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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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왼쪽부터),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노동 분야 정책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kr
한겨레사회정책연 신년 좌담 ①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새해를 맞아 주요 민간 싱크탱크 소장을 초청해 두 차례에 걸쳐 신년 좌담회를 개최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열리는 신년 좌담회는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노동, 복지·보건 분야의 정책 현안과 대안 제시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지난 11일 1차로 열린 경제·노동 분야에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함께 했다. 이창곤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회정책연구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오는 18일에 열리는 보건·복지 분야 좌담회에는 김창엽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유범상 (사)마중물 이사(방송통신대 교수)가 참여한다.

박근혜 당선인 ‘경제·노동 정책’

■ 올해 경제 전망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이하 이창곤) 한국은행이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여러 추정치가 있지만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2%의 저성장 시대라는 전망은 크게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이하 정태인) 올해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이 없다면 2.5%로 예상된다. 문제는 2년 연속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영업이 견딜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자영업이 버티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하 홍기빈)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가계소득도 줄어들게 돼 가계부채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가시적으로 경제위기에 처한 적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경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할 때다. 성장전략은 소득분배와 같이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김유선)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정책은 임금주도 성장전략 또는 내수주도 성장전략이다. 현재 여당의 흐름을 놓고 보면, 이런 정책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없기에 올해 경기 상황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대기업에 채찍과 당근 필요
하지만 20년동안 다 소비해버려
국가가 대기업 통제할 방법 없다”

■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이창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는 느낌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정태인 인수위 구성을 보면, 관료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기보다 관료들에게 맡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이나 자영업 상권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지나친 침해를 막는 정도의 안을 제시할 것 같다.

홍기빈 개인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과 대립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내수도 살리고 경제성장의 물꼬를 틀자는 의미에서 그 말은 긍정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쥐고 있던 채찍과 당근은 다 소비해버려 국가가 대기업을 유인하고 통제할 방법이 없다.

김유선 노동정책의 경우를 보면 인수위에는 노동 전문가가 없다. 기존의 정책 틀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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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이창곤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의 핵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다. 새 정부가 이 부분에서 어떤 진전을 가져오겠는가?

정태인 새 정부가 대기업에 선물로 줄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다.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진행해 원화절상(원화약세)이 되면서 수출이 불리해졌다. 금리 인하는 수출 대기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고, 가계부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침해소지를 줄이고, 가시적인 부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도 유통법에서 상당히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몇 가지 시도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하청 단가 인하를 규제한다거나 중소기업들이 단체협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한다면 칭찬하고 싶다.

김유선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먼저 방문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먼저 방문한 것은 약간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당선인 쪽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노동시장, 법대로 처리해 줬으면…
현대차 판결 무시 등 사례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정책사항

이창곤 박근혜 정부에 이것만큼은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정태인 거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위로부터 밖으로부터’의 정책을 ‘아래로부터 안으로부터’로 바꿔야 한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생태 문제다.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는 폐기해 나가야 한다. 현재 인수위에 원자력 전공자가 있는데, 이는 핵발전소를 늘리겠다는 의지표명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전반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나 투자활성화에서도 좋은 기회다.

김유선 사회통합을 위해 노동정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선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가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씨 조문을 한 것은, 이명박 정부보다 전향적이었다. 다만 이에 대한 후속 조처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여당의 원내대표가 방문 뒤 논의를 하는 듯했으나, 현재는 국정조사 무마를 위한 조처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인수위 구성을 보면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기보다
관료들에 맡기겠단 의지로 보여”

홍기빈 보수의 사회대통합은 법과 질서의 원칙을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통합 전에 법과 질서의 원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보수가 생각하는 법질서는 강자를 위한 것이 되기 싶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말이 많지만, 그는 리더로서 미래의 비전을 갖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추구해야 할 때다. 박 당선인이 아버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확고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김유선 한마디만 더 하겠다. 노동시장은 법대로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 장시간 연장 근로, 최저임금, 비정규직, 현대자동차의 판결 무시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동시장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했으면 한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노동 주요 현안 밑그림 그려야 하는데
당선인 아직 움직임 보이지 않고 있다”

새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 싱크탱크 소장들은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선 소장은 대립적인 노사관계의 해법으로 산업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노사정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 합의가 도출되면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정부나 사용자가 변화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산업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이창곤 소장이 “이른바 국민대통합과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사정 논의의 전망은 어떤가”라고 묻자 김 소장은 “당선인이 노동의 주요 현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노동 쪽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고, 김대중 정부 역시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노사정의 통합을 이루어 냈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과 관련해 김 소장은 비정규직 해결을 들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놓은 공공부문의 상시 일자리를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전향적”이라고 평가한 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역시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 유도 이외에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없다”며 “대선 과정에서 여당 쪽에서 고용공시제, 징벌적 배상제 등의 얘기가 나왔지만 최종 공약집에는 빠져 있어 공약 실현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홍기빈 소장은 “두 달 전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경제민주화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소득 불평등 해소인데,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소득분배 개선 정책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힘,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이어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지원하고, 임금단체 협상에서 비정규직 노조에도 협상 권한을 주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인 원장은 “인수위는 당선인의 뚜렷한 목표를 통해 구성되는데 현재 인수위에는 노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중요한데 노동운동이 힘이 없으면 정책도 힘이 없고 정책을 제안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사민주의 업그레이드 고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사민주의 가능성 제기할 것”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베이비붐세대 프로젝트 관심”

진보 싱크탱크 올해 사업계획

진보진영 싱크탱크의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무엇일까? 싱크탱크 대표들은 사회민주주의와 베이비붐 세대 연구를 꼽았다. 정태인 원장은“세계화,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자 정당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민주의의 업그레이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생태 경제 전문가가 없기에 생태 경제 전문가 양성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홍기빈 소장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포스트신자유주의와 관련한 담론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민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 한국 사회에 조심스럽게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논의는 사실 사민주의와 관련된 것”이라며 “두 이슈가 너무 협소하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 두 이슈를 아우를 수 있는 큰 틀을 마련해 복지와 경제민주화 분야에 새로운 탄력을 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유선 소장은 “노동정책, 노사관계 등 논의하던 일을 계속하겠지만 연구소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생애 주기별 또는 세대 맞춤형 연구 등 지금보다 영역을 확장해 전통적인 노동정책 이외에 자영업이나 복지 등의 분야로도 접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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