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눈높이 정책검증 시리즈 교육분야 좌담회를 하기에 앞서 참석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호, 김다현, 권종현, 이건범, 신금산, 조재은씨와 사회를 맡은 한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눈높이 정책검증 
⑤ 학생·교사·학부모 6명 정당 교육공약 좌담
직간접적으로 초·중·고·대학생과 연결된 인구를 꼽아보면 과연 우리나라에 ‘교육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 교육 문제만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도,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는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 모두가 교육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있을 정도의 ‘교육 전문가’가 됐다. 이들의 눈길은 자연히 4·11 총선의 각 정당의 교육 공약으로 향할 것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6명에게 각 정당이 내놓은 교육 관련 공약 검증을 부탁했다. 이들은 각 정당의 공약을 검토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만나 열변을 토했다. 좌담회는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심층그룹좌담(FG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팀의 이건범(47)씨가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반값등록금이나 친환경 무상급식과 같은 이슈가 됐던 교육 정책보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을 가능케 하는 공약들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들의 관심은 ‘교육 체제 전반의 수정’과 이를 가능하게 할 현실가능한 방법에 대한 요구로 수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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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강화

공교육 핵심은 정규수업인데 방과후 학교·EBS에 치우쳐
새누리 ‘학교밖 학생 지원’…민주 ‘학교행정 인력안’ 관심

사회자(한귀영) 세 정당의 교육 공약 대부분이 초·중·고 공교육에 맞춰져 있다. 학부모, 교사, 학생의 입장에서 공약들을 평가해달라.

장정아 공교육의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공교육은 정규수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규수업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공약이 없다. 대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방과후 학교, 교육방송(EBS) 강화 등을 내세웠을 뿐이다.

권종현 공교육의 핵심은 학생이 학교에 와서 듣는 정규수업 6~7시간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시간이 바로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진행되는 수업 시간이다. 학교는 교사가 이 시간에 모든 힘을 쏟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교직생활을 17년 이상하면서, 학교에서 한 번도 학생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는지 회의해본 적이 없다. 늘 보충수업 어떻게 할거냐, 자율학습을 몇시까지 할거냐 등만 논의하다 보니 실제 수업의 중요성은 뒤로 밀린다. 상황이 이런데 공교육 강화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자꾸 정규수업시간 밖인 방과후 학교 등만 강조하고 있다. 학교 교육은 무너지고 있는데 다른 것부터 신경 쓰겠다는 건가. 이런 점에서 교사가 수업을 잘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고, 학교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교육행정업무 전담인력 배치 공약이 눈에 띈다.

조재은 새누리당 공약을 보면 공교육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입시에 맞춰진 경쟁 위주 교육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서울대를 목표로 삼는, 상위 1%를 위한 교육이다. 나머지 99%를 위한 교육적 배려가 없는 상황인데도 새누리당은 이런 고민을 담은 정책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통합진보당이 주장한 일제고사 폐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전에는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통해서라도 책을 읽었는데, 일제고사가 시작된 뒤로는 마음 편하게 책 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제고사 시작 뒤 경쟁이 더 심화하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협동보다 경쟁부터 배우고 있다.

김다현 특성화고를 다니기 때문에 관련 정책을 찾아봤는데 어느 당도 특성화고를 언급하지 않아 안타깝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교육방송(EBS) 프로그램 내실화 공약을 제시했는데, 수능과 교육방송 문제가 연계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육방송을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더 강화시킨다면 결국 입시 교육 강화가 될 것이다.

장정아 새누리당 공약이 다른 정당보다 적기는 하지만, 장애인 정규교육 강화나 학교 밖 학생 지원 공약이 눈에 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개선 공약도 실현됐으면 좋겠다. 자사고와 특목고로 인한 고교서열화 폐지 없이는 초·중학교 교육도 정상화되기 어렵다.

박성호 새누리당은 지금의 공교육이 정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관련 공약이 부실한 것 같다. 그에 비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은 우리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학교가 대학 입시기관화 되는 원인을 바꿔야 한다.

신금산 고등학교 때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며 ‘수능형 인간’으로 살았다. 대학 와서는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또 학점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경험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체제가 너무 경쟁 중심이란 걸 느꼈다. 서로 이기려고 하니까 공교육만으로 모자라 사교육까지 받는다. 경쟁적 교육 구조의 배경에는 수능과 학벌체제가 있다. 학벌사회에서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이라는 시험에 맞춰 공부하고 경쟁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공교육 강화와 정상화의 길은 없다.

대학체제·입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좋지만 통합진보, 실현 모델 보여줘야 
사립학교 문제 개선책은 빠져 공공성 확보·부패근절 나서야

사회자 그렇다면 학벌사회를 만드는 대

학 체제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공약이 있는지 살펴보자.

신금산 앞서 학벌체제와 입시가 우리나라 교육 경쟁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는데, 통합진보당은 이를 위해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념이 낯설다.

