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HERI Review 제40호] 사회적 경제 일자리

admin 2016. 11. 15
조회수 1156

“돈 되는 일이라도 우리 가치에 안 맞으면 포기해요”

고용·소득 위기 상황서 사회적경제 영역 취업자 증가
남을 돕는 사회적경제 직장에서 삶 만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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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7~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는 62개국, 330개 도시에서 각 도시의 시장과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 18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 도시마다 안고 있는 빈부격차·실업·주택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적경제’를 꼽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유엔은 대표적인 사회적경제조직 협동조합을 경제위기에 강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 대안모델로 보았다. 2014년 공공, 사회적 및 협동조합 경제에 관해 국제연구정보센터(CIRIEC)가 작성한 ‘EU 사회적경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2009∼2010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약 6.5%에 해당하는 1450만여 명을 유급으로 고용하고 있다. 2002∼2003년 당시 1100만 명(6%)에서 350만 명, 0.5%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전체 노동자 454만5800명 가운데 50만7200명(11.2%)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벨기에(10.3%), 네덜란드(10.2%), 이탈리아(9.7%), 프랑스(9.0%), 핀란드(7.7%), 룩셈부르크(7.3%) 순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국가들이 대부분 사회적경제 분야의 고용 규모도 크다.(그림 1 참조) 


저성장 시대 주목받는 대안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자활기업(1996), 사회적기업(2007), 마을기업(2010), 협동조합(2012) 등 각 부처별로 앞다퉈 사회적경제 조직을 육성하면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에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은 사회적경제 영역의 고용 규모를 2013년 기준 약 0.4%에서 2017년까지 2%(유급 고용근로자 48만8천명)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지난 8월25일 발표한 ‘2011~2015 서울시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5년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4년간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4배, 매출액은 2배 이상, 고용률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회적경제가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시대의 해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고용 증가를 나타내는 고용탄성치(고용증가율/경제성장률)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4년에 펴낸 ‘고용의 10대 구조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에는 0.41포인트를 기록했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해 2000년대 후반에는 0.2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였다.


하지만 2010∼2013년 고용탄성치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인 0.60포인트로 급등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그만큼 하락했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만 우후죽순 늘어났다. 성장을 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과거처럼 지속적 성장의 동력을 찾기도 어려운 시대다. 과거와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경제평론가인 이원재 (재)여시재 기획위원은 저서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어크로스 펴냄, 2016)에서 고성장 시대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지속가능 성장모델을 발굴해야 하며 사회적경제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제시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 역시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2015)에서 오늘날 전세계가 당면한 실업문제의 해법으로 완전 고용에서 ‘완전 직업’으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생산성 있는 기업이 고용을 만들어내는 기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위한 직업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Job) 활동의 개념보다 더 큰 ‘일’(Work)에 주목하자고 한다.

사회적경제에서의 일은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어떠한 ‘일’로 다가올까? 지난 9월27일 노숙인 자활을 돕는 경기도 성남의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을 방문했다. 안나의 집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증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8년 7월 노숙인 급식소 설립을 시작으로 노숙 청소년 쉼터, 노숙인 자활작업장, 노숙인 자활시설 등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는 노숙인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종이가방(쇼핑백) 접기’ 등 일을 제공하고 있다.

김중철(47)씨는 올해 5월 이 시설에 입소했다. 직업군인이었던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중사 전역을 한 뒤 구직 활동에 계속 실패했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음주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아내와 잦은 다툼이 이어졌다. 경제적 어려움과 음주문제로 이혼하면서 갓난아기를 혼자 키웠는데 아이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여러 어려움이 겹쳐 삶을 포기할까 생각하다 아이를 위탁하면서 알게 된 안나의 집에 입소해 단체생활을 하게 되었다. 공동생활에서 솔선수범하는 그의 성실한 태도 덕분에 노숙인 무료급식소 관리인으로 취업하게 됐다. 김씨는 “일을 통해 생활의 리듬을 찾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겼다”고 말했다.

