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 리뷰] 스페셜 리포트 
로컬에너지 기업-서울 ‘마을닷살림’ 협동조합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김소영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북 부안 출신으로 2003년 벌어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시위를 직접 경험한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서울 동작구 상도3·4동 주민이 직접 회비를 내 운영하는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은 부족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달 장터를 열고 있었다. 그해 3월26일이 마침 ‘어스 아워’(지구촌 한시간 전등 끄기 행사)라 장터를 마친 다음 뒤풀이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어스 아워의 의미를 되새기는 촛불 행사로 마무리했다. 그해 여름에는 도서관에서 4주짜리 환경특강도 열었고, 11월부터 녹색연합과 함께 에너지 관련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주민 수십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배울수록 “지구가 곧 망할 것 같은데, 너무 희망이 없어 보여 우울하다”며 참석률이 오히려 떨어졌다.

반전의 계기는 에너지 자립마을인 전북 임실 중금마을 방문이었다. 중금마을 주민의 열정에 감화된 성대골 학부모들은 “우리도 에너지 위기에 견딜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며 실천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너지 자립마을 대부분이 시골에 있었고, 서울처럼 거대한 도시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월별 소비량 비교하자 경쟁 불붙어

도시에 맞는 방식을 찾던 과정에서 눈에 띈 단어가 ‘절전소’였다. 김소영 관장은 “도시농업 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는데 원전 사고를 겪은 직후라 ‘내가 1킬로와트를 안 쓰면 누군가 사용할 1킬로와트를 생산한 것과 같다’는 말이 크게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부터 월별 전기소비량을 초록색 막대그래프로 표시하면서 전년도 같은 달 소비량인 빨간색 막대그래프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이름으로 가정별 상황이 비교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전기밥솥, 비데, 정수기, 냉장고, 심지어 070 전화기까지 절전 노하우가 공유됐고, 동네 가게에도 전파됐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성대골절전소에서 3만5천킬로와트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주부 15명이 국사봉중학교와 장승중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김소영 관장은 “아이들 앞에 설 때 ‘전문가가 아니라 너희의 엄마로 이야기를 할 거고, 너희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표현’이라고 먼저 얘기했다”며 “강의를 위해 공부한 게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상했다. 공부를 하면서 두꺼비하우징·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핸즈적정기술협동조합 등 로컬에너지 기업과 만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적정에너지기술에 눈뜬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태양열온풍기와 화목난로를 성대골마을학교에 설치했다.

트럭 개조해 에너지카페도 만들어

올봄에는 에너지카페 ‘해바라기’도 만들었다. 원래 의도는 에너지 대신 손을 쓰기 위한 마을 공동작업장이었지만,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트럭 위에 설치하면서 이동형 카페가 되었다. 차량은 폐식용유로 움직이고, 태양광발전기와 태양열조리기, 자전거발전기를 설치해 햇볕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대골 사람들은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소영 관장은 “에너지카페를 만들기까지 다른 곳의 기술적 도움을 받았지만, 시행착오가 있었고 뒷수습도 쉽지 않았다”며 “우리 마을을 우리가 감당해야지,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의지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활동가를 양성하고 마을에 머물게 하기 위해선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주민 34명이 출자해서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을 지난달 설립했다.

협동조합 설립해 단열기술 연구도

주부뿐만 아니라 마을의 목수, 건축가, 인테리어업자도 조합원으로 참여해 단열 개선 기술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두꺼비하우징이 진행한 건축학교에도 3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올겨울에는 일곱 가정이 직접 단열공사를 받으며 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소영 관장은 “세를 살면서 가진 돈이 10만원밖에 없어도 그에 맞는 에너지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마을닷살림이 모든 주민이 에너지에 관해 상담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차호선 한겨레경제연구소 보조연구원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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