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진주의료원 직원 등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지난달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진주의료원과 공공의료 지키기 촛불문화제’에서 폐업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진주의료원 사태’ 계기로 본
한국 공공의료 확충 방안

지난 2월 26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만 해도 경남도 주민들조차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이는 곧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과 전국의 병원 노동조합이 폐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와 단식 농성을 열었고, 보건복지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모색해 보고, 공공의료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담아본다.

병상 320개의 중소 지방의료원 폐업이 왜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을까? 관련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이 병상 수 기준 전체의 10.4%에 지나지 않는 공공의료 부문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의료의 공공성이 지나치게 부족한 현실에서 그나마 제 기능을 하던 공공병원의 폐업 예고는 사회적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공공병상 비율이 평균 75%에 이르고 있으며, 민간 의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미국도 26%나 된다. 주요국에 견줘 공공 병상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이를 더 줄이겠다고 하고 진주의료원 폐업이 다른 지방의료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을 들끓게 만든 것이다.

불가피한 적자도 있다
민간병원이 안하는 서비스
진료비도 민간병원보다 낮아
흑자 낸 공공병원 오히려
불이익 받아야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시도를 계기로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환자들의 질병 치료를 위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자들의 비용 부담은 크지 않고 나아가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공공의료 체계 역시 요구한다. 어떤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고 또 정부는 어떤 구실을 해야 할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찾아본다.

■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강한 적자’는 보존해 줘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병원 경영에 도움은 되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건강 향상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공공의료 서비스가 있다. 예를 들어 응급상황이나 집단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평소에는 이용이 적은 응급의료센터나 감염병 격리병상을 설치하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적자를 내지만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하기도 한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병원은 적자를 내지만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다 진료비 역시 같은 규모의 민간병원보다 낮다.

지역 국립대병원과 협력을
지원 적어 시설·장비 낙후
인력도 공중보건의 의존
서울대병원이 보라매병원
위탁운영한 성공사례 본받길

지방의료원의 경우 민간병원보다 입원 진료비는 30%, 외래 진료비는 25%가량 낮아, 사회적 취약계층의 의료 안전망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면서 생기는 적자는 한해 평균 3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며, 이는 2011년 기준 34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적자인 19억원보다 훨씬 많다. 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존해 줘야 공공병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석 서울대의대 교수도 “공공병원의 적자를 그 내용에 따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건강한 적자’는 정부 등이 보전해 주되, 그렇지 않은 적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민간병원처럼 수익을 중심으로 운영해 흑자를 낸 공공병원 역시 불이익을 받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병원끼리 돕는 네트워크 갖춰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의 인식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낙후된 진료’이다. 현대화된 민간병원에 견줘 시설과 장비가 낡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은 “지방의료원의 시설과 장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의료인력도 주로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공공병원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국립대병원 등과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은 ‘객식구‘?
휴·폐업 같은 중대사안
지역주민 의사는 ‘보릿자루’
병원 이사회 절반
주민 대표가 맡아야 제자리

서울대병원이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의료 서비스 수준을 크게 높인 것이 좋은 사례다. 이진석 교수는 “각 지역에서 주민들에서 신뢰도가 높은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에 인력을 지원하고, 교육 및 훈련을 시킨다면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개별 공공병원의 노력만으로 국립대병원과의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쉽지 않으므로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과의 협력체계를 만들면 평가와 지원에 적극 반영하는 등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민들이 참여해 경영 투명화 이뤄야

진주의료원 휴업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정관을 무시한 채 휴업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도 휴업을 결정하는 이사회 개최 사실을 몰랐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정백근 교수는 “진주의료원의 경우 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이사 한 명이 있었지만, 한 명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힘든 구조다. 결국 진주의료원의 휴·폐업과 같은 중대 사안의 결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배제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민 참여에 대한 대안으로 “병원 이사회 위원 가운데 절반은 지역 주민들의 대표가 맡도록 해야 한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 운영 현황을 공개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지역주민협의체 등을 꾸려야 한다. 물론 지역 주민 대표의 선정 과정은 절차적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공공병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개혁과 함께 상업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의료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호 단장은 “민간의료가 9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상업화된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공공병원이 환자들을 위해 적절하고 표준화된 진료를 제공해도 오히려 환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업화된 의료를 개혁하는 데에도 공공병원의 확충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국노총 ‘비정규직 해법 국제세미나’