유제민 안나의 집 노숙인 자활시설장은 “일을 통해 사람은 소속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빚이 쌓이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면서 노숙을 하게 되는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생활에 중독된다. 일을 통해 다시금 사회관계가 생긴다”고 말한다. 물론 몸이 불편한 경우 요양시설로 가기도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김범수 사회복지사는 “노숙자가 자활에 성공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계속된 실패 속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활동은 범죄예방 활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국 일이란 소득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사회적 활동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는 일의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사회적 측면에도 주목한다. 노동시장에서 고용되지 않고, 정부에서도 다 구제하지 못하는 틈새 영역에서 일을 통해 복지문제를 풀어간다. 어떤 사람의 노동능력에 적합한 일자리는 일반적인 고용시장에서 다 발견되기 어렵다. 각 기업에서는 사원을 표준모델 기준에 따라 채용한다. ‘삼성맨’ ‘LG맨’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고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가 일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능력을 찾아내고 훈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 침체 국면서 사회적경제 일자리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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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회적경제는 이들을 위한 스프링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0년에 펴낸 ‘한국 제3섹터 육성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와 제3섹터 취업자 추이를 시기별로 비교했다.(그림2 참조) 제3섹터는 제1섹터(공공부문) 및 제2섹터(시장부문)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광범위한 시민사회 부문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비영리 부문과 사회적경제를 포괄한다. 그림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해 고용과 소득 부문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만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영역의 취업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제3섹터의 취업자 비중과 규모가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아직 사회적 비중이 크지 않기에 전체 일자리 증가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실업과 빈곤 충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의미한다. 일자리 질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 있는 아카데미쿱은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청년들이 만든 교육협동조합이다. 일반 학원과 달리 이들은 강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학습공동체’를 만들어가려 한다. 수업 내용 역시 지식과 정보 전달 위주가 아니다. 아이들이 과제를 함께 수행하면서 협동심을 내면화하고 이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사무국 직원은 1명이고 강사들은 프리랜서 방식으로 결합되었다. 심우열 이사장은 “직원 조합원이 되는 것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개인 선택이다. 다만 직원이 되어 정해진 일을 하는 것보다 업무 자율성을 추구하고 느슨하게 일하는 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학원과 달리 조합원 모두가 학원 주인이다. 즉, 함께 소유하는 방식이다. 매주 1회 운영회의를 통해 수업 내용과 학습공동체 운영을 함께 결정해나간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경제의 매력은 교육을 원하는 방식으로 꾸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 세대처럼 가치와 경제적 수익 중 하나만 추구하기보다 균형을 맞춰나가는 데 사회적경제 일터의 의미가 있다. 심 이사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일이지만 돈이 너무 안 되면 포기한다. 하지만 돈은 많은데 우리 가치에 맞지 않으면 그 역시 포기한다. 우리끼리 논의해서 합의를 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현하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대외협력파트장도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며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임금노동자로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고 실제로 추진하면서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전환 뒤 경영 참여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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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28일 안나의집 자활작업장에서 노숙인들이 종이가방 접기 작업을 하고 있다. 벽면에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노숙인 자활 취지를 보여준다. 안나의집 제공

2013년 당시 연매출 280억원이던 외식브랜드 업체 (주)해피브릿지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중소기업으로서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일할 때 생산성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전환 4년차가 된 지금 모습은 어떨까? 김철환 해피브릿지 이사장은 “직원들의 경영 참여 관심도가 주식회사 때보다 더 높아졌다. 이전에는 자기 업무에만 관심 있고 회사 전반에는 관심이 적었다. 협동조합 전환 이후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 생각하니 다른 부서 일도 더 알려고 노력하며 경영과 관련해 여러 의사표현을 한다”고 했다. 일의 동기 부여가 커져 회사 전체 경영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 모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리더로 성장해갈 수 있다.

물론 아직 기존 회사 직위에 따른 수직적 의사결정과 조합원으로서 수평적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경영 성과’와 ‘직원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자신이 삶의 주인일 때 행복할 수 있듯이 일터에서도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며 조직과 개인의 동반 성장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피브릿지는 이러한 협동조합만의 성공적인 행복경영을 연구하는 에이치비엠(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사례는 노동이 삶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해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되찾게 해준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경제활동을 하며 균형 있는 행복을 찾아갈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내 삶을 나의 의지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기쁨을 준다. 이는 다시 주체적인 노동으로서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노동시간과 노동환경을 구성원의 여건에 맞게 조정하고 합의해갈 수 있다는 점은 시니어세대, 경력단절 여성에게 무척 매력적인 요소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에 펴낸 <일과 행복>에 따르면, 타인을 돕는 일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개인에게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직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어떠할까?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펴낸 ‘사회적기업의 특성별 임금 실태와 일반 근로자와의 비교’ 보고서(2016)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일반기업보다 하위 22% 저임금 근로자까지 임금 수준이 더 높다. <2011~2015 서울 사회적경제 성장 보고서>에서도 취약계층의 경우 급여가 이전 영리기업에서보다 120% 향상된 것으로 나온다.

취약계층이나 저임금 노동자가 아닌 경우 사회적경제에서 행복해지려면 임금 외의 사회적 가치 실현, 조직문화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중견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6년째 일하는 한 직원은 “기대보다 노동의 자율성이 많지 않고, 노동강도와 생산성에서 일반 영리기업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분도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대신 수평적인 조직문화, 업무에서의 자기 권한과 성장을 기대하는데 이 부분의 만족도가 낮다”고 밝혔다.

이영롱·명수민이 펴낸 <한국 청년세대의 사회적 노동 경험>(2014)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현재 사회적 노동은 시민사회적 활동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임금-고용 중심의 경제적 노동으로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도 온전히 환원될 수 없는 혼종적 노동의 성격을 가진다. 자마니 교수의 주장대로 일자리(Job) 활동 개념보다 더 큰 일(Work)에 주목하려 하지만, 일자리라는 중력장에 계속 끌려 내려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은 <협동조합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가?>(2015)에서 협동조합의 경우 일하는 사람의 성향을 ‘직접 만드는 일자리 중시형’ ‘가치 지향 일자리 중시형’ ‘근무 환경 중시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할 것을 제안한다. 각 유형에 따라 좋은 일자리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영리기업을 기준으로 한 직원 행복 만족도가 아닌 사회적경제 조직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세부 지표가 개발돼야 할 이유이다.

지자체마다 돌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며, 주민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회적경제는 앞으로 더욱 성장해갈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 활용으로 내적 발전을 이끄는 지역경제 재구축이 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사회적경제를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 아닌 주민들의 행복 창출 통로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등록: 2016-11-07 21:02  수정: 2016-11-14 23:57

한겨레21에서 보기: http://h21.hani.co.kr/arti/HERI/H_special/426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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