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환경 사회적기업 성장사
결혼 7년차 전업주부 이민정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터전을 옮겼다. 이사를 앞두고 다섯 살짜리 큰아이와 갓 돌을 지난 둘째 아이의 옷가지 처분을 고민하다 지인의 소개로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찾았다. 작아져 못 입게 된 아이들 옷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니 이삿짐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백일이나 돌 때 지인들이 준 선물인데 몇 번 입히지도 못해 그냥 버리기는 아까웠죠. 좋은 물건 기부했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사회적기업을 알게 된 계기도 되었어요. 제주에도 매장이 있다고 하니 찾아가 보려고요.”

개인이나 단체가 기부 또는 기증한 물품을 재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의 2011년부터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이 연평균 7~8% 증가해 2013년에는 23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1년 약 18억원에서 2012년에 약 7억원으로 감소했지만, 2013년에 다시 13억원을 넘어섰다. 전기전자 폐품을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인 주식회사 컴윈도 같은 기간 매출액은 연평균 15%, 영업이익은 평균 50%까지 늘었다.

초기엔 사회복지와 가사·간병이 주력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5곳 가운데 4곳이 영업적자를 기록(2012년 12월 기준)하고 있지만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사회적기업 경영공시를 비롯해 각종 사회적기업 성과 보고서를 조사해 사회적기업 전반의 양적·질적 성장 추세를 분석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2007년 7월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했고, 초기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사회복지 및 가사·간병 업종이 주를 이뤘다. 2008년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148곳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54곳이 이 두 업종에 쏠려 있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문화·예술·관광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들이 본격 등장하면서부터다. 연간 인증 사회적기업 가운데 사회복지와 가사·간병 업종은 2011년 이후 해마다 10여곳에 머무르다 지난해에는 7곳에 그쳤다.

환경부문, 단일 업종으론 가장 많아져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환경 업종은 꾸준한 확장세를 보였다. 2007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14곳으로 출발한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누적 기준으로 195곳까지 늘어났다. 2014년 말 기준 전체 인증 사회적기업의 15.6%로, 단일 업종으로는 가장 많은 사회적기업이 환경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인증 사회적기업 239곳 중에서도 환경 업종이 35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문화·예술·관광 분야(33개)가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 환경에 따라 부침이 심한 타 업종과 달리 사업 영역을 에너지, 친환경 소재, 도시 텃밭 등으로 확대하며 진화해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질적 성과 면에서도 다른 업종에 견줘 양호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2009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환경 분야인 재활용 업체의 평균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사·간병 업체와 견주었을 때는 평균 2000여만원 많은 수익을 올렸다. 2011년 고용노동부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업종 중 재활용 업종에 속한 사회적기업의 평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평균 당기순이익은 사회복지 업종보다 70%가량 높은 수치였다.

사회적기업의 업종 분류가 바뀐 2011년 이후 매년 이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에 참여한 116곳의 경영 성과를 보면, 2011~2013년 3년간 22개(2013년 기준)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의 경영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경영공시 기업 평균치와 비교해 환경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은 5~10%, 당기순이익은 8~18% 정도 높았다.

취약층 고용비율 등 사회적 성과도 좋아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의 질적 성장은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가 펴낸 사회적기업 3주년 성과 보고서를 보면,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들은 △취약계층 고용 비율(전체 고용인원 가운데 취약계층 고용 비율)과 △수혜 비율(전체 사회서비스 제공 비율 가운데 취약계층 제공 비율) 두 가지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업종으로 분석됐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펴낸 ‘2013 사회적기업 성과 보고서’에서도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이 다수 포함된 ‘시설 및 관리’ 업종은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이 4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 가운데 보건 및 사회복지 업종과 일반 제조업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조영복 사회적기업학회장(부산대 교수·경영학)은 “국내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의 성장성은 지금보다 오히려 미래가 더 밝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유기농 로컬푸드 등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예비 사회적기업의 등장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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