은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2011년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된 12차 5개년 계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은 고속성장을 고집하던 기존의 중국 경제개발 정책에서 방향을 틀어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직전 계획(8%)보다 낮은 7%로 설정하고, 포용적 성장을 핵심으로 두었다. 포용적 성장이란 사회불평등 해소, 환경보호를 주요 이슈로 삼고 경제 성장의 혜택을 사회구성원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월에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구체적으로 5개년 계획 중 3분의 1이 환경에 관련된 사항들이었다. 중국 CSR 컨설팅 기관인 신타오(Syntao)의 보고서에서 소개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 셰전화 부위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 중 환경세를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정부 관계자들이 환경세와 탄소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11차 5개년 계획에서 보여줬던 ‘조화로운 사회, 과학적 발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300개 기업 사회책임 평가 결과 매년 발표

중국사회과학원은 2009년부터 기업의 사회책임에 관한 평가 결과를 매년 발표함으로써 중국 내 기업들에 사회책임경영 실천을 압박하고 있다. 평가 대상은 영업수익 순위 기준으로 국유·민간·외자기업 각 100곳, 총 300개 기업이다. 2011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100점 만점에 19.7점으로 2010년 17.0점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조사대상 기업의 68%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정도가 매우 낮으며, 관련 정보 공개가 심각하게 부족한 ‘방관자’ 등급이었다. 국유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점수가 31.7점으로 민영기업과 외자기업보다 높았다. 이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2008년 ‘중앙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의견서’를 유관기관에 하달한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선전 증시 지속가능보고서 의무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상장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상하이 증시의 기업지배구조 지수에 포함된 기업이거나 중국과 해외 증시에 동시에 상장된 기업 또는 금융사에 속해 있다면 반드시 재무 정보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 성과가 포함된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2009년 기준으로 보면 의무보고 대상이 되었던 상장사 318곳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올해는 상장사 600곳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펴냈다.

중국 증시에 기업의 상장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사항도 고려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올 2월 웅담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제약회사인 구이전탕(歸眞堂)이 차스닥(Chasdaq)에 상장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동물기금과 중국의 저명인사들이 차스닥에 서신을 보내 구이전탕의 상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업의 증시 상장을 담당하는 차스닥 발행 감독 관리부도 상장 신청과 관련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 산업협회, 사회여론 등의 압력이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적고 부정적 정보 담는 덴 소극적”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의 양적인 성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건수로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23곳에 지나지 않았던 보고서 발간 기업 수가 2011년엔 1000곳(상장·비상장사 포함)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중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 매년 보고서를 펴낸 궈페이위안 신타오 대표는 “중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정량적 데이터가 부족하고 부정적 정보를 담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중국 최대 육류 가공기업인 솽후이그룹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언론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에서 금지약물인 클렌부테롤이 첨가된 사료를 먹인 돼지가 판매되었다는 소문에 대해 해명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 사회 내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다. 이렇듯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활용하는 외부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면서 보고서의 질적 성장과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0~2011년 중국 주요 기업들에 발생한 환경, 사회, 거버넌스 위험 사건을 정리한 ‘(중국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 현황’에 대한 신타오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질적 수준 개선은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회이슈 경고 가장 많아…보건·안전 41%

중국 기업들의 환경, 사회, 거버넌스 문제 중에 가장 많은 경고를 받은 부분으로 사회 이슈가 꼽혔다. 총 41%의 경고가 보건·안전 문제에서 나왔다. 상위 5개 이슈에는 보건·안전, 부패와 사기, 환경·산업재해, 기업윤리, 그리고 제품의 안전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2차 산업에서 ESG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55%가 넘는 경고가 제조업에서 나왔다. 중국 기업은 사회책임경영을 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안전한 사업장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강제노동, 아동노동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천연가스공사(CNPC), 중국석화(SINOPEC), 폭스콘(Foxconn) 등 3개 기업이 ESG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이었으며, 중국천연가스공사의 경우 22개의 경고를 받았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올 6월11일 중국 정부는 국가인권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제·사회적 발전 상황과 역사·문화적 영향 때문에 인권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나 인권문제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일본 비해 수준 낮지만 성장세 높아

전반적으로 중국의 사회책임경영은 국제 표준은 물론 같은 동아시아에 속한 한국, 일본 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나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큰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중국이 기술이나 산업적 측면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 속도를 고려해 보면, 현재 중국 기업들이 한국, 일본의 기업에서 사회책임경영을 배우고 있지만 몇 년 뒤에는 이러한 구도가 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징/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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