한국노총과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는 1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회의실에서 ‘비정규직 해법 모색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연다. 한국과 프랑스, 독일, 덴마크, 일본 관계자가 참석해 자국의 비정규직 실태를 소개하고 해법을 제시한다.(문의 02-6277-0026, 0084)

‘북유럽 사회적 대화 모델’ 4회 특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제2회 스톡홀름 사회포럼(6월22~30일)에 앞서 ‘북유럽의 사회적 대화 모델’이라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특강을 마련했다. 강좌는 △5월21일 사회적 대화 왜 중요한가: 한국의 사회적 대화 역사와 전개과정(김금수 전 노사정위 위원장) △5월28일 사회적 협의와 복지자본주의: 스웨덴과 강소 복지국가의 비교(안재흥 아주대 교수) △6월4일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화: 네덜란드 모델(이정우 경북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6월11일 종합토론: 한국의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 어떻게 가능한가(엄현택 노사정위 상임위원,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차례로 진행된다. 시간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9시30분이며 장소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3-7 후마니타스 책다방 4층 강의실이다. 수강료는 8만원(단 대학(원)생, 사회복지사, 시민·노동단체 활동가는 7만원)이다.(문의 02-710-0076, 0088)


공공의료 ‘오해와 진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을 계기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공공의료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공공의료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공공의료원은 왜 적자인가?

 :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적자를 면하는 병원은 6~7곳 정도이다. 그나마 장례식장 수입 등을 제외하면 흑자는 한두곳에 불과하다. 공공의료원의 적자는 손익계산서의 해석 차이 때문이다. 공공의료원은 민간병원과 달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설과 장비를 투자하고 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공익적인 진료를 하라고 만든 병원이다. 그런데 손익계산서의 비용에는 감가상각비가 포함돼 있다.

즉, 말로는 정부와 지자체 설립 병원인데 운영은 민간병원과 똑같이 하라는 것이다.

더구나 상당수 지방의료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설립해놓고 그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비를 해당 지방의료원 부채로 잡아놓고 있다. 이 부채의 원금상환 및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지방의료원 적자가 된다. 민간병원과 똑같은 회계기준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수가 등 비급여 본인부담 진료비를 낮게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앞으로 뛸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사면초가 상태가 공공의료원의 적자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 공공의료원의 공공적 성격은 무엇인가?

 : 공공의료원이 취약지 및 취약계층 진료만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시안 관점이다. 취약계층 진료만 전담하면 모든 취약계층 환자가 그 병원에 진료받으러 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과거에도 이런 병원은 일반 시민의 외면과 운영상 어려움으로 점차 재투자가 위축돼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도 진료기관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공공의료원이 일반인도 가고 싶은 질 높은 병원이 되지 않으면 결국 취약계층에게도 외면받게 된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못 미치게 된 배경에는 바로 이 논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공공의료원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공공사업이 취약지 및 취약계층의 건강관리이다. 단순히 치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보건소나 사회복지서비스 부서와 연계해 지역사회 현장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불필요한 입원과 수술을 미리 막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이 민간병원은 할 수 없는 공공의료원 본연의 공공의료사업이다.

 : 공공병원은 꼭 필요한가?

 : 전세계 어느 나라도 공공병원만으로, 또는 민간병원만으로 보건의료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병원이 가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공공병원은 그동안 민간병원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공공병원이 갖추어야 할 공공성을 지역사회 건강관리 관점이 아니라 돈의 관점으로만 봤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2011년 발간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를 보면, 최근 약 10년 동안 한국의 국민 1인당 보건의료비 증가 속도는 오이시디 평균보다 2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월급에서 나가는 건강보험요율이 2001년 3.4%에서 현재 5.9%로 오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24시간 분만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서비스 포기로 분만취약지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가계 소득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 비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건의료를 시장논리에 맡긴 결과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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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광장] 공공의료, ‘건강한 적자 - 나쁜 적자’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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