박성호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입학 전형도 통합해서 함께 보고, 학점과 학위도 통합해 주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갈 필요는 있을 것 같지만,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영재는 누가 키우나’, ‘나라는 누가 먹여 살리나’는 식의 반발이 엄청날 것 같다. 통합진보당의 ‘대학입학 자격고사제’는 점수 하나로 줄세우는 수능을 없애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자격시험에 불과하니 시험 점수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준비하고 노력했는지를 선발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조재은 국립대 네트워크는 다 좋은데 어떤 전제 조건에서 가능한지 실현 가능한 방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장정아 대학 체제 개편은 좋은 모델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반값등록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서울시립대가 하니 인식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국립대라도 확실한 모델을 만들어서 국립대 네트워크 같은 방식이 정말 가능하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대학 체제나 입시 문제가 중요하지만, 대학 가는 게 100% 당연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공약이 만들어졌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꼭 대학가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도 빠져 있다.

김다현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대학입학 자격고사제 내용을 보면 다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대학 입시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 최근 대입 정책이 1년 단위로 바뀌다 보니 수험생들은 피 터진다. 대입 전형 방법 하나에 우리 목숨이 달려있다. 좋은 입시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이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시정책의 안정이 수험생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권종현 사립학교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우리나라 대학의 대다수가 사립대인데 이들의 공공성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국회가 바뀐 뒤 사학 공공성 확보, 족벌 운영 금지, 부패 근절 등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복지

교육 기본권 국가 책임인데
새누리, 국가장학금 확대뿐
야당 ‘반값 등록금’ 꼭 실현을

사회자 지난해 쟁점이 됐던 반값 등록금과 친환경 무상급식, 그리고 세 당 모두 제시하고 있는 고교 의무무상교육 공약 등 교육 복지 관련 정책들은 어떻게 보나.

조재은 새누리당의 등록금 정책은 국가장학금 확대뿐이다. 대학생들이 대출받아 등록금 내고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장학금만 늘린다는 건 여전히 등록금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아니라 개인 몫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실질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박성호 대학이 자체 노력으로 등록금을 인하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 재정을 어디서 만드느냐가 문제인데, 교육이 기본권이라는 건 새누리당도 현재 동의하고 있다. 이를 전제한다면 예산 지출의 우선권을 반값등록금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하는 데 예산을 우선적으로 쓰자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심금산 올해부터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이 적용돼 100만원만 등록금을 내면 됐다. 실제 해보니 반값등록금이 불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기본적으로 사립학교 등록금 자체가 너무 비싸다. 우리가 낸 등록금을 사립대는 부동산 투기하고, 재단 이윤 추구에 사용하고, 적립금으로 남긴다. 대학생 정말 돈 많이 든다. 등록금뿐 아니라 밥값, 생활비, 주거비까지 하면 한 달에 90~100만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생활비를 모두 벌면서 학교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반값등록금 정말 필요하다.

장정아 세 당 모두 교육복지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인 학벌과 입시문제는 금방 바꾸기 어려우니 반값등록금이나 고교 무상의무교육처럼 금방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반값등록금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이 정말 원하는 건 우리 교육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공약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전문가 관전기
입시지상주의 꼬집기에 초점…1초 쉴틈도 없이 열띤 토론

이건범 작가·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팀
한마디로 쟁점이 없어 보였다. 여야의 공약은 이 사회 전체가 교육문제로 겪는 고통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새누리당의 관심은 주5일제 수업에 따른 토요일 대책이나 학교 바깥 청소년 문제 등 초중등 공교육과 대학교육의 바깥에 있는 문제들에만 쏠려 있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공약은 교육단체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고민 없이 반영하였는지 거의 비슷했다. 여당은 말이 없고, 야당은 말은 있되 의지가 약해 보였다.

이런 사정 탓에 좌담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 즉 학벌체제와 입시지상주의의 병폐를 드러내는 다양한 문제점을 둘러싸고 뜨겁게 이루어졌다.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한 사람의 말과 다음 사람의 말 사이엔 정말 1초의 쉴 틈도 없었다.

좌담 참석자들은 모두 학력과 학벌 위주로 짜인 일자리 양극화와 그로부터 배제되면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막연하지만 뚜렷한 불안감, 이 때문에 다양한 적성이나 진로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많은 학습량을 강요하며 오로지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무한경쟁이 초중등교육에서 일어나는 세태를 비판했다. 대학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등 비교적 교육 복지에 속하는 공약보다는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쪽에 열기가 모였다. 이런 열기는 고교서열화 폐지와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야당의 공약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배경으로 보인다.

학벌체제 완화를 위해 야당들이 내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약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의 이해 부족과 낮은 실현 가능성 때문에 꼼꼼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참석자들을 탓할 대목은 아니다. 서울대를 비롯해 국공립대가 법인으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야당들이 교육문제 때문에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의 정중앙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아 생긴 한계 같았다. 좀 더 연구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책으로 다듬어야 공약으로서 책임성과 힘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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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특목고 개선책 눈길…학벌 해소책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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