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HERI 리뷰]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 어떻게 해소할까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후 보육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맞벌이부부가 증가하면 보육사업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의 만족도가 같이 높아지고 있는가는 낙관할 수 없다.

정부의 보육정책을 좋게만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국공립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다. 201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보육시설 4만2527곳 중 국공립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2203곳으로 5.2%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육정책 중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었다.

2014년 보육정책 예산 반영만 보더라도 110억원을 들여 150곳을 확충하고 2017년까지 600곳을 확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도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유는 한국의 국공립 보육시설의 설립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직선제인 까닭에 보육시설의 95%를 차지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비공식 통계를 보면 한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될 경우 인근 민간·가정 어린이집 10곳 이상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만족도가 높고 확충 요구가 높아진 지 오래된 지금,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은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사회적 만족도가 높은 것은 서비스의 질이 높고 보육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자 서울시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보육의 질을 높이고자 국공립 어린이집의 운영방식을 도입하고 지원하는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공공형 어린이집’이라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지고 투명성이 보장되었을까? 여러 가지 논란이 존재한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같은 운영방식을 도입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설립주체와 관련해서 공공성을 보장하지 못한 개인운영방식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볼로냐의 ‘카라박 프로젝트’ 배울만

분명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관련된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시의 카라박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협동조합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볼로냐 인근 디사베나의 어린이집 ‘라치코냐’는 건축노동자·급식노동자·보육서비스협동조합 등 3개의 협동조합이 모여 만든 보육시설이다. 건축노동자협동조합인 ‘치페아’ 소속 노동자들이 어린이집 공사를 맡았다. 급식노동자협동조합인 ‘캄스트’ 소속 급식노동자는 어린이집의 급식을 담당하고, 돌봄·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카디아이’ 소속 교사들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과 볼로냐시가 민관 연대 방식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카라박 프로젝트’에 따른 것으로, 어린이집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부지와 운영비는 볼로냐시가 지원한다. 볼로냐에서는 라치코냐 등 11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볼로냐시에서 조합형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굳이 한국의 어린이집 형태로 규정하자면 국공립 어린이집이 될 것이다.

건설·운영은 조합이, 땅은 지자체가

6·4 지방선거를 위한 보육정책으로 카라박 프로젝트와 같은 제3섹터형 보육협동조합 어린이집을 제안하고자 한다. 보육협동조합은 주민이 30% 정도 출자하고, 지역의 건축협동조합이 출자하고, 지역 내 국공립시설 설치 때 필요한 인력들이 공동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출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보육공동체 활성화는 팽창하는 영리형 민간 보육기관의 경쟁 격화, 급식 부정, 어린이 학대와 같은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자체는 유휴부지를 제공하고, 보육협동조합이 건설비를 부담한다면 새로운 공익형 보육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운영형태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규정하고 협동조합의 이사회 및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장기 운영하도록 한다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보육환경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한 보육교사의 근로조건 개선이 꼭 필요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문 상담가를 배치하여 어린이집을 돌아가면서 교사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상담과 관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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