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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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양적·질적 성장 이끌어
에너지 등 새 동력 찾아야
스위스의 사회적기업 ‘프라이타크’는 트럭의 화물 덮개로 쓰는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들어 판다. 가방끈은 폐차의 안전벨트로 만들고, 자전거 튜브가 이음매로 쓰인다. 1993년 설립된 이 업체는 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여 새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사회적기업이다. 한해 연간 40만개의 가방을 생산해, 22개국 470개 지역에다 내다 판다. 이 업체가 사용하는 중고 방수천은 연간 400만t, 안전벨트는 10만여개, 자전거는 5만여대에 이른다. 가방 가격은 우리 돈으로 평균 50만원대다.

친환경 분야는 국내 사회적기업의 대표적 업종이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전체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성장한 게 환경 분야다. 국내 환경 사회적기업 1호(2007년)는 중고 의류 등을 수거해 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다. 1세대의 경우 재활용품 수거·판매와 청소·위생관리 업체가 사실상 전부였다. 컴퓨터·자전거·의류·목재 등을 단순 수거해 재판매하거나, 절약형·친환경 소재로 청소나 소독을 하는 기업들이다.

친환경 사회적기업은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확대되어 왔다. 에너지 절약형으로 건물을 짓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가공·유통하는 기업이 생겨났다. 폐자원을 단순 재판매(리사이클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 등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들이 등장했고, 환경을 테마로 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콘텐츠 업체들도 나타났다. 예컨대 터치포굿·오르그닷은 펼침막과 페트병을 수거해 의류·가방 등을 만들어내고, 금자동이는 중고 장난감으로 환경 교육과 미술 치료를 한다. 위누는 폐자원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제작·전시하는 콘텐츠 업체다. 주력 사업과 연계된 ‘사업 다각화’도 눈에 띈다.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다양한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주사업인 문화 상품을 이용해 지역 주민에게 예술 교육을 하고 친환경 박람회를 열기도 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존 친환경 분야 사회적기업이 폐자원을 재활용·재가공하는 협소한 영역에 그친 반면, 최근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결합한 문화예술 방면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환경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첨단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들이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햇빛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나눔발전소’를 운영중이며, 에너지팜은 태양광 발전 설비와 오븐, 조리기 등을 생산한다. 바이맘은 실내 난방텐트를 제작해 에너지 빈곤층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환경 분야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부문이기도 하다. 환경부가 영국과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체 사회적기업 가운데 에너지 관련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영국의 경우 에너지 생산과 서비스, 컨설팅과 효율화 등 분야별로 다양한 기업들이 지역 단위로 형성돼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재활용 등 자원순환형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보고서는 “태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열 등 에너지 효율화 분야는 자본과 기술의 백업이 필요한 분야다. 고도의 기술과 고가의 설비가 요구되는 분야여서 전문 인력과 설비, 기술 개발 등이 받쳐주지 않으면 진입 장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환경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간 협력이 시급하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 부처이지만, 관련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과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산업부 관할인 ‘에너지절약전문기업제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촉진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을 활용해 충분히 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부뿐 아니라 지역 생태보전 분야는 지자체와 산림청, 친환경 건축 부문은 국토교통부, 친환경 농산물 부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분야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 분야는 소관 부처가 상이해 환경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을 환경부나 고용노동부의 고용 창출쯤으로 보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과제는 선진국과 달리 ‘주민 참여형 사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마을 공동체 단위의 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전환 마을’ 운동이, 이탈리아에선 ‘슬로 공동체’ 운동이 지역 단위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주로 협동조합을 꾸려 지역 주민이 지분을 소유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사회적기업도 단순히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환경의 가치와 기업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사회적기업 프라이타크의 ‘성공’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뛰어난 틈새 마케팅으로 성공한 ‘빈티지 브랜드’의 하나일 뿐 더이상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스스로 경쟁력의 원천은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한다. 프라이타크는 중고 컨테이너를 개조해 공장과 매장으로 사용하고 빗물을 모아 용수로 쓰면서도 인건비 높은 스위스 현지 생산을 고집한다. 원자재인 폐방수천은 반드시 5년 이상 사용된 ‘진짜 중고’를 쓴다. 창업자인 마르쿠스 프라이타크는 “패션에 치중해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우리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고 있고, 그래서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디자인 김은정 기자 e